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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너의 돌봄이 아닌 ‘함께 돌봄’의 시대 속에서..

 남편의 직장으로 어린 자녀들과 잠시 다른 곳에 거주하다 새로운 마을에 이사를 왔다. 초등학교 1학년 아이를 학교에 처음 보내야 하는 부모로서 나의 가장 큰 관심은 당연히 학교였다. 마을에 대해 아무런 정보도 없이 오직 통학 거리와 주변 환경을 보고 치평동에 살게 되었다. 한참 뛰어놀아야 할 아이들인데 아파트 주변으로 차가 다니지 않는 공원들이 잘 조성되어 있다는 점이 좋아서 선택하게 되었다. 이 곳에 처음 올 때까지만 해도 마을에 아는 지인도 없고, 아무런 정보도 없이 덩그러이 혼자 마을에 살고 있는 느낌이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내가 마을에서 무언가 도움을 받거나 도움을 주거나 할 수 있는 방법이나 통로가 있다는 것을 전혀 몰랐다. 그러던 중 아이 친구 엄마를 통해 집 앞에 온 가족 그림책 작은 도서관을 우연히 알게 되었고, 그곳에서 다양한 돌봄 프로그램들을 운영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이들이 하교 후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방과후학교를 참여하고 돌아오면 학원을 한 두곳 간다고 치더라도 오후에 빈 시간들은 공원에서 친구들끼리 노는데에만 그치는 점이 마냥 아쉬움으로 남았었다. 그렇다고 오후에 빈 모든 시간들을 사교육에 매진하기에는 경제적인 상황들도 쉽지않은 게 사실이였다. 이 점은 아마 아이들를 키우는 엄마들이라면 모두가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그 부분이 늘 나에게도 목마른 갈증같이 남아있었는데 그렇게 만나게 된 작은 도서관 프로그램은 나에게 더할 나위 없는 오아시스와도 같은 것이였다. 학교에서 쉽게 하기 힘든 다양한 활동들을 해보고, 경험해 볼 수 귀한 기회들이였다. 그림책 수업, 독서토론, 3D 펜으로 작품 만들기, 요리 교실, 영어 그림책 수업, 스피치 교실, 보드게임, 시즌별 활동등 우리 아이들이 참여한 프로그램을 나열만 했을 뿐인데 정말이지 재료비 정도만 내고 아이들이 다양한 분야들을 학습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는 것이다. 사교육이 아닌 함께 돌봄아래 이루어지고 있는 마을 작은 도서관의 프로그램 참여로 아이들이 이런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시스템에 너무 감사했다.

 여기서 끝나지 않고, 그 작은 인연이 마을 안의 또 다른 작은 도서관까지 연결되어 아이들의 소질과 적성에 맞는 수업들을 참여해 볼 수 있는 기회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각 작은 도서관은 그 도서관의 특색에 맞는 프로그램들을 운영해주시기 때문에 다양한 프로그램을 살펴보고 아이에 맞게 배워보고 싶은 과목을 수강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바이올린이 배워보고 싶었던 우리 딸은 비싼 레슨비 때문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가 꿈꾸는 터전 작은 도서관에서 바이올린 수업이 있다는 것을 알고 수강을 신청해서 너무도 즐겁게 수업을 다니며 일 년가까이 배우고 있다. 또한 기회가 되어 마을에서 활동 중인 청소년 동아리에도 들어가 활동을 하고 있는데, 마을에서 이루어지는 여러 가지 행사에서 부스 운영도 해보고 또한 동생들을 돌보는 또래 돌봄에도 직접 참여하는 기회를 갖으면서 책으로 배울 수 없는 값진 경험들을 해보며 초등학교 생활을 알차게 채워가고 있다

 아들은 마을 공원에서 오후에 돌봄이 필요한 친구들을 대상으로 매일 운영하고 있는 놀이수업에도 참여하면서 많은 동네 어른들과 선생님들의 영향아래서 관계를 만들고 그야말로 밖에서 어울리고 놀면서 성장하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 한참 밖에서의 활동을 좋아하는 아이들에게는 야외에서 이루어지는 이 돌봄 활동이 아이들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에 한몫을 든든히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나 또한 집 밖을 나가서 아이들이 놀아도 언제든지 그 공간에 들려서 같이 놀이 할 수 있는 선생님들이 있다는 것에 안심이 되고 마을에 살고 있는 학부모로서 든든한 하나의 공간이 또한 되어 주고 있다

 또한 꿈꾸는 터전 작은 도서관에서 운영 중인 봄봄 놀이터라는 프로그램에 참여중인 아들은 제한된 공간을 넘어 온 동네를 돌아다니며 다양한 야외 놀이도 해보고 자연을 들여다보며 마을에서 이루어지는 행사에도 참여해 마을 문제나 환경문제도 같이 고민해보면서 머리로만 배우는 공부가 아닌 몸으로 체험하는 삶의 공부를 해가고 있다. 아이들 뿐 아니라 나 또한 도서관에서 성인을 대상으로 이루어지는 여러 프로그램을 참여하면서 배운 것을 아이들에게 다시 나누어주는 사회공헌활동에도 몇 번 참여하게 되었는데 이것이 내 자신에게 새로운 도전을 위한 불쏘시개가 되었다.

 처음에 이 마을에 발을 딛었을 때만 해도 나도 아이들도 동네에 아는 친구도 하나도 없었고, 나눌 수 있는 공간이 있는 것도 몰랐다. 그냥 작은 도서관에 발을 딛고 내다보았을 뿐인데 나 혼자가 아니라 우리 아이들을 함께 돌보고자 하는 많은 분들이 힘을 모으고 뜻을 모으고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부모가 되는 순간 누구나 그 마음은 똑같은 것 같다. 나 홀로 아이들을 키운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렇게 클 수 있는 아이들도 아니다. 아이들은 결국은 누군가를 만나고 그 관계에서 커간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그러했듯이..

  생각보다 나를 도와줄 많은 기관과 기회들이 있다. 힘든 육아에 지쳐있거나 워킹맘으로 내 아이를 어디에 맡겨야할지 고민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지금 당장 내 마을을 돌아보았으면 좋겠다.

우리는 지금 함께 돌봄의 시대에 와있음을 금방 알게 될테니...

 나는 하루 하루를 너무도 유명한 아프리카 속담 한 아이를 키우는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 몸소 체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