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돌봄'으로 함께 자라는 우리
- 등록일 : 2023-11-09 13:32
- 카테고리 : 카테고리 없음
- 작성자 : 임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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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아이의 키를 쟀더니 어느새 100cm가 넘었다. 팔 하나로 안고도 한참 남을 만큼 작고 가벼워, 조금이라도 세게 안았다가 아이를 다치게 할까 봐 안절부절못했던 게 바로 어제 같기만 한데. 마스크로 꽁꽁 감춘 세월이 무색하게, 어린이집에 가지 않겠다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뻗대는 미운 세 살이 되었다.
부모가 된다는 것은 내가 생각하고 각오했던 것보다도 더 많은 포기를 필요로 했다. 분명 다들 산후조리원 육아교실에서 아기 돌보는 수업을 미리 받는다던데, 코로나 19가 불러온 펜데믹으로 갑자기 세상이 멈췄다. 동시에 당연하게 도움을 받을 수 있으리라 예상했던 것들도 멈춰버렸다. 소아과에 들렀을 때 의사 선생님의 몇 마디 조언과 휴대폰 너머 엄마의 잔소리로 겨우 어찌어찌 양육자 흉내를 낼 수 있었다. 가뜩이나 면역이 약한 아기를 생각하니 외출은커녕 가끔 환기를 위해 잠깐씩 창문을 여는 것이 고작이었고, 어쩌다 남편이 출퇴근길에 근처의 스마트도서관에서 빌려오는 육아서는 가뭄에 단비 같았다. 주변에 아이를 키우는 친구도 없고, 흔히 말하는 조리원 동기조차 한 명 없는 상태에서, 아무리 생각해도 어설픈 부모인 우리가 과연 제대로 하고 있는지 확신할 수 없었다.
임신과 출산에 대한 가이드는 쉽게 찾을 수 있지만, 그 이후의 양육에 대해서는 썩 만족할만한 답을 얻을 수 없었다. 부부가 합심해서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바쁜 와중에도 시간을 쪼개어 열심히 육아서적들을 읽었음에도 우리는 여전히 부모의 역할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 전문가는 스스로 무엇을 모르는지 제대로 아는 사람이라는 말이 있다던데, 우리가 무엇을 모르고 있는지조차 가늠하기 어려웠다. 심지어 아이가 세 살이 될 무렵에도. 동네 산책을 하다 마주친 어떤 아이엄마와 몇 마디 얘기를 나누다 어린이집 얘기가 나와 이제 알아보려는 참이라 했더니, 그럼 아이사랑포털에 가입은 했냐고 물어봤기에 망정이지, 우리는 어린이집이 보내겠다고 바로 갈 수 있는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조차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도 충분히 애쓰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한참 부족한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나를 힘들게 했다. 아이가 어린이집에 입소하면서, 담임선생님은 둘이서 고군분투하던 육아에 꽤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주셨다. 선생님을 통해 육아종합센터 이러닝 교육을 알게 되었고, 비대면 부모교육을 수강하며 양육자로서 갖추어야 할 바람직한 마음가짐과 태도를 다잡는데 많은 도움을 받았다. 육아종합센터는 성장하고 싶은 부모를 위해 만들어진 보물섬 같았다. 알고 싶었던 것, 배우고 싶었던 것, 필요했던 것까지 모든 주제의 부모교육이 준비되어 있었다. 서구 육아종합센터에서 전문가를 초빙하여 진행했던 양육자 태도 교육과 영유아기 성교육을 수강한 덕분에 하루가 다르게 자라고 성장하는 아이의 눈높이에 우리의 관점을 새롭게 맞출 수 있었다.
부모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존재라는데 격하게 동의한다. 뱃속에 아이를 품고 있는 동안 책에 밑줄을 긋고 공부하면서 이만하면 충분히 준비했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아이를 처음 품에 안고나니 오답노트를 빼곡히 채우고 있는 것만 같았다. 책 밖의 세상에서 우리 아이는 우리에게 매일 새로운 문제를 낸다. 그동안은 정답이 있는 줄만 알고 헤매기만 했다면 부모 되기란 객관식이 아니라 주관식이라는 걸 깨닫게 해 준 어린이집 선생님과 육아종합센터의 부모교육 지원에 감사할 따름이다.
아이가 자라는 모습을 보면서 양육자로서, 부모로서의 우리 또한 나날이 자라고 성장해나가야 함을 느낀다. 마냥 외딴섬 같이 외롭고 가파른 오르막처럼 힘들어만 보이던 그 길에, 든든한 동지가 있어 다행이다. 함께 돌봄으로 부모도 함께 자랄 수 있어서 행복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