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늦깎이 아빠육아
- 등록일 : 2023-11-03 22:11
- 카테고리 : 카테고리 없음
- 작성자 : 최치홍
- 조회수 : 1411


어느덧 마흔 중반이 되어버린 나!
잠시 눈을 붙인 것 같았는데 벌써 늙어있었다는 노랫 가사처럼 나의 마흔도 그렇게 느닷없이 찾아왔다.
그 찰나의 순간, 마법에 걸린 듯 아이들은 훌쩍 자라있었고 이제는 두 아이를 안아 들기에도 벅찬 덩치들이 되어 있다.
치열했던 삼십대를 돌아보면 아이들 얼굴을 제대로 보고 산 시간이 얼마나 있었나 의구심이 들만큼 늘 늦은 귀가와 술 약속이 스케쥴표를 가득 채웠던 것 같다.
맞벌이 부부로 12년을 살고 있지만 어쩌면 육아는 당연한 듯 아내와 어머니의 몫이었다.
3대가 같이 살았던 10년의 세월 동안 조부모님의 보살핌으로 우리 아이들은 맞벌이 열차에서 vip룸을 얻어낼 수 있었다.
아빠엄마가 바쁜 중에도 아이들은 할머니, 할아버지 그늘에서 부족함 없이 사랑받고 살았으니 말이다.
그 덕분에 나의 야근도, 술약속도, 친구들과의 취미 생활도 마음 편하게 가질 수 있었던 건 사실이다.
그 때는 그게 당연한 일이라고 느껴졌는데 사람이 참 간사하게도 전혀 반대의 상황이 되니 나 스스로의 태도가 바뀌고 있다.
분가를 하고 우리 가족의 일상은 많은 것이 바뀌어갔다.
아내는 직장을 옮겼고 나도 퇴사 후 사업을 시작하게 되면서 더 시간이 여유로운 사람은 오히려 내가 되었다.
나보다 더 빨리 나가고 더 늦게 들어오는 아내의 스케쥴 덕분에 자연스럽게 아이들의 아침 식사 준비와 등교준비, 양념으로 뿌려주는 잔소리까지
마누라 귀신에 씌었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주부력을 양껏 발산하는 나를 보게 된다.
아침마다 패션쇼를 하느라 매일 옷방을 다 뒤집어 놓는 1호, 묶어준 헤어스타일이 마음에 안 들면 다시 묶으라고 보채는 2호,
아침마다 내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나 싶은 폭풍 같은 아침 등교 전쟁이 끝나고 나면 어지러운 옷방과 식탁이 나를 부르고 있다.
에라 모르겠다를 외치며 다 내팽개쳐두고 쇼파에 앉으면 막장 드라마가 야밤의 치맥처럼 나를 끌어당긴다.
어째 갈수록 아줌마가 되어가는 내가 웃기기도 하지만 그 때문에 한층 상냥해진 마누라를 보고 있으면 이렇게 사는게 맞는거였구나 싶은 순간이 많다.
나의 늦깎이 육아는 서툴지만, 투박하지만, 뭔가 달달하게 아늑하게 내 몸에 걸쳐지는 중이다.
요즘은 아내와 아이들의 일상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아는게 힘이라고 하던가..
내가 딱 그 심정이다.
아이들의 일상을 더 자주, 깊숙이 들여다보는 시간이 많아진만큼 아내와의 수다도 길어진다.
아이들에게 관심이 없었던 게 아닌데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관심이 없었던 거라고 밖엔 할 말이 없다.
그런 관심만큼 아이들과의 대화도, 눈을 맞추며 하루의 일상을 공유하는 시간도 나에겐 빛나는 나의 성적표처럼 느껴진다.
이제는 뭔가 그런 일상이 즐겁다고나할까...
바쁘고 분주하지만 점점 더 끈끈해지는 가족애를 느끼며 마누라한테 늘~ 큰소리를 쳐본다. “나 같은 남편 있나 보라고~”
‘함께 돌봄’이라는 주제로 시작된 나의 육아수기는
진정한 함께 돌봄이란 가족이 함께 눈을 맞추고 같은 고민을 나누며 길어지는 수다 속에 가족 모두의 단단한 울타리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조금은 늦게 시작된 나의 울타리도 일상의 잔소리와 함께 튼튼하게 만들어봐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