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체험수기 공모전]20대의 끝자락에 찾아온 천사, 너에게는 가난을 물려주지 않으리
- 등록일 : 2022-11-09 09:39
- 카테고리 : 카테고리 없음
- 작성자 : 강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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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20대의 끝자락에 찾아온 천사, 너에게는 가난을 물려주지 않으리.
결혼 전, 나의 퇴근길을 책임져 주었던 지금의 남편에게 장난스레 했던 말.
“세상에 아마 나보다 게으른 사람은 없을 거야.”
평일에는 퇴근하고 집에 와 옷도 갈아입지 않은 채로 휴대폰을 보다 잠들고, 주말에는 오후 2시쯤 일어나 저녁 느즈막한 시간에 있는 약속을 터덜터덜 나가곤 했던 일상.
집에는 오직 김치와 라면만이 부엌을 채우고 있었고, 쓰레기와 설거지가 며칠을 쌓여있어도 그걸 밟고 넘어지기 전까지는 치우는 일이 없었다. 정해진 일과 외에는 그 어떤 것도 도전해 볼 생각도 용기도 없었던 20대의 나는 눈에 생기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어린 시절, 시골에서 태어나 늘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던 가난은 알게 모르게 나를 병들게 하고 있었고, 그 기억은 성인이 되어 멀쩡하게 직장을 다니며 잘 살고 있는 나의 발목을 잡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서럽고 지우고 싶은 기억이지만 극복할 수 없는 산이라고 여겼고, 점점 무기력함이 나를 지배하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결혼식을 2달 앞두고 갑자기 찾아온 생명. 내 스스로가 완벽하지 않고 성숙하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처음에는 버겁고 당황스럽기만 했다. 하지만 너의 심장소리와 함께 배 안에서 느껴지는 너의 움직임까지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 것이 없고 네가 태어나 내 품에 안길 때는 정말 잊을 수가 없다. 너를 위해 정말 달라지자고 결심했고 난 변화했다.
쉬는 날이면 오전에 눈을 뜨는 법이 없었던 나는 아침 9시면 일어나 너의 젖병을 소독했다. 온 집안을 청소기로 밀고 너의 옷과 이불을 항상 청결히 관리했다. 그 사람이 사는 ‘공간’은 그 사람의 ‘상태’를 말해준다고 하는데 이렇게 하면서 지난 20대의 내가 얼마나 아프고 병들어있었는지 비로소야 알게 되었다. 첫 발을 떼고 나니 그다음부터는 쉬워졌다. 가난을 대물림해주지 않겠다고 다짐했고, 어떻게 하면 아이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서도 합리적인 방법으로 육아를 할 수 있을지 매일 연구하고 찾아보았다.
어디서 정보를 얻어야할까, 어떻게 하면 육아지원제도를 효율적으로 잘 사용 할 수 있을까. 광주육아종합지원센터나 광주 아이키움, 광주 맘카페까지 육아와 관련된 사이트들을 자주 방문하며 여러 제도를 활용하였다. 베이비카페나 키즈카페보다는 저렴하면서도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는 문화센터를 이용하거나 광주육아종합지원센터 등에서 지원하는 체험 프로그램을 이용하고 있으며, 또한 육아용품이나 장난감은 집 안에 산처럼 쌓아놓고 사용하지 않고 중고거래를 하거나 장난감 도서관에서 대여를 하고 있다. 그렇게 해서 최대한 줄인 육아비용은 매달 들어오는 지원금에서 분유, 기저귀, 예방접종 등 최소한의 금액만을 쓰고 남겨 항상 저금해 주었다. 가족들, 지인들에게 받은 용돈까지 모두.
너의 통장에 차곡차곡 쌓여가는 돈은 나에겐 단순히 돈이 아니었다. 그것은 어린 시절을 온전히 좋은 기억으로 간직할 수 없게 만들었던 가난을 끊는 첫걸음이고, 너에 대한 나의 조건 없는 사랑이며, 너를 지켜주는 울타리와도 같은 것이었다. 수십 년간 나를 키워왔던 우리 친정엄마의 잔소리도 바꾸지 못했던, 나 자신도 스스로 이겨낼 수 없덨던 나의 한계를 극복하게 만들어준 나의 천사, 건강하고 바른 어른으로 자라 내가 너에게 준 사랑만큼 너의 아이에게도 행복만을 안겨 주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