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체험수기> 저는 현재 한부모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 등록일 : 2022-11-11 14:41
- 카테고리 : 카테고리 없음
- 작성자 : 안유현
- 조회수 : 1172
저는 현재 한부모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앞으로의 삶이 막막하고 답답하기만 했지요. 고통스러운 마음을 나눌 이도 없어 돌 지난 아이를 앞에 두고 매일같이 눈물만 흘렸습니다. 인생은 왜 이리 허무하기만 할까요. 저는 왜 잘난 것 하나 없어 이리 비참해지기만 할까요. 어째서 차가운 시련만 다가올까요. 세상이 싫고 두려워서 끈을 놓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스트레스로 몸은 여기저기 아프고, 한 달 동안 하혈을 했으며, 아무것도 씹지 못했지요. 죽이라도 먹고 나면 속에서 받질 않아 개워 내고, 정신과 약으로 버티며 겨우 숨만 쉬었습니다. 그러다 한참을 서럽게 울부짖었습니다. ‘이 아이를 잘 키워낼 수 있을까’, ‘자라면서 부족함을 느끼지는 않을까’, ‘나의 불행함을 아이에게 물려주진 않을까’. 많은 걱정과 답 없는 고민을 하며 괴로운 나날들을 보냈습니다. 그 생각들은 절벽 끝에 이르러 ‘그냥 낳지 말걸’. ‘결혼 하지 말걸’로 일축되며 아이를 훌륭하게 키워내지 못할 것 같다는 두려움에 자책하곤 했습니다. 쏟아지는 눈물과 절망을 멈출 수가 없었습니다. 하루하루 사는 게 지옥 같았어요. 그러다 어느 날, 아이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울부짖는 엄마를 바라보는 슬픈 눈. 엄마가 왜 우는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두려운 눈. 저는 서서히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습니다.
작고 소중한 아이. 엄마 밖에 모르는 내 아이에게 미안하고, 또 미안했습니다. ‘낳은 건 난데. 이 아이는 아무런 죄가 없는데’. 죄인이 되어 아이를 끌어안고 또 울었습니다. 그러나 그 눈물은 절망이 담긴 눈물이 아니라 아이에 대한 미안함과 살기 위해 다짐하며 흘린 눈물이었습니다. 그 후로 저는 아이만 바라보고 살기로 작정했습니다. ‘나는 엄마다. 엄마는 강하다. 이 아이는 죄가 없고, 모든 것은 내가 선택한 거다. 내가 책임질 거다. 절대로 나의 불행을 이 아이에게 물려주지 않을 거다.’ 다짐하고 또 다짐했습니다.
억척스럽게 앞만 보고 지냈던 것 같습니다. 제 자신을 돌아볼 여유는 사치였습니다. 보조양육자가 없기에 혼자 많은 것들을 감당해야하는 것이 너무 힘들었습니다. 자다가 갑자기 열이 펄펄 끓을 때면 아이가 어떻게 될까 두려움에 떨며 혼자 아이를 들쳐 업고 응급실로 뛰어야 했고, 언제 갑자기 입원할지 모르니 여행용 캐리어에 입원용품을 챙겨 차에 항상 싣고 다녔습니다. 저는 그 때마다 줄어드는 연차를 손가락으로 세어가며 조마조마했습니다. 한숨이 절로 나왔습니다. 긴장되는 일상의 연속으로 여기저기 쑤시고 아팠지만 마음대로 아플 수도 없었습니다. 제가 입원하게 되면 아이를 장기간 맡길 곳이 없었으니까요.
지간이 지나, 이제야 조금 숨을 쉽니다. 아직도 갈 길이 멀고 험하지만 아이를 보며 웃음을 짓고 하루를 마무리 합니다. 아이에게 이 세상의 전부는 저니까요. 저는 이 아이에게 불행과 절망을 안겨줄 수 없습니다. 오직 그 마음만으로 지난 일 년을 살아왔고, 앞으로의 인생 또한 아이를 위해 바칠 겁니다. 저 또한 아이가 세상의 전부거든요.
아이에게 언제나 사랑하고 또 사랑한다는 말을 전해주고 싶습니다. 네 덕분에 엄만 살았고, 네 덕분에 엄만 웃는다고요. 태어나줘서 정말 고맙다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