소통방
화정동 깐난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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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정동 깐난이네
골목 중 골목인 우리 마을에는 집집이 할머니들이 사신다. 수십년간 변함없이 동네를 지켜오셨던 할머니들은 함께 나이먹어가며 서로를 가족같이 소중히 여기신다. 사이좋게 한해 한살씩 먹어가며 평균 나이 70은 거뜬히 넘긴 우리동네에 큰사건이 생겼다. 올해 7월 우리 마을의 평균 연령이 낮아진 것. 바로 화정동 꿀주먹 도이가 태어났다.
임신 기간부터 뱃속의 아이는 잘 지내는지, 아들인지 딸인지 볼때마다 관심 가져주시는 할머니들 덕분에 타지에서 온 새댁인 나는 외롭지 않게 임신기간을 보냈다. 물론 연세가 연세인지라 태중 아기의 성별을 열번씩은 더 물어보셨지만 딸이라고 대답할 때마다 딸이 좋다며 축하인사를 아끼지 않아주시는 할머니들께 감사했다.
아기가 태어나고 나서 우리집은 ‘저짝 안쪽집’에서 ‘깐난이네’로 호칭이 바뀌었다. 나는 새댁에서 애기엄마가 되었고, 고택의 로봇청소기처럼 이질감이 느껴지는 외지인 부부에서 조금은 마을에 어울리는 사람들이 되었다. 이 동네를 삶의 터전으로 여기는 부부의 마음이 아기를 통해서 이웃에게 전달된 것 같다.
할머니들의 하루는 바쁘다. 아침 차리기. 빨래하기. 텃밭돌보기. 점심 차리기. 햇빛쬐기. 이웃들과 담소나누기. 저녁 차리기. 임영웅이 나오는 프로그램을 보다가 잠들기. 여기에 아기와 놀아주는 일과가 추가되었다. 낯가림을 시작할 시기인데도 우리 아기는 할머니들을 보고 웃고, 옹알이를 하며 아양을 떤다. 아기띠로 산책하고 집으로 돌아올 때 “저기 예쁜 사람들 온다”시며 하던 대화를 멈추고 아기 오기를 기다리시는 모습이 퍽 재밌다.
아기를 향한 관심이 감사해 백일떡을 돌리니 백일떡은 그냥 먹는 게 아니라며 과자값을 아기 주먹에 쥐어주셨다. 매일골목을 도시는 과일트럭아저씨는 다른 손님들 몰래 과일을 하나씩 더 넣어주셨다.
이처럼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환영받는 시간이 우리 아이의 인생에 큰 버팀목이 되주리라는 걸 안다. 부모님께 무조건적인 사랑을 받는 아기는 많다. 그런데 우리 아기는 온 이웃에게도 따뜻하고 구수한 사랑을 많이 받는다. 사랑을 받아본 사람이 사랑할 줄 안다고, 우리 아기가 사랑을 베푸는 사람이 되리라고 믿는다.
구수한 정을 나눌 수 있는 우리 동네에 살기를, 광주에 살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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