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체험수기] 청개구리 예쁜 내 딸
- 등록일 : 2022-11-10 10:37
- 카테고리 : 카테고리 없음
- 작성자 : 채순화
- 조회수 : 1262
[육아체험수기]
제목: 청개구리 예쁜 내 딸
내 딸은 내향형 엄마, 아빠 사이에 태어난 외향형 아이, 애교도 많고 말도 곧잘하고 자기 주장이 생겨나고 있는 24개월된 예쁜 청개구리 오한나입니다. 늘 옹알이만 듣다가 어느새 말이 트이더니 작고 귀여운 입에서 예상치 못한 말들이 나올때면 감동하기도 놀라기도 하는 요즘을 보내고 있습니다.
요새 다니고 있는 교회는 저녁마다 기도회가 있어 딸 아이와 함께 가고 있습니다. 한나는 교회 가는것을 무척 좋아합니다. 물론 예배가 목적이 아니라 친구들을 만나 함께 간식도 나눠먹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노는 재미에 가는 것을 좋아합니다. 유독 많이 돌아다녔던 어느 저녁에 저는 교회를 나서며 한나에게 물었습니다. “한나야, 한나는 오늘 예배를 드렸어? 아님 놀았어?”라고 물으니 한나가 이렇게 대답합니다. “예배는 드렸는데 내가 돌아다녀서 시끄럽게 했어~” 저는 예상치 못한 답변 솜씨와 상당히 자기를 객관화한 평가에 두번 놀랐습니다. 지나가시다 그 대답을 들은 한 목사님이 한나에게 웃으시며 “한나야 다른 언니, 오빠들은 모두 앉아서 예배 드렸지? 한나도 내일은 앉아서 예배 드려~ 목사님이 내일 지켜볼꺼야~” 하셨습니다. 마지못해 “네..”하고 대답하는듯 하더니 목사님이 뒤돌아서 가시자마자 나에게 이렇게 말하는 겁니다. “엄마~ 근데 목사님이 나 왜 혼내는거야?” 자기가 돌아다니고 시끄럽게는 했지만 목사님이 자기를 왜 혼내는지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나 봅니다.
그리고 몇일 후 있었던 일입니다. 한나는 저녁에 교회에 가서 친구들과 나눠먹겠다며 젤리 봉지 하나를 챙겨갔습니다. 교회에 도착하자마자 봉지를 뜯어달라고 하고는 친구들이 있는 유아실로 달려 들어갔습니다. 저는 사이좋게 놀고 있으리라 믿고 밖에 앉아있었습니다. 그런데 왠지 모를 불길한 느낌이 들어 십여분 뒤에 유아실로 들어가 보았습니다. 이게 왠걸 한나는 빈 봉지를 손에 들고 나오려고 신발을 신고 있었고, 다른 아이들은 모두 오열을 하고 있었습니다. 같이 계셨던 한 아이 엄마에게 무슨 일이냐고 물어보니 친구들이 같이 나눠먹자고 아무리 손을 내밀어도 하나도 주지 않고 혼자 다 먹어버렸다는 것입니다. 그리고는 아이가 너무 울어 젤리 사다주려고 나가는 길이라고 하셨습니다. 아이들과 엄마들에게 이 상황이 너무 민망하고 미안했습니다.
그날밤 저는 이런 저런 생각에 잠이 잘 오지 않았습니다. ‘우리 한나는 사람을 좋아하고, 도와주기 좋아하고, 나눠주기 좋아하는데.. 왜그랬을까..?’ ‘아이와 아이 엄마 마음이 많이 상했으면 어쩌지?’ 이런 저런 생각 끝에 저는 아직 24개월 밖에 되지 않은 어린 아이에게 봉지하나를 쥐어주면서 사이좋게 나눠먹으리라고 생각한 나의 생각이 잘못 되었음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바로 쿠팡으로 낱개로 된 젤리를 주문했습니다. 다음날 배송 온 젤리가 한가득 든 바구니를 보고 한나는 너무 좋아했습니다. 저는 한나에게 아빠가 한나를 위해 사주신거야라고 말하고는 한마디를 덧붙였습니다. “한나야 아빠가 이렇게 많이 사주신거는 친구들과 나눠먹으라고 사주신거야~ 한나가 오늘 교회에 가면 친구들에게 나눠줄까?”라고 물으니 한나가 이렇게 대답합니다. “싫어~” 청개구리 한나다운 대답이였습니다.
교회 갈 시간이 되자 한나는 곰돌이 가방들고서 “에스더~ 예준이~ 유하~ 시하~”하며 젤리를 넣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교회에 도착하자마자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나에게 오더니 “엄마~ 에스더 언니가 안보여”라고 말했습니다. 오자마자 친구들에게 젤리를 나눠주고 싶었나 봅니다. 친구들이 있는 곳을 찾아 데려다 주었습니다. 저는 또 친구들 앞에서 마음이 돌변하지는 않을까 마음이 조마조마 했습니다. 한나 손에 들린 젤리를 보고 자동으로 손이 나오는 친구들 표정에서도 왠지 불안감이 엿보였습니다. 한나는 신이나서 친구 한명 한명에게 달려가 젤리를 나눠주었습니다. 저는 그제서야 안도의 숨이 쉬어졌습니다. 친구들도 한나에게 “고마워~” 하며 다른 간식들도 함께 나눠먹으며 즐겁게 놀다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한나에게 저는 물었습니다. “오늘 한나 친구들에게 간식을 나눠주고 함께 먹으니까 기분이 어땠어? 어제는 한나가 나 혼자 다 먹을꺼야~ 하니까 친구들이 속상해하고 울었지? 그런데 오늘은 기쁘게 나눠주니까 친구들도 모두 좋아했지~ 한나는 어떤 친구들 모습이 더 좋았어?”라고 묻자 한나가 양쪽 검지 손가락을 양볼에 갖다 대더니 웃으며 이렇게 대답을 했습니다. “이렇게 웃는거~” 사랑스럽게 대답하는 한나를 저는 안아주며 “엄마도 한나가 기쁘게 나눠주는 모습을 보니까 너무 행복했어. 우리 한나가 자랑스러웠어~”라고 해주었습니다.
가끔씩 24개월 밖엔 아이를 다 큰 어른처럼 생각하고 대할때가 있습니다. 당연히 어른처럼 상대방의 기분을 살피고 행동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아직 이 아이는 자신이 행동이 남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지, 기분이 어떨지 알지 못하는 어린 아이일 뿐입니다. 아직 어린 아이들은 당연히 아는것이 아니라 하나 하나 배워가야하는 때입니다. 다그치고 혼내기 전에 자신의 행동으로 남이 어떻게 느꼈을지 말해주고 더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방향제시를 해주면 된다는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그렇게하면 청개구리 한나는 자신이 기쁘게 느끼는 쪽으로 폴짝 폴짝 뛰어갈 것입니다. 청개구리 한나 덕분에 초보 엄마인 저도 생각이 이리 저리 하루 종일 뛰며 함께 자라나고 있습니다.
고마운 내 딸, 한나야 지금처럼 밝고 건강하게 자라렴. 넌 존재 자체로 이미 기쁨이야. 사랑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