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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체험수기] 내가 쓴 "아빠 육아 휴직"은 멋졌다!!

내가 쓴 아빠 육아 휴직은 멋졌다!!

 

 2022년 겨울은 매우 추웠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상 이상이 원인이었겠지만 내 마음속 차갑게 얼어붙은 응어리들이 녹지 않아 더 추웠을 것 같다. 내가 다니는 회사는 3년마다 나라에서 평가를 받는다. 평가를 받기 1년 전부터 평가준비를 하기 시작하는데 평가받기 한 달 전이면 대부분 야근을 할 만큼 바빠진다. 20228월경 평가를 받아야 하는데 202207월에 둘째 아이가 태어났다. 아이가 태어난 기쁨도 잠시 평가 준비를 해야 하는 현실이 다시 내 마음을 덮어 버렸다. 더욱이 한 달 밖에 남지 않은 평가였다. 법 개정으로 배우자 출산휴가를 10일간 쓸 수 있었는데 평가 준비가 걱정이 되어 10일을 온전히 쓰지 못하고 우선 분할하여 5일 간만 휴가를 썼다. 내가 아니면 아내와 두 아이들을 돌봐줄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휴가 내내 평가 준비가 걱정이 되었다. ‘배우자 출산 휴가를 쓰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 난 행복하다라며 자기 암시를 하며 걱정을 무마시켰지만 여전히 불안감이 엄습했다.

다행히도 둘째와 와이프 모두 건강하여 집으로 복귀하였고 나 또한 회사로 복귀하여 평가준비를 마쳤다. 평가를 마치긴 했지만 평가준비 간 겪었던 스트레스와 집에 가도 제대로 휴식을 취할 수 없었던 시간들이 점점 나를 힘들게 하였다. 회사에서도 잦은 실수와 신속하지 못한 업무처리로 상사와의 갈등이 극에 달했다. 누군가에게 이런 고민을 말하는 것이 힘들었다. 알아주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계속 지쳐갔고 둘째 아이를 만난 아빠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안색이 좋지 못했었다.

결국 202212월 중대한 결심을 하게 되었다. 오랜 기간 와이프를 설득하고 집에서 휴식을 취하기로 말이다. 다행히도 와이프는 나 대신 일을 하겠다며 지친 나를 위로해 주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내는 표현은 어리숙하지만 나를 진정으로 아껴주는 것이 틀림없는 것 같다. 이런 와이프의 배려와 사랑 덕분에 202212월 회사에 1년간 육아휴직을 한다고 말을 하였다 회사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게 여겼다. 남자가 육아휴직을 쓴 사례는 내가 처음이었기 때문이었다. 요즘은 점점 아빠육아휴직이 자연스러운 사회현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아직 중소기업에서는 이를 받아들일 수 있는 여건이 부족하고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지 않아 남자가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것이 쉽지 만은 않았다. 하지만 반대로 여성이 육아휴직을 쓰는 것은 출산휴가와 붙여서 사용하는 것에 대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다. 어떻게 보면 역차별이 아닌가 싶었다. 나는 내가 처음으로 육아휴직을 쓴다면 기관에 좋은 이미지를 줄 수 있을 것이라 설득했다. 남자도 차별 없이 육아휴직을 할 수 있는 시설이라는 긍정적인 이미지를 제고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부분은 긍정적으로 생각해 주는 듯하였다.

그리고 내가 육아휴직을 함으로써 팀원들에게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육아휴직 쓰는 것을 권장하지 않았다. 다른 부서는 쉽게 쓰는데 나만 되지 않을까 가슴이 답답했었다. 팀원들이 힘들어진다라는 말은 정말 뼈아팠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입히는 것이 참 싫었던 나였는데 내가 육아휴직을 쓰면 팀원들이 힘들어진다는 말을 들으니까 힘들었다. 이렇게까지 해서 육아휴직을 사용해야 하나라며 이성의 끈을 놓아 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여기서 포기하면 회사 내에 남자들은 육아휴직 쓰는 것이 정말 어려워질 것 같았다. 마치 내가 남성 대표가 된 듯한 느낌을 받았고 포기하지 않고 협상을 했다.

협상의 결과는 모든 일처리를 마치고 후임자가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매뉴얼을 만들어 놓고 육아휴직을 써도 된다는 것이었다. 당연한 말이었지만 이 작업이 정말 힘들었었다. 회사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가 되었지만 내가 맡은 일들이 이렇게 많았나 싶을 정도로 암울했었다. 이런 작업들 때문에도 육아휴직을 쓰는 것이 쉽지 않았다.

어려운 일들이 있었지만 잘 해결하고 아빠육아휴직을 할 수 있었다. 회사 일이 힘들어 육아휴직을 도피처로 생각하고 악용했다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 또한 육아휴직을 사용한 이유가 꼭 육아 때문이라고는 말을 못 한다. 회사 일이 힘들었기 때문에 육아휴직을 사용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졌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빠육아휴직을 사용하기까지 정말 많은 생각들을 했다. 내가 계속 회사를 다니는 것이 맞는 것일까? 스트레스로 인해 실수가 잦고 업무처리가 늦는 내가 계속 있는 것이 회사에 이익일까? 아이에게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행동은 과연 무엇일까? 라며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 끝에 나온 것이 아빠육아휴직이었다. 평소에도 아이들을 잘 케어한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고 아이들도 나를 잘 따랐기 때문에 육아휴직을 쓰는 것도 가정의 평화를 지킬 수 있는 길이겠다고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이 생각은 결과적으로 정말 옳은 것이었다. 2022년 정말 차가웠던 마음속 응어리는 육아휴직기간 중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으로 모두 녹아내렸고 기쁨으로 가득 찼기 때문이다. 아빠육아휴직을 하면서 둘째 아이와는 올바른 애착을 형성하였고 둘째 아이는 그 누구보다도 아빠를 의지하고 신뢰하게 되었다. 2022년 내가 했던 아빠 육아 휴직은 너무나도 멋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