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체험수기참가) 이준아, 만나서 반가워
- 등록일 : 2022-11-12 03:58
- 카테고리 : 카테고리 없음
- 작성자 : 이승민
- 조회수 : 1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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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4시 알람같이 준이가 울어댄다.
낑낑, 아아앙, 으으응,
몸도 무겁고 눈도 무거운 와중 왜 이리 아기를 안기 전 화장실은 가고 싶은지.
0.01초라도 나만의 시간을 가지고 싶은 욕구가 일어나는지 아님 정말 자연스러운 생리 현상인지 간혹 생각해 본다. 후다닥 화장실을 다녀와 첫째가 깨어날까 나만의 특별한 4시 알람 (이준)을 들고 재빠르게 거실로 나와 기저귀를 갈아준 후 무거운 내 몸이 귀여운 새벽 알람 준이 옆에 스스르 눕고 만다.
낑낑. 몇초간 깜박 잠든 사이 다시 아기의 용 쓰는 소리에 놀라 정신없이 일어나 아기 상태를 확인해본다. 옛 어른들 말씀에 아기가 웅크리고 있던 몸을 필려고 할 때를 용쓴다라고 말한다라고 한다 100일 가까이 되면 덜 하게 된다고.
우리 준이는 꼭 새벽 4시 부터 아침 7시까지 알람처럼 몸 다리를 쭉쭉 펴가며 앓은 소리를 낸다. 열 달 동안 내 뱃속에 웅크렸던 다리 몸을 펴가는 증거일 까?
오늘은 웬지 나의 단짝과 함께 이 알람소리를 듣고 싶어진다.
사실 둘째를 가지기전 신랑과 의견이 달라 많이 부딪혔다. 첫째아이와 나이차이, 둘째까지 돌본다면 우리의 인생이 없으며, 부모로만 평생을 살아야한다라고 말하거나 본인은 몇살까지 가족부양을 위해 일을 해야 하냐며, 가족도 있지만 자신 삶도 중요하다던 신랑이였다. 좋은 것은 좋다라고 감정을 표현이 서툰 사람이라 준이가 태어난 후에도 낯선이가 집에 있는 것 처럼 둘째를 대면 대면 하게 대하는 듯 했다. 그때 좀 많이 서운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신랑이 조용히 육아에 동참 중이여 준이를 안아보거나 장난을 쳐보기도 한다.
처음 준이를 가졌다는 말에 가장으로서의 책임감 때문에 어깨가 무겁다라는 말을 서슴없이 말하던 신랑이였지만 이제는 너무 귀여워 어쩔줄 몰라하며 준이를 안고 웃어보인다.
6시 쯤 수유를 마치고 신랑을 깨워 준이를 돌보라고 시켜본다. 나는 지금 당신과 첫째를 위해 밥을 해야하니 언릉 일어나 아이를 돌보라고 재촉여본다. 우리 신랑은 마법처럼 잠을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아기를 잘 돌보는 남자다.
아이가 너무 잠을 안자고 보채면 나도 모르겠다, 집안 일이나 하자라며 저녁 설거지를 해버린다. 육아 도피를 하고 싶은 마음에 아이가 울고 있어도 설거지를 강행하기도 한다. 그러다 준이가 너무 조용하다싶어 아기가 누워 있는 거실쪽을 바라보면 아기는 사라지고 없다. 신랑이 조용히 자기 옆에 눕혀 같이 잠을 자고 있던 것이다. 아기 재우기에 천부적인 재능을 지금까지 신랑이 숨겨두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너무 둘째를 가지고 싶어 낳았지만 그동안 육아의 고통을 잊고 있었고 신랑은 잊지 않고 있었던 것일까? 육아 고통을 호소하던 신랑은 어느순간 나보다 더 뛰어난 육아 스킬을 구사하고 있으며 아이를 보고 즐거워하고 있다.. 첫 째 때도 6개월 가량 신랑이 육아를 100프로 도맡아 한적이 있기 때문에 육아를 모르지는 않는다. 그저 엄마인 내가 잠시 잊고 있던 것이였다.
육아에 동참하지 않겠다던 신랑은 그동안 나에게도 보여주지 않던 다양한 기술로 아기랑 놀아주고 있다. 준이가 끊임없이 울어 재끼면 첫째와 나의 혼을 쏙 빼갈 때 쯤 신랑이 나타나 아기를 평온하게 만들어 버린다. 미웠던 신랑이였지만 그 모습에 마음 한 구석에 고마운 마음이 생겨난다. 아직도 아기는 100일이 안 돼서 낮과 밤 구분없이 울고 잠자기만 한다. 내가 육아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는 것인지 아님 나의 생존을 위한 육아를 하는 것인지 두 사이를 구별할 수 없이 비몽사몽 육아를 하고 있는 중이다. 그나마 놀라운 기술을 보유한 육아 슈퍼맨 신랑 덕에 숨쉴 수 있는 잠깐의 시간이 생겨난다.
육아에 있어 적은 부부간의 불일치 된 의견일 것이다. 간혹 부부간 의견이 달라 언성이 올라가기도 한다. 어느날 나와 신랑이 목소리를 올려가며 언쟁을 했다.
그 날 첫째가 조용히 이준이 옆에 앉아 있기만 하는 것이다.
오늘도 부모로써 아이들 앞에 성숙하지 못한 모습을 보이고 말았다. 이유같지 않는 온갖가지 이유를 아이에게 설명하며 구차한 변명을 해본다."너도 친구와 의견이 다르면 목소리가 올라가지. 엄마 아빠도 의견이 달라 목소리가 커지는 거였어. 서로의 목소리가 잘 안 들려서, 어느 부부나 이렇게 다투면서 의견을 맞춰가는 거야" 그리고 반성의 말" 미안해"
조용히 듣고 있던 첫째가 내말이 끝나자 대답한다.
"엄마 나 사실 너무 무서웠어. 그런데 이준이가 혼자 있으면 무서울까봐 내가 옆에서 꼭 지켜주고 있었어" 고명 딸로 마음이 여린줄 알았는데 동생을 지켜야 하는 책임감이 생긴 딸의 모습에 놀라고 어느 순간 마음이 단단해져 있었다. 누나로서 준비가 된 상태로 부모로써 챙피함을 느끼게 한다.
오늘 첫째 딸이 자신이 만든 책을 나에게 선물로 주고, 행복한 얼굴을 하며 학교에 등교 한다. 나는 정신없이 신랑과 아이를 출근 등교시켜놓고 첫째 아이가 만든 책을 읽어 보았다.
제목. 우리집은 동생 마음대로
나는 학교 갈때 동생 생각밖에 안 난다. 그래서 너무 너무 보고싶다. 화날 때 기쁠 때 슬플 때 동생을 보면 좋다.
나의 마음이 쿵쾅 쿵쾅 마쉬멜로가 녹듯이 부드럽게 녹아내린다. 정말 둘째를 낳기 잘 했다라는 마음이 생겨난다. 퇴근 후 신랑도 그 책을 읽고 낳기를 잘 했다면 처음으로 둘째의 소중함을 인정했다.
요즘에는 나라 정책이 잘 되어 있어서 첫째와 달리 둘째 아이 육아에 필요한 경비지출 문제로는 다툴 일도 없어졌다.
단지 지친 육아로 신랑가 한 두 마디에 서로 날카로워져서 다투기도 하지만 첫째 둘째를 위해 서로가 최선을 다 하고 있다라는 것은 느껴지고 신랑이 둘째를 향하는 사랑의 마음이 느껴진다. 신랑과 첫째 아이가 서로 준이를 먼저 안아 보겠다고 덜 투닥거렸으면 한다.
준이야 우리집에 와줘서 얼마나 기쁜 줄 모르겠다. 준이야 만나서 반가워. 힘들기도 하지만 너가 와줘서 가족끼리 더 단단해지고 삶의 원동력이 되어주고 있구나.
아직도 엄마 아빠는 부모로서 열심히 배우고 커나가고 있어. 잘 할테니 몸 건강하게 잘 자라주렴
사랑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