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돌봄이 필요한 이유
- 등록일 : 2023-11-15 05:54
- 카테고리 : 카테고리 없음
- 작성자 : 김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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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돌봄' 의 경험을 담은 육아수기를 공모한다기에 12세,10세, 7세 아이 셋을 광주에서 키우는 엄마로서 글을 써 보려한다. 육아 12년차의 시각으로 봤을 때 그 사이 정말 많은 변화를 실감한다. 지금은 긴급아이돌봄센터, 육아지원센터, 작은도서관, 공동육아나눔터등이 눈에 흔히 보이지만 10여년 전까지만해도 집 근처에서 거의 볼 수 없었으며 이용할 수 있는 사람도 제한적이고 사실 정보도 많지 않았다. 첫째를 키울때는 문화센터를 가야만 또래 엄마나 아이들을 만나 육아의 고통과 슬픔을 이야기하고 서로 위로하며 정보를 교환할 수 있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아이 문화센터를 가기만 하면 마음을 나눌 친구들이 생기는줄 알았다. 하지만 각자의 삶에 지치고 자기 아이를 챙기기 정신이 없어서 서로에게 궁금하고 관심이 가는데도 누구 한명 먼저 '수업 끝나고 차 한잔 해요?' 라고 권하는 사람이 없었다. 어느날 수업이 끝나고 각자 아기띠를 매고, 유모차에 앉은 아이에게 서둘러 벨트를 채우고 있는 엄마들에게 육아와 외로움에 지친 내가 용기내어 '저희집 갈래요?' 라고 물었다. 무려 6명의 엄마와 6명의 아이들이 나를 구세주 바라보듯 쳐다보는 눈빛을 잊지 못한다. 그때의 고마움이 얼마나 컸는지 복직을 하고, 다른 지역으로 이사간 친구들이 아직도 한번씩 연락을 해 그날의 나의 용기를 칭찬한다. 나라고 왜 살림살이와 육아템들이 뒹구는 좁은 집에 그 아이들과 엄마들을 데려가고 싶었겠는가? 마땅한 장소가 없었다. 근처 커피숍들은 아기띠와 유모차를 끌고 기저귀, 젓병, 보온통 등을 잔뜩 담은 가방을 든 이들을 환영하지 않는다. 그렇게 시작해 일주일에 한번씩 만나 서로의 집을 돌며 공동육아를 1-2년 정도 했기 때문에 '함께돌봄'의 필요성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만약 그때 지금처럼 공동육아나눔터가 가까운 곳에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서로의 집을 방문하며 더욱 친해지기는 했지만 마음의 부담없이 더 자주 모여 힘듬을 나누었을 것이다.
아이가 5살정도 될 때까지는 부모는 온전히 모든 신경이 아이에게 매인다. 그러면서 부부사이는 서로 소원해지고 서로에게 서운한 감정이 싹튼다. 연애 때의 뜨거운 눈빛과 대화가 사라지고 아이가 중심이 되면서 내가 작아진다. 그때 우울이 마음 한가운데 자리를 잡는다. 한참 눈부시게 빛날 나이에 산후우울증으로 생을 마감하는 뉴스를 드물지 않게 보는 이유일 것이다. 그러니 혼자 집에서 전전긍긍 아이와 씨름하며 좌절하지 말고 시에서 준비해놓은 좋은 시설과 혜택들을 누려야한다.
사실 나는 전업주부이기에 직장맘들보다는 초등돌봄교실이나 지역아동센터의 혜택들을 누리지는 않는다. 대신 작은도서관을 잘 활용한다. 운좋게도 집근처에 청소년도서관이 있어 주말에 영화도 보고, 독서프로그램도 참여한다. 집 근처 공원을 갈 때면 바로 옆에 있는 작은도서관에 잠시 들러 아이들과 책을 읽고 산책을 한다. 그곳에서 대여한 책을 아이가 놀고 있는 공원 놀이터 벤치에서 읽고 있으면 너무 큰 행복감이 밀려온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 고 한다. 내 아이가 예민하고 까칠해서 내가 어딘가 모자란 엄마라서 육아가 힘든 것이 아니다. 육아는 양육, 교육, 사랑과 관심을 통해 자녀의 성장과 발달을 도와 한 인간을 키워내는 일이고, 얼마나 위대한 일이면 온 마을이 필요하겠는가?
'광주아이키움' 을 자주 들여다보며 내가 필요한 시설과 혜택이 어디에 있는지 잘 살펴보고 가깝고 자주 이용할 수 있는 것부터 활용하여 밝고 건강한 육아를 우리 모두 같이 해내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