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체험수기]나도 '애기엄마'가 되었다.
- 등록일 : 2022-11-08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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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신지영
- 조회수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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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아이키움 – 육아 체험 수기 공모전>
나도 '애기엄마'가 되었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결혼하면 아이는 3명 낳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남편에게 나는 아기 낳고 '애기엄마, OO엄마'라고 불리고 싶지 않다고 내 이름으로 불리고 싶다고 했다.
그런데 그 듣기 싫다고 했던 '애기엄마'가 되기가 이렇게 힘들 줄은, 아이를 가지기가 이렇게 어려울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2018년 5월에 결혼한 우리는 "언젠가 아이가 오겠지."라고 막연히 생각했다. 신혼 생활을 즐기는 게 좋을 때라고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말라고 주변에서도 말해서 나도 별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근무처가 어린이도서관으로 바뀌면서 도서관에 오는 아이들을 많이 보게 되었다. 귀엽게 인사해주는 아이들, 프로그램 참여하러 오는 아이들, 엄마, 아빠 손을 잡고 책을 빌리러 오는 아이들이 어찌나 예뻐 보이던지. 막연히 '아이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나는 '왜 나만 아이가 없을까.'라는 생각에 빠지게 되었다. 남편을 붙잡고 이야기를 했다. ‘나도 나를 엄마라고 부르는 내 아이가 있으면 좋겠다.’, ‘내 아이와 같이 손잡고 도서관에 오고 싶다.’ 그렇게 나는 퇴근을 하면서 우는 날이 많아졌다.
내가 살이 쪄서 그런가 싶어서 다이어트도 하고, 한의원도 다니면서 1년이 훌쩍 흘렀다. 이렇게는 안되겠다 싶어 난임병원을 다니기 시작했다. 그렇게 난 인공수정 2회, 시험관 1회를 진행했다. 인공수정 후 시도한 시험관 시술에서 피검사 수치가 나왔다. 임신 가능성은 있으나 그래도 낮은 수치. 의사선생님은 초음파로 봤을 때 임신이 아닌 것 같지만 다음 주에 다시 확인해 보자고 했다.
일주일이 지나고 나는 기대도 안하고 혼자 병원에 갔는데 초음파로 아기집을 보게 되었다. 너무 기뻐서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눈물이 왈칵 났다. 나도 드디어 엄마가 되는구나. 기뻐도 눈물이 난다는 걸 처음 느껴보았다.
아기는 내 뱃속에서 무럭무럭 자라 2021년 12월 제왕절개로 태어났다. 자연분만을 하고 싶었지만 아기가 37주부터 하늘을 보고 있어 제왕절개를 택했다.
그런 자세를 하는 아기들을 횡아라고 하는데 요가 자세 중 고양이 자세를 하면 정상적인 자세로 돌아가는 아기들도 많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 아기는 이미 너무 커버려서 내 뱃속에서 돌 수 없었던 것 같다.
태어난 아기의 몸무게는 무려 4.45kg 슈퍼 초우량아였다. 의사선생님은 아기가 다 커서 나와서 초등학교 보내야겠다며 웃으셨다. 힘차게 울던 아기한테 내가 ‘안녕, 반가워.’ 인사를 하자 우는 소리가 잦아들었다.
아기를 낳은 후 산모들은 회복실에서 상황을 살피다 병실로 올라가는데 나는 계속 회복실에 있었다. 이유는 자궁출혈 때문이었는데 아기가 4.45kg으로 너무 커서 자궁이 빨리 수축이 안 되니 지혈도 안 되고, 그러다 보니 산모인 나는 열이 38도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양쪽 팔에 자궁수축제와 수혈 4팩을 받고도 지혈이 안 되어 결국 자궁 내 ‘풍선삽입술’을 진행했다. 사람이 코피가 나면 휴지를 넣어 지혈하는 것처럼 자궁 안에 ‘풍선’을 넣어 지혈을 하는 방법이었다. 그렇게 14시간이 지난 후에야 병실로 올라갈 수 있었다. 임신도 출산도 쉬운 것이 없었다.
아기 이름은 유준이로 정했다. 裕(넉넉할 유)에, 寯(모일 준) 풍요로운 인생을 누리고, 훌륭하게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에 지었다. 아기가 내 뱃 속에 있을 때는 나랑 무척 친한 느낌이었는데 막상 태어나니 조금 낯설고, 신기했다.
하루종일 우는 유준이와 둘이서 씨름하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배고파도 울고, 쉬를 해도 울고, 잠이 와도 울고, 온도가 안 맞아도 울고 불편하면 우는 유준이를 안고 어떻게 해야 할지 당황스러웠다.
아기를 그렇게 원하던 나인데도 유준이를 키우는 것은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었다. 모든 것이 처음 경험하는 데다 잠도 하루에 3~4시간 자다 보니 무척 힘들었다. 우스개소리로 "아기 낳을 생각만 했지, 키울 생각은 못했어!"라고 남편과 말하곤 했다. 그래도 남편이 퇴근 후 새벽 2~3시까지 유준이를 돌봐줘서 나는 그나마 쪽잠을 잘 수 있었다.
정말 남편의 적극적인 육아 협조가 없었다면 육아를 어떻게 할 수 있었을까 싶다. 그렇게 초보엄마, 초보아빠는 힘을 합쳐 유준이를 잘 키우고 있다. 지금은 상대방이 힘들어 보이면 육아 바통터치를 하곤 한다.
우리 부부가 자주 하는 말은 "나 조금 쉬니까 괜찮아졌어. 내가 더 볼게."이다. 일하다 와서 힘든 남편, 하루 종일 육아하느라 힘든 아내가 한 아이를 키울 수 있는 힘은 이런 배려가 아닐까. 하지만 우리 부부도 아기 보는 게 집안일보다 어려운 걸 알아서 서로 청소, 설거지, 빨래 등을 하려고 하기도 한다.
유준이는 수면교육을 시도하지 못했는데 그 이유는 울음소리가 너무 커서 주변에 폐를 끼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병원에서도 산후도우미 아주머니도 깜짝 놀랄 만큼 떡두꺼비, 황소개구리처럼 유준이 울음소리는 컸다. 남편이 성악을 시켜야 하나 할 정도로 복식호흡으로 우는 것 같았다.
생각을 바꿔보기로 했다. 그래, 아이가 100살까지 사는데 엄마, 아빠 품에서 잠을 자는 건 많아봐야 12살이지 않을까? 시간이 흘러 내가 유준이를 안아 재우고 싶어도 그 때는 아이는 혼자 자고 싶어 할 것이다. 지금 당장 힘들긴 해도 시간이 지나면 이 시간에 그리워질 수 있으니 그냥 안고 재우자. 안아 재우는 건 애착형성에도 좋고 유준이는 따뜻하니까 겨울이라 좋았다. 그래서 애초에 수면교육은 포기하고 안아서 재웠는데 100일이 지나자 신기하게도 안아서 재우면 불편한지 싫어하고 혼자 누워서 자기 시작했다.
나는 유준이가 눈을 마주칠 때부터 책을 읽어주기 시작했다. 아기에게 책을 본다고 말이 안 된다고 할 수도 있지만, 아기에게 책을 보여주면 생각보다 집중을 잘한다. 그리고 아기에게 책 읽어주는 것은 아기에게 책을 이해시키는 게 아니라 책을 읽는 시간에 아이와 내가 상호작용하는 거다.
나는 그림책을 읽어주며 유준이와 애착형성을 했다고 생각한다. 책을 읽으며 엄마와 스킨십을 하고 엄마 음성을 듣고, 따뜻한 그림을 보여주는 게 아기에게 행복이지 않을까?
10개월이 된 지금도 유준이는 짜증을 내다가도 내가 책을 들면 얌전히 다가온다. 유준이한테 책은 장난감이고, 엄마, 아빠와의 행복한 시간을 갖는 매개체이기 때문이다.
유준이처럼 어린 아기 책은 보드북으로 된 걸 추천한다. 양장본은 찢어버리기 때문에 좀 더 크면 보여주고, 새 책을 사는 것도 좋지만 당근마켓 등 중고거래도 괜찮다. 하지만 책장에 책을 두는 것도 한계가 있기에 공공도서관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보면 유준이는 키즈카페와 도서관을 비슷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오히려 도서관에 가면 더 흥분을 하고 키즈카페는 구경하는 느낌이다. 나는 장롱면허라 운전을 하지 못해 유준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다니거나 아기띠를 하고 버스를 타고 돌아다닌다. 12kg가 된 유준이와의 외출이 힘이 들긴 하지만 행복했다. 버스를 신기해하는 아이, 도서관에서 책을 집중해서 보는 유준이를 보면서 내일은 어디를 갈까 고민을 하는 게 즐거웠다.
그리고 독서와 연계된 공공도서관 ‘북스타트’도 추천한다. 북스타트는 "책과 함께 인생을 시작하자"는 취지 문화운동이다. 공공도서관 북스타트에는 부모교육이나 아이를 대상으로 한 책놀이 프로그램도 있고, 아기 개월 수에 맞는 책 꾸러미(에코백, 책 2권, 가이드북)도 준다. 또, 북스타트 코리아 홈페이지에서 개월 수에 맞는 추천도서목록을 볼 수 있으며 북스타트 프로그램 신청 등은 자치구 공공도서관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좋을 듯 싶다.
유준이를 낳기 전과 지금의 나는 180도 달라졌다. 새로운 세상이 열린 기분이다. 매일매일 유준이와 사랑에 빠지곤 한다. 가끔 나를 힘들게 할 때도 있지만 유준이가 한 번 싱긋 웃어주면 내 마음도 괜찮아진다. 없던 근육이 생기고, 배에 생긴 튼 살은 없어지지 않지만 그래도 괜찮다. 남편과 나만 있을 때 조용하고 여유롭던 주말도 좋았지만 지금이 사람사는 집 같아서 더 좋다. 유준이가 나를 "엄마"라고 부르는 날이 오기를 기대하고 기다려본다. 나도 드디어 "애기엄마"가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