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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힘내세요!

결혼 전, 아내와 한 약속이 있습니다. 그건 바로 아이를 낳으면 서로 번갈아가면서 육아휴직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육아는 공동으로 해야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였던 나는 당당하게 그러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아기가 태어난 후, 아내는 약속처럼 1년간 아이를 집에서 돌보았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로 남자밖에 없는 회사의 눈치를 보며 육아휴직을 시작하였을 때, 아내가 그렇게 말했습니다. “어린이집 보내면서 육아휴직 하는 게 어때?” 아내의 제안이 솔깃했습니다. ‘어린이집 보내면 난 하루 종일 쉬면서 등하원만 챙기면 되잖아?’라는 유혹이 달콤하게 느껴졌고 전 그렇게 14개월의 아기를 데리고 어린이집을 체험하러 갔습니다.

의기양양하게 어린이집을 갔지만 내 아이는 아직 어린이집 갈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식감이 예민한 아이는 어린이집의 점심밥을 거부하였고, 낯을 가리며 울기도 했습니다. 아이가 스트레스를 받는 모습을 보자 저는 어린이집을 다니지 않고, 온전히 내가 하루종일 아이를 돌보자고 결심했습니다.

굳은 결심과 달리 아이를 하루종일 집에서 보는 건 너무 힘든 일이었습니다. 온 에너지를 다 쏟고 아이와 놀았는데 시간은 20분밖에 흐르지 않았습니다. 아이는 집에 있는 장난감을 지루해 하였고, 저 또한 같은 공간에 하루종일 있는 게 힘들었습니다. 장난감을 계속 살 수도 없는 노릇이고, 백화점 문화센터는 너무 멀었으며 키즈카페에 매일 가는 것도 금액적으로 부담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집에서 아이를 돌본 지 일주일만에 K.O.를 외치다가 아내의 비웃음을 받았습니다.

그 때, 아파트 게시판을 통해 푸른마을공동체센터라는 장난감도서관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곳은 2주마다 장난감을 빌릴 수 있었고, 1시간에 천원이라는 곳으로 놀 수 있는 실내놀이공간이 있었습니다. 처음 갔을 때부터 아이는 정말 좋아했습니다. 걸음마를 시작해서 잘 뛰지 못했지만 넘어져도 안전한 매트가 있었고 창의적인 미끄럼틀 시설과 소근육 발달에 맞는 장난감이 많이 있었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매일 오전에 푸른마을공동체에 아이를 데리고 출근하다시피 놀다 왔습니다.

어린이집을 다니듯 매일 다니다보니 직원분들과도 친분이 생겼고 광주의 여러 육아 정보도 소식으로 받아보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푸른마을공동체에서 주 1회 오감 프로그램을 무료로 진행한다는 것을 알게 되어 프로그램에 참가를 신청했습니다. 또한 월 1회 토요예술놀이터라는 국악/클래식 프로그램도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내 아이는 매일 오전에 장난감도서관에서 놀고, 1회 오감프로그램에 참여하며, 1회 토요예술놀이터에 참여를 했습니다. 어린이집에 다니지 않아도 우리 아이는 정해진 스케쥴 속에서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냈습니다.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를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육아를 전담하는 부모님들을 많이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 중 육아휴직을 하는 아빠를 보면 나도 모르게 반가워하는 마음이 들어 더 많이 이야기를 했습니다. 아이의 몸무게에 관한 이야기부터 아이가 아침밥을 먹지 않을 때 무엇을 먹이면 좋을지, 어린이집은 어떤 곳이 좋은지 등의 이야기를 나누며 많은 공감대를 형성하였습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좋은 것은 육아휴직을 하는 힘듦에 대한 위로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애가 어릴 땐 원래 힘든 법이다, 우리 때는 애를 셋 씩 낳아서 키웠다는 어르신들의 말씀은 다 옳으신 말씀들이지만 내게 위로가 되는 말들은 아니었습니다. “회사에서 육아휴직 하면서 눈치를 봤다.” “아빠가 육아휴직 하는 게 부럽다.” “육아휴직하면서 어린이집 안 보내는 게 대단하다.”는 등의 말들이 내겐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3월부터 시작한 저의 육아휴직은 어느덧 9개월차가 되었습니다. 그 사이 활동반경이 넓어진 저는 아이를 데리고 계림동 행정복지센터 공동육아나눔터에 아무 때나 찾아가기도 합니다. 가서 아이를 키우는 할머니, 어머니 등을 만나서 시시콜콜한 대화를 하고 무료로 나눠주는 간식을 먹입니다. 근처에 있는 아시아문화전당 놀이터를 가서 마을의 또 다른 아빠를 우연히 만나 신나게 대화를 하기도 합니다. 어딜 가든 아는 부모님들이 생겼고 다른 아이들의 성장도 함께 지켜보게 되었습니다.

육아를 전담하며 힘이 들 때마다 이 시간이 내 인생에서 다시 오지 않을 정말 소중한 시간임을 되새깁니다. 그리고 아이를 잘 키웠던 나의 아내와, 만나게 된 수많은 아이 부모님들이 대단한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태어나서 가장 가치 있는 일들을 하고 있는 모든 부모님들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