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시집살이
- 등록일 : 2023-11-14 08:41
- 카테고리 : 카테고리 없음
- 작성자 : 김지현
- 조회수 : 1354
결혼하고 바로 생겨버린 아이 때문에 한창 일할 나이이던 나는 일을 그만두게 되었다.
일 욕심이 많았던 30대 초반에 임신 때문에 모든 것을 놓아야한다는 것은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워낙 마르고 골골했던 내 건강 때문인지 절대 안정이라는 처방을 받고서야 더 이상 일을 하면 안된다는 걸
체감하게 되었다.
집안의 첫 아이인만큼 모두의 관심을 받고 있던 터라 그래도 일해보겠다는 나의 의지는 말도 안되는,
입에도 꺼내면 안되는 금기어가 되었고 그렇게 나의 일상은 집구석이라는 감옥으로 직행하고야 말았다.
집에 가만 있지 않으면 병원 입원밖에는 방법이 없던 터라 움직이는 것도 조심해야했던 나의 임신 기간은 참으로
기가 막히는 시간들이었다.
세상의 시계는 나에게만 돌아가지 않는 느낌이라고 해야하나!!
출근하는 남편의 등짝이 참 부럽고 가기도 전에 그리웠다.
그렇게 열달을 버텨 아이를 낳게 되었고 나는 그렇게 엄마가 되었다.
엄마가 되면 뭐든 다할 수 있는 힘을 갖게 된다더니 항상 골골하기만 하던 나도 아이를 안고 짐도 들고 다닐만큼
막강 파워를 가진 아줌마가 되어갔다.
이젠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에 다시 일을 시작하려고 했지만 내 의지만큼 따라주지 않는 것은 아이의 스케쥴이었다.
어린이집에 보내면 뭐든 다 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어린이집을 가기 시작하면서 잔병치레가 계속 되었다.
병원에 입원하는 일도 잦아졌고 어린이집에 못가는 날이 더 많았다.
어쩔 수 없이 시어머니의 도움을 받아야했고 시댁에서 아이가 먹고 자는 날이 더 많아졌다.
그러던 어느날 조심스레 합가를 제안한 시어머니의 물음에 나는 흔쾌히 승낙하지도 거절하지도 못했다.
함께 사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힘든 점이 많았지만 그렇다고 아이를 맡길 곳도 여의치 않았기 때문이다.
어찌어찌하여 우리들의 동거는 시작되었고 이름으로 돈도 아끼고 아이도 편하게 안정적으로 키워보자는
마음 하나로 시댁에서의 합가가 시작되었다.
서로 다른 환경에 살아온지라 눈치도 많이보고 불편한 점도 많았는데 그런 시절을 지나고 지나 벌써 5년째 함께하는 중이다.
고부간의 갈등이 없을 수 없지만 어머님도 많이 배려해주시고 손주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계심에 감사함이 더 크다.
나의 욕심으로 시작됐을 일일수도 있지만 가족을 위해 돈을 벌고 함께 음식도 나누고 여행도 하면서 3대가 잘 살아가는 중이다.
사실 어려운 일이 더 많은 것이 사실이지만 합가를 고민하는 가족들이 있다면 한번쯤 꼭 늦기 전에 해보시라 권하고 싶다.
같이 부대끼고 살면서 얻어가는 정이 더 많고 그렇게 켜켜이 쌓이는 시간들 속에서 진짜 가족이 되어가는 장점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모든 걸 다 갖을 수 없는 것처럼 마음먹기에 따라 불편한 것도 편한한 것이 되고 싫은 것도 좋은 것이 되는 마법이 있다.
그런 마법이 팍팍한 요즘 세대를 살아가는 여러분 모두에게도 기적처럼 찾아오길 바래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