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소중한 이웃가족
- 등록일 : 2023-11-13 08:40
- 카테고리 : 카테고리 없음
- 작성자 : 임희정
- 조회수 : 1271
타지에서 시집을 와 광주에 아는 지인이 하나도 없던 나는 친화력도 상실한 채 늘 집에만 있는 집순이다.
원래 외향적이고 사람 만나길 좋아하는 쾌활한 사람이었는데 환경이 사람을 만든다는 말처럼 낯선 남의 집에 오니
두렵고 떨리는 마음은 극히 소심한 내성적인 인간으로 스스로를 가두었던 것 같다.
하루종일 남편이 오기만을 기다리는 게 일상이었던 신혼을 지나고 나니 점점 하루가 무료하고 인생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원래의 전공을 살려 사회복지사 일을 하고 있다. 그 와중에 고물고물한 아이도 셋을 낳고 어떻게 살았나 모르는 세월을 지나 옛날을 돌아보며 글을 쓰고 있다.
친구도 지인도 없이 낯선 곳을 고향삼아 살아가다 보니 동네 주민들과도 소통하게 되긴 했지만 정작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고 부끄러운 낯으로 그들의 눈빛을 피해다니기 십상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랫집에서 층간소음 문제로 우리 집을 방문하는 일이 있었는데 같이 올라온 아이들은 우리 아이들과 또래로 보였다. 나의 부주의로 피해를 드려 죄송하다는 말을 전하며 우연히 그렇게 서로 집을 오가는 절친한 새가족이 되었다. 비슷한 나이의 애들, 비슷한 나이의 부부가 만나니 이건 뭐 형, 동생이 따로 없을 지경이다.
서로 반찬도 나누고 고민도 나누다보니 아이들의 육아도 자연스럽게 서로에게 동화되어 가고 있었다.
일을 하는 나 대신 우리 아이들의 저녁상을 미리 봐주기도 하고 장을 같이 봐주기도 하면서 서로 도움을 주며 살아가는 이웃식구다. 이웃 사촌이라는 말보다는 이웃 식구가 더 맞는 단어라고 생각한다.
언니네 부부는 집 근처에서 가게를 하고 있어서 아이들을 케어하기 더 쉬운 구조였기에 내가 더 도움을 많이 받곤 했는데 주말에도 일을 해야하는 언니네 부부를 위해 그 집 아이들을 다 데리고 대신 여행을 가주기도 하고 함께 놀이동산을 가기도 하면서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렇게 나도 여기가 제2의 고향이 아닌 내 친정집이 되어가는 중이다.
언니네 아이들도 내가 친이모인줄 아니 말이다. 우스운 일화지만 아이들끼리 하는 얘기를 들었는데 너희 엄마랑 우리 엄마는 성이 다른데 왜 가족이냐고 궁금해하는 아이들 얘기를 들으면서 정말 참을 수 없이 한참을 크게 웃었던 기억이 난다.
요즘 트렌드는 연예인들처럼 예명을 가지고 있는거라고 뻥을 치면서 어른들끼리 담합해 아직도 애들을 놀리고 있다.
우리의 이런 우정이 정말 영원했음 좋겠다는 마음을 가지면서 내년에는 꼭 가족들 다같이 해외여행을 가보자고 다짐하곤 한다.
스치기만 해도 인연이라고 했던가... 나의 그 인연은 너무나도 소중하고 감사한 이웃가족으로 자리매김했다.
우리가 서로 함께 한 육아가 아니었다면 이렇게 웃으며 잘 지낼 수 있었을까...
항상 감사한 마음으로 오늘도 우리집 아이들은 밥을 달라며 언니네 집 초인종을 누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