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체험수기]나를 성장하게 해주는 밑거름은 다른 누구도 아닌 너.
- 등록일 : 2022-11-03 11:42
- 카테고리 : 카테고리 없음
- 작성자 : 강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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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성장하게 해주는 밑거름은 다른 누구도 아닌 너.
2019년 12월 23일 새벽 4시 30분. 갑작스러운 양수 터짐으로 예정일보다 2주나 일찍 나온 우리 딸.
와이프는 좋은 사주를 주고 싶다면서 부랴부랴 장모님과 날도 잡았건만 뱃속이 답답했던 우리 딸은 예정일보다 일찍 태어나서 나이도 한 살 더 먹고 태어났다. 뱃속에서부터 역아라서 불가피하게 제왕절개 수술을 들어가던 그날 새벽. 나는 그 순간을 잊을 수 없었다.
남들에게 평범한 일들이 나에게는 평범하지 않을 수 있다고 살아왔었다. ‘와이프와 아기가 건강해야 할 텐데’ 속으로 몇 천 번씩 되뇌이고 또 되뇌었다.
“산모, 아기 모두 건강합니다” 기다림 끝에 모두 건강하다는 말을 듣고 그제서야 가슴을 쓸어내렸다. 어릴 때 부모님을 잃고 누나와 둘이 할머니 품에서 과한사랑을 받고 자랐다. 할머니의 과한 사랑에도 내 맘속은 항상 불안감과 애정이 결핍되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무슨 일을 할 때마다 불안한 마음은 잘 사라지지 않았다. 이런 내가 온전히 가정을 꾸릴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벌써 우리 딸이 태어난 지 36개월이 되어 가고 있다. 엄마보다 아빠라는 말을 먼저 하고 항상 어디 갈 때마다 아빠. 아빠 외치던 우리 딸. 첫 걸음마도 아파트 잔디밭에서 시켰는데 그때 생각하면 지금도 아련하다. 체격이 남들보다 조금 더 커서 걸음마 연습 시키기 정말 힘들었었는데....걸음마 시키면서 내 식은땀이 육수처럼 흘렀던 그 시간을 잊을 수가 없다. 지인들의 출산 소식과 육아에 관해 나에게 물어볼 때면 나도 모르게 어깨가 봉긋 올라간다. ‘나 이 정도로 아빠 노릇 하고 있구나.’
와이프는 나에게 볼멘소리 반, 기분 좋음 반으로 이야기한다. “동네 엄마들이 오빠가 육아 너무 잘해서 부럽대. 나도 열심히 하는데 췟.”
예정일보다 3주나 일찍 태어났는데도 건강하게 태어난 우리 딸이 벌써 3돌을 맞이하고 있다. 빨리 태어나서인지, 헛나이를 먹어서인지 또래보다 조금 잔병치레가 많았다. 맞벌이인 우리에게는 하루하루 목표가 하나 뿐이었다. “오늘 하루도 별탈없이 지나가자. 너만 안 아프면 돼. 건강하게 옆에 있어줘 재희야.”
우리 집에서 내 역할은 여러 가지다. 특히 아기와 놀아주는 게 주된 내 역할이다.
“아빠 이리와, 아빠 같이 놀자, 아빠 놀이터 가자, 아빠 물 마실래, 책 읽어 줘 등등”
요구사항도 참 다양하게 많은 우리 딸. 어린이집 등하원을 할 때마다 웃으며 인사하며 가는 뒷모습을 보는데, 아련할 때가 많다. 저 아기가 벌써 저렇게 컸구나. 오늘도 재밌게 놀고 와 재희야. 아빠가 바나나 사다 놓을게. 이제는 제법 커서 본인이 먹고 싶은 것도 미리 말할 줄 알고 뭘 먹으면 안 되는지도 알려주면 제법 잘 따르고 있다. 나에게 육아는 내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다. 항상 새로운 시도를 할 때마다 불안감과 긴장이 가득했던 나는 한 생명을 키우면서 나 자신도 같이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부모님의 사랑을 크게 와닿게 받아본 적이 없어서 처음에는 무서움도 어느 정도 있었다. ‘내가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을까. ’이제 나는 숙달된 아빠로서 그 누구보다 자신감이 넘치면서 살고 있다. 마치 아이가 크고 새로운 것을 할 때마다 나도 같이 도장깨기를 하며 아이의 든든한 뒷백이 되어 가고 있는 느낌이다.
가족을 위해서 더 열심히 살아야지. 나에게 원동력이 되어주고 있는 우리 가족. 가족이 있어서 나는 불안정한 생명체에서 완전체가 되어가고 있다. 재희야 오늘도 건강하게 옆에 있어줘서 고마워. 사랑한다 우리 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