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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체험수기] 새로운세상

2020년 10월 16일, 고혈압으로 고생하던 아내로부터 갑자기 아이를 낳게 됐다고 연락이 왔다.회사에서 전화를 받고 어찌나 가슴이 철렁이던지. 10개월을 다 채우지 못하고 6주나 빨리 태어나는 아기와 혼자서 수술대에 오를 준비를 하는 아내의 모습이 상상 돼 마음 졸이며, 병원으로 향했다. 

2.2kg으로 태어난 작고 소중한 아이는, 엄마의 모습을 마주하지 못하고 바로 전남대학교 병원으로 향했다. 나는 아내가 마취 후 깨어나는 걸 보지도 못하고, 곧장 아이와 함께 했다. 보호자라는 역할로 들어간 NICU(신생아집중치료실). 지금 돌이켜봐도 모든 게 낯설고, 긴장됐던 시간들이다. 그렇게 아이를 중환자실에 입원 시키고, 나는 아내에게 향했다. 

아내는 마취에서 깨어나자마자 아기는 괜찮은지 물었다고 한다. 눈을 제대로 뜨지도 못한 채 아기의 건강을 물었을 아내는, 수술대에 올라가기까지 얼마나 무서웠을까? 마음이 참 먹먹했다. 하지만 아내는 아기를 향한 걱정과 궁금함을 마음 한 켠에 내려놓고, 아기에게 모유를 주고자 힘썼다. 아내의 정성 덕분일까? 정말 다행히 아내와 아기는 잘 회복해갔고, 일주일 뒤 우리는 만날 수 있었다.

그렇게 시작된 새로운 가족의 삶. 인생 선배들에게 말로만 들었던 새로운 세상이 펼쳐졌다. 아내와 결혼하면서 고향에서 광주로 내려와 터를 잡은 나로서는, 광주에 살고 있는 것도 참 새로웠는데, 이곳에서 아이를 낳고 한 가정을 꾸리게 되다니. 말로 다 표현하지 못할 만큼 감격적이기도, 또 아빠, 남편의 역할에 대한 부담감으로 마음이 무거워 지기도 했다. 한동안 고향에 계신 부모님이 떠올라 외롭고, 허전하기도 했다. 그럴수록 난 아내와 더 많이 대화하며, 그 마음을 덜어내고자 노력했다. 아내도 나도 처음 겪게 되는 모든 과정이 무섭고, 불안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럴수록 우린 서로의 눈을 마주보며, 그 불안함을 나눴다. 그렇게 우린 조금씩 단단해지고 있었다. 

아이가 두 돌을 맞이한 지금, 아이가 건강하게 성장한 만큼 우리도, 부모로서 성장하고 있다. 예고 없이 열이 나는 아이를 붙들고 응급실에 가서 맘 졸인 여러 날, 아픈 아이를 돌보기 위해 회사 눈치를 보며 아내와 번갈아 연차를 쓴 여러 날, 아이의 발달 과정을 익히기 위해 수없이 찾아본 여러 책과 유튜브. 돌이켜보면 매번 하나의 단계를 깨 나가듯이, 정신없이 살았던 것 같다. 아직도 우리에게 육아는 어렵고, 어렵다. 하지만 함께 하는 우리가 있고, 우리를 바라보는 아이가 있기에 너무 조급해하지 않으려 한다.  

새로운 세상을 선물해준 아이. 나만 보던 삶에, 우리가 함께 하는 삶의 소중함을 알려준 아이. 한 아이의 인생을 함께 살아낸다는 것이 아직도 나에겐 큰 숙제지만, 서로를 향한 사랑이 그 무게를 덜어주고 있음을 느낀다. 아이와 함께 커가는 나와 아내의 모습이 참 대견하고, 고맙다. 앞으로 우리는 어떤 모습일까? 언젠가는 모진 말로 서로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순간이 오겠지. 하지만 그때도 우리 손을 꼭 맞잡고, 서로를 마주하며, 함께 삶을 살아가자. 사랑해, 우리 가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