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그덕 가족 이야기
- 등록일 : 2023-11-14 08:12
- 카테고리 : 카테고리 없음
- 작성자 : 임현진
- 조회수 : 1251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우리 딸을 두고 비로소 완전한 가족이 되었습니다.
혼자여도 씩씩하고 모난 행동이라곤 해본적도 없는 아주 순하고 착한 초4 어린이는 우리 부부에게 가장 큰 행복이자 삶의 이유입니다.
완전체 같은 우리 셋은 사실 삐거덕거리기 일쑤인 가족이었습니다.
현역 소프라노로 일하고 있는 나는 한창 커리어를 쌓아갈 중요한 시기였고 남편 또한 회사의 중책을 맡고 있어 한가한 월급쟁이는 아니었습니다.
집안 일에 서툰 나는 집안일과 공연, 레슨에 이은 수많은 연습들에 지쳐갔고, 서툰 집안일에 온갖 청소며 정리는 남편의 몫이기도 했습니다. 함께 한다고 해도 어려운 건 어려운거더라구요.
그래도 삐그덕삐그덕 지내가던 즈음 가장 큰 난관에 부딪혔습니다. 중요한 공연의 주인공을 맡게 되면서 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지는 공연 연습과 서울까지 가서 받아야하는 레슨 일정에 저는 쉬는 날이 거의 없을 지경이었습니다.
딸아이는 바쁜 부모 때문에 친척집을 전전하는 생활을 계속하기도 했습니다.
그나마 학교에 다닐 때는 나았습니다. 방학 때는 정말 답이 없더라구요. 하루종일 집에 혼자 있어야하는 일정이 수없이 반복되었습니다. 늘상 배달음식을 받아먹어야 하는 상황도 상황이지만 하루종일 말할 사람도 없이 책이나 읽고 혼자 인형놀이를 하고, 레고를 만드는 일이 반복되었습니다.
미안한 마음 뿐이었지만 도저히 방법이 없던 중에 어릴 때 잠깐 아이를 돌봐주셨던 베이비시터 이모가 생각났습니다.
시간이 한참 지났지만 근처 아파트에 살고 계셨던 이모님은 흔쾌히 아이를 돌봐주시기로 했습니다.
학교가 끝나서 이모님 집으로 가면 거기서 간식도 주시고 숙제도 봐주시고 저녁까지 먹고 밤 9시에 집으로 데려다 주시는 일정이었습니다.
따뜻한 밥 한끼라도 같이 먹고 이야기하고 일상을 공유하는 시터 이모님이 계셔서 참 다행이었어요.
어릴 때의 기억 때문에 늘 보고 싶었다고 말하는 이모님 덕에 아이도 한층 안정적으로 변화하는 것 같았습니다.
누군가의 손길이 이렇게나 우리에게 큰 안정감을 준다는 사실이 안타까우면서도 한편으로는 고마울 뿐입니다.
삐그덕대기만 하는 우리 가족은 이런 상황이라 둘째는 생각도 못하는 상황입니다.
아이가 너무 예쁘고 좋지만 아무래도 우리 셋을 위해서는 셋이 더 단단해지는 것 뿐이네요.
시간이 날 때마다 아이와 함께하려고 문화공연도 다니고 같이 도서관도 다니고 여행도 다니면서
추억을 켜켜이 쌓아가고 있습니다.
우리 딸도 언젠가 어른이 되면 엄마의 이런 애타는 사랑을 알아줄 날이 올까요?
그땐 그랬지를 외치며 언젠가 같이 옛날을 회상하는 그런 시절이 오리라 믿어봅니다.
항상 고맙고 미안한 우리 딸
엄마가 아빠가 많이 함께해주지 못했지만 우리 딸을 위한 사랑은 세계 최고, 우주 최고라는거
꼭 기억해주렴.. 사랑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