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8kg에서 슈퍼베이비가 된 아들에게
- 등록일 : 2023-11-07 21:51
- 카테고리 : 카테고리 없음
- 작성자 : 김샛별
- 조회수 : 1425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아들에게
아들아, 코끝이 시린 계절이 돌아왔네. 너를 낳았던 작년 겨울이 생각나. 임신성 당뇨에 짧은 경부 길이로 조산 위험이 있었던 불안했던 임신 기간. 36주까지만 버티면 적어도 아기가 인큐베이터에 안 들어갈 거라는 의사 선생님 말씀에 조심조심 일했던 기억이 나. 모성보호시간을 사용하면서 두 시간 일찍 퇴근하면서 일하느라 힘든 임신 기간에 너를 지킬 수 있었어.
36주가 되자마자 양수가 터져 태어난 2.58kg의 작디 작은 아들. 그 해 겨울은 너를 낳아서 가장 행복했지만, 너의 황달과 갑상선 호르몬 이상으로 마음이 아픈 계절이기도 했어.
황달 수치가 높아서 신생아 중환자실에 입원했던 너, 눈도 잘 못 뜨는 너가 안대를 쓰고 기저귀만 차고 광선치료를 하는 모습이 얼마나 안쓰러웠던지. 모유수유를 안 하겠다고 생각한 엄마가 열심히 유축을 했지. 초유를 먹고 너가 조금이라도 건강해졌으면 하는 마음으로. 다행히 3일만에 황달수치가 많이 떨어져서 퇴원을 했지.
그런데 또 소아과에서 전화가 왔어. 갑상선 호르몬 수치가 높으니 재검사를 해야한다고. 뼈밖에 없는 너의 손등에 바늘이 어찌나 커보이는지. 바늘주사가 아파 빽빽 악을 쓰고 우는 너를 지켜보지 못하고 바깥에서 기다리겠다고 했어. 재검사 결과가 안 좋아 대학병원에 가게 됐지. 그 시간이 얼마나 힘들었던지. 대학병원에서 두 차례 더 피를 뽑았어. 없는 피를 쥐어짜는 순간이 너무 고통스럽더라. 검사 결과 다행히 호르몬 수치가 정상으로 돌아와서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단다.
사실 엄마는 삼 개월간만 출산휴가를 쓰고 복직하려고 했단다. 하지만 작디작은 너를 놔두고 갈 수 없어서 일 년간 육아휴직을 신청했어. 엄마 상사분들 시절에는 육아휴직이 없어 직장을 그만두거나 베이비시터를 구해야 했다고 들었어. 다행히 엄마는 시대를 잘 타고나서 직장을 그만두지 않고도 너와 좋은 추억을 많이 쌓을 수 있었단다.
육아 휴직 기간 동안 너에게 해주고 싶은 게 너무 많았어. 그 중에서도 이유식은 꼭 만들어주고 싶었어. 이유식 시작하기 전부터 여러 권의 책과 인터넷으로 공부를 했지. 이유식 시작하는 날만을 손꼽아 기다렸단다.
처음에는 재료를 갈아서 냉동실에 얼리고 주는 토핑 이유식을 시작했지. 그러다 아기가 주도적으로 먹을 수 있는 아기주도이유식을 시도했어. 매일매일 만들어야 하는 게 보통 일은 아니었어. 너가 먹는 동안 여기저기 음식을 던지는 바람에 치우는 일도 쉽지 않았지. 온갖 음식을 몸에 묻히는 바람에 하루 세번 샤워도 기본이었지.
엄마가 이렇게 이유식에 최선을 다할 수 있었던 건 아빠와 함께 육아를 했기 때문이야. 아빠는 출근 시간이 오후 한 시야. 아침 일곱시에 일어나 아빠가 너의 아침밥을 챙겨주고, 너와 산책을가고 시간을 보내는 동안 엄마는 모자란 잠을 보충하거나 이유식을 뚝딱뚝딱 만들지. 오후에 출근하는 아빠가 쉬고 싶은 순간들이 많았을 텐데 너와 엄마를 위해 늘 힘을 내주어 늘 고맙단다.
이렇게 엄마 아빠가 함께 너를 돌봐서 2.58kg의 작은 아가였던 너는 돌을 앞두고 12kg가 되었지. 상위 5%의 몸무게 덕분에 엄마의 어깨와 무릎과 발목이 시큰거리긴 해. 하지만 포동포동한 너를 안아주는 행복에 온 몸이 부숴져도 괜찮을 정도로 너를 안는 시간이 행복해.
누구보다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는 사랑하는 아들아, 작년 겨울은 시린 날씨만큼 마음도 시렸지만, 이번 겨울은 우리 셋이서 따뜻하게 보낼 수 있음에 엄마는 정말 감사하단다. 앞으로 여러번의 겨울을 너와 함께할텐데. 그 겨울을 너와 함께 따뜻한 추억으로 가득 채우고 싶어.
너를 너무 사랑하는 엄마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