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박육아를 탈출한 우리들의 이야기
- 등록일 : 2023-11-06 08:24
- 카테고리 : 카테고리 없음
- 작성자 : 김유진
- 조회수 : 1367

나를 위해 살았고 나를 위해 최선을 다해 달려왔던 시간들을 뒤로 하고 우리에게 축복처럼 작은 아이가 찾아왔다.
부모라는 타이틀이 어색하고 버거울만큼 우리 부부는 좋기도 했지만 두려움도 함께였다.
임신중 여러 위험성이 있어 일을 그만두게 되면서 오롯이 집에서 아이를 만날 날을 손꼽아 기다렸던 시간들이 지금 생각하면 참 즐겁고 설렜던 시간들이었다.
아이의 존재 하나만으로 우리 집의 중심은 우리 부부 자신보다는 아이에게 쏠리게 되었다.
모든 스케쥴과 행동들이 아이를 중심으로 돌고 있었다.
우리가 함께 눈을 맞추고 이야기를 나누기보다는 아이를 바라보며 각자의 말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즈음 남편도 직장을 옮기게 되면서 전보다는 더 여유롭지 못한 시간의 제약을 느끼게 되었다.
운전을 잘하지 못하는 나 대신 병원을 함께 달려가 주던 남편도, 울적할 때 어디든 드라이브를 시켜주던 남편도, 무거운 물건은 들지도 못하게 하던 나의 남편은 불러도 오지 못하는 신세가 되었다.
뭐든 나 혼자 다 해야 하는 상황이 버겁기도 하고 말 없는 애기 앞에서 한없이 외로워지기도 했다.
함께 있는데 혼자인 것 같은, 같이 있는데 벽에 대고 말하는 것 같은 기분이랄까...
이런 일이 반복되다 보니 서로를 다정하게 부르던 말들은 가시가 박힌 화살처럼 서로의 가슴을 짓이기고 있었다.
어디서부터가 문제일까... 되짚어 봐도 그냥 그 아이 하나의 탄생이 많은 것을 바꾸었다고밖엔 할 변명이 없다.
어쩌면 그 때의 내가 겪던 감정들이 소위 말하는 산후우울증이었는지도 모르겠다.
한없이 약하고 초라하고 의미없던 나의 일상이 눈물과 함께 남편에 대한 분노로 표출되곤 했으니 말이다.
우리의 그 시절은 독박육아라는 이름으로 우리 가족 모두에게 상처가 되었다.
특단의 조치를 취한다는 남편의 결단대로 들어간지 얼마 되지도 않은 직장에 육아휴직을 선언하고 나와 함께 했던 나의 짝꿍...
그 때 그 결정이 아니었다면 지금의 정신적 여유를 내가 가지고 있었을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직장에서의 일을 전혀 말하지 않는 남편은 아직도 직장이야기를 잘 하지 않지만 가끔 들려오는 전화나 한숨 속에서 아주 맘편한 직장 내 상황은 아니었을거라는 짐작을 해본다.
남편의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장려하는 요즘 추세지만 어쨌든 강제성이 없다면 쉬운 일이 아니란 건 우리나라가 앞으로 꼭 짚고 넘어가야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런 상황들을 이겨내고 가족을 지키고자 결단했던 남편의 생각은 결과적으로 우리 가족을 건강하게 단단하게 지켜준 한 수가 되었지만 애잔하고 미안한 마음은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지금 생각해도 쉽지않았을 결정을 해줬던 남편에게 나도 든든한 내편이 되어주고 싶고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그리고 하루 빨리 아빠의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이 당연해지는 그날이 왔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