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 아니구요, 휴직맘입니다!
- 등록일 : 2023-11-08 13:59
- 카테고리 : 카테고리 없음
- 작성자 : 홍선영
- 조회수 : 1468
"엄마, 같이 놀아요.", "엄마, 도와주세요.", "엄마, 사랑해요.", "엄마, 엄마, 엄마!"
저는 35세의 두 아들의 엄마입니다. 20년은 부모님의 공주로 자랐고, 10년은 자부심 있는 사회인으로, 그리고 5년은 엄마로 살고 있습니다. 지금은 엄마라는 말이 더 익숙합니다. 하지만 처음에는 누구의 엄마라는 말은 너무 낯설고 저 자신이 없어지는 것 같아서 속상하기도 하였습니다.
저는 2018년에 큰 아이를 낳고 육아 휴직을 하였습니다. 6년 동안 열심히 달린 직업을 잠깐 쉴 수 있다는 기대감과 아이를 혼자서 돌봐야한다는 불안감이 함께 찾아왔습니다. 아이는 생각보다 작고 약하고 할줄하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그런 존재였습니다. 저는 문을 열고 화장실을 이용하고, 식사는 대충 때우기 일수였습니다.
하지만 아이란 위대한 존재입니다. 힘들고 어렵고 외로운 육아를 보상하기라도 하듯이 엄마를 보고 웃어주고, 하루하루 열심히 자랐습니다. 뒤집기, 기어 다니기, 엄마라고 옹알이하기, 이 모든 것을 함께 할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만약 일을 다녔다면 그 행복의 순간을 함께하지 못해 조금 아쉬웠을 것 같습니다. 육아 휴직 중인 저는, 아이와 단 둘이 할 수 있는 것이 많았습니다. 문화센터도 다니고 날이 좋으면 공원 산책도 가고, 아침 일찍 놀이터를 가기도 하고, 소소한 여유를 누릴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휴직 중 나오는 적지만 소중한 월급은 제가 아직 일을 하고 있다는 자존심의 근원이었고, 휴직 후 다시 갈 곳이 있다는 안정감을 느낄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1년이라는 육아 휴직을 마치고 일자리로 돌아갔을 때는 다시 제 이름을 찾은 것 같아서 어깨가 으쓱하기도 하였지만 한편으로는 아이에 대한 걱정이 컸습니다. 2년은 더 할 수 있는 육아휴직을 1년만 하는 것이 내가 이기적이고 못된 엄마가 된 것 같은 죄책감이 들었습니다.
그러다 '육아기근로시간단축'이라는 제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본래 4시 30분이면 퇴근합니다. 이 제도를 잘 이용하면 2시 30분에 퇴근이 가능합니다. 그렇다면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나서 죄책감을 줄일 수 있었습니다. 가끔은 휴직 때보다 지금이 더 좋을 때도 있습니다. 일을 하면서 자존감도 지키고, 돈도 벌고, 아이를 스스로 돌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워킹맘들 뿐만 아니라, 아빠들도 육아 휴직이나 육아기근로시간단축 제도를 잘 이용하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이용할 수 있게끔 도와주었으면 합니다.
지금은 그 때 보다 더 좋은 조건에서 육아 휴직이 가능합니다. 저는 아이가 학교에 입학할 때 한 번 더 이 기회를 가지려 합니다.
육아를 하는 대한민국의 엄마 아빠들이여, 휴직이든, 근로시간 단축이든, 가능하다면 꼭 기회를 잡으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