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체험수기]너를 성장시키며 나도 함께 성장한다.
- 등록일 : 2022-11-12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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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한승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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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7월 28일 내 인생 가장 더웠지만 가장 따뜻했던 여름, 모두의 휴대전화 사진 앨범에 시원한 물놀이 사진이 채워질 때 내 기억 속 가장 작고 소중했던 널 앨범에 담았다.
너와의 첫 만남을 뒤로하고 올라간 입원실에서 엄마는 몇 안 되는 너의 사진을 보며 뜬눈으로 아침을 맞이했고, 아빠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꿈을 꾸었던 것 같아. 하지만 조리원에서 나와서 너와 함께한 집에서의 첫 새벽은, 창문 밖 꺼지지 않던 가로등이 너무나 야속했고, 어쩌면 너보다도 시계를 더 많이 봤던 새벽이었을 지도 몰라.
작고 눈도 못 뜨고 있는 아이에게 엄마·아빠의 행동 하나하나가 너의 건강과 미래에 좋은 영향만을 주고 싶었어. 너를 잠깐만 만지기 전에도 손을 깨끗하게 씻어야 한다는 강박감에 엄마·아빠의 손이 여름에도 다 갈라지고 건조함에 피가 났으니 말이야.
그렇게 엄마·아빠의 삶에 들어온, 어쩌면 삶이 되어버린 너
지금도 엄마·아빠의 바람은 너의 건강과 행복이다. 돌 즈음, 돌 치레라는 너의 성장 발판이, 마음이 운다는 표현을 알게 해주었다. 작고 뽀얀 손에 주사를 놓아야 하고 그런 너를 마음속으로 울며 잡고 있었던 것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몰라. 그런데 그런 마음이 무색하게도 넌 입원실에서도 잘 웃고 활발한 모습이 내 마음을 더 강하게 만들어줬어.
언젠간 너에게 이야기할 날이 오겠지. 코로나라는 못된 바이러스로부터 엄마 배 속에 있는 널 지키기 위해 엄마가 포기했던 것들과 희생한 것들도.
그리고 그 바이러스가 널 힘들게 했던 일. 병원에서 코로나에 확진된 너를 받아주지 않아 구급차에서 축 늘어진 너와 울음을 참고 있던 너희 엄마를 보며 두 시간 동안 전국 대학병원과 아동병원에 검사를 부탁하던 너무나 야속했던 시간을.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마음이 날 더 강하게 만들었다는 것보다 아빠가 강해야만 한다는 책임감을 심어주었어.
회사에서 일하다가 받은 너의 첫 뒤집기, 첫걸음 동영상, 스스로 해내는 모습이 엄마·아빠에게 잘하고 있다는 마음을 표현해 주려던 게 아닐까. 앞으로도 너의 처음에 누구보다 응원할 거야
어린이집에 가던 날. 너의 첫 사회생활에 믿음보다는 걱정이 앞설 수밖에 없었다.
친구들과 잘 어울릴 수 있을지 선생님으로부터 웃는 사진을 받아볼 수 있을지.하지만 적응에 힘들어하는 모습에 우리의 욕심이 널 힘들게 하는 건 아닐까 걱정도 많이 했지. 힘든 적응 기간을 보내고 누구보다 잘 다니는 모습에 “역시 우리 아들”이라는 말로 마음을 쓸어내렸다.
그렇지만 어린이집 차에서 손을 흔들며 웃고 있는 널 보면 함께 웃어주는 아빠의 입과는 달리, 왜 마음 한쪽이 이렇게 아픈지 모르겠다.
벌써 너가 태어난 지 30개월쯤, 엄마·아빠가 너를 성장시키고 있는 줄만 알았는데, 돌이켜보면 너는 항상 잘하고 있었고 우리의 마음이 성장하고 있더라.
앞으로의 우리 가족이 성장할 수 있는 것은 너가 건강하고 밝게 웃어주는 일이면 충분해. 너의 성장을 누구보다 응원하고 지원할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