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체험 수기] 10년 후의 나
- 등록일 : 2022-11-05 11:21
- 카테고리 : 카테고리 없음
- 작성자 : 윤혜경
- 조회수 : 3386
다른 수기들을 둘러보니 파릇파릇한 애기 살냄새가 풍기는 그런 가족들이 많다.
재미있게 글들을 읽어보면서 혼자 실없이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고 난리도 아니다.
우리 집은 그런 보송보송한 아이들도 없고 이제는 다 커버린 초딩 아들 둘만 우당탕거릴 뿐이다.
수기를 둘러보면서 나도 저런 때가 있었지 하는 순간들이 많더라.
아이들 아파서 병원 가느라 동동대던 때, 힘들게 잠 재웠는데 초인종 소리 한 방에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되어가던 그 때,
맛있게 분유 한 통 클리어 해놓고 그걸 다 토해내던 기가 막힌 그 때, 무슨 짓을 해도 다 귀엽던 그 순간들....


그 때가 생각나서 아이들 어릴 적 사진첩을 꺼내 둘러보고 혼자 한참을 웃었다.
그 때의 나로 돌아간 기분이 들었다.
그 시절 찍어두었던 동영상도 다시 돌려보면서 나도 저렇게 풋풋했던 시절이 있었구나 싶다.
그 때는 육아에 찌들어서 거울 한 번 볼 겨를도, 떡진 머리를 빗어볼 생각도 못했었는데 동영상 속의 나는 그래도 젊고 조금은 예뻐 보인다.
아무리 꾸미지 않고 추리한 상태였어도 젊음이란 게 모든 것을 가려주는 모양이다.
침대에 앉아 동영상을 재미나게 보고는 문득 나를 비추고 있는 화장대 거울 속의 나를 본다.
그 때와는 조금은 달라진, 세월의 나이를 얹어가고 있는 중년의 나를 들여다본다.
또 10여년이 지난 후의 나는 어떤 모습일지 상상해본다.
태권도를 다녀온 아이들이 먹을 것을 찾고 있다. 아들 둘을 키우면 음식이 남아나지 않는다고 하더니 이건 진짜 팩트다.
사두는 족족 만들어주는 족족 사라진다.
차라리 소를 키우는 게 더 나을 일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초딩 남아 둘을 키우는 일은 혀를 내두를 만큼 기가 막힌 장면 자주 목격한다.
보고 있으면서도 그들을 리스펙할 수 밖에 없다.
요즘 아이들은 일찍부터 미디어와 게임을 접하곤 한다지만 나는 최대한 늦게 접하게 해주고픈 마음에 그런 것들을 미리 차단시켜서 아이들과 그런 문제로 어려움은 없는 편이다.
대신 보드게임을 같이 하거나 책을 함께 읽고 공부를 함께 하는 것으로 아이들과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래서인지 가족과의 소통과 대화가 원활한 듯하다.
거울 속의 나를 보면서 미래의 나를 상상했듯이 나는 10년 후에도 아들들과 소통이 원활한 엄마로 남아 있었으면 좋겠다.
곧 하나둘 방문을 닫고 동굴 속으로 들어가 버릴 나이가 되겠지만 최소한 그 동굴 문밖에서 초인종을 누르면 반갑게 달려 나오는 아들들이 되어갔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