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체험수기 공모전] 남성도 육아휴직을 의무화해야 합니다!!
- 등록일 : 2022-10-31 15:01
- 카테고리 : 카테고리 없음
- 작성자 : 박기운
- 조회수 : 3748
2019년 7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첫째 아이가 태어났습니다
전 남자이지만 육아에 자신이 있었습니다
조카가 아기일 때 잘 본다는 말을 많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결혼 전에는 매일 누나 집으로 퇴근을 했었죠
심지어 매형이 술 먹으러 나가는 날 누나가 절 보내주지 않아서 저녁에 조카를 돌봤던 슬픈 추억도 있죠...ㅠㅠ
하지만 제 아이가 태어나고 시작한 육아의 결과는
당연히 좌충우돌 우당탕탕 엉망진창이었습니다.
주변인으로서 조카를 돌보는 것과 주양육자가 되어 내 아이를 돌보는 것은 차원이 다른 이야기이더라구요
저희 부부는 아이를 계획할때부터 우리 부부가 꼭 아이의 주양육자가 되자는 이야기를 많이했습니다.
요즘에는 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아이를 돌봐주는 경우가 많지만, 우리는 최대한 도움 받지 않고 우리가 직접 아이를 케어하고자 다짐했습니다
하지만 요령없이 자신감과 힘으로만 시작한 육아
그리고 잠 투정이 심한 우리 아이가 시너지를 발휘하여 건강과 체력이 급격히 나빠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얼마가 지나지 않아 전 추간판 탈출증이라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허리디스크요...ㅜㅜ
서서히 허리가 땡기고 아프기 시작하더니 혹시나 하고 받았던 MRI검사에서 결국 허리디스크 판정을 받았죠
건강!!튼튼!!다부짐!!듬직함!!이 무기였던 제 인생에 허리디스크라는 말이 붙을 줄이야..!
굉장한 충격이었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도 좀 허리가 아프다는 느낌이 들면 정형외과에 방문하곤 한답니다
(다들...허리 조심하세요 육아에 몸빵은 절대 안돼욧!!)
어느덧 1년이 지나 아내의 복직일이 다가왔습니다
출산휴가 3개월, 육아휴직기간 1년 이후면 보통의 워킹맘들은 복직을 합니다
서서히 우리 아이 어린이집을 어떻게 보내야하나 고민이 많이 되었습니다
아이가 좀 더 의사소통이 가능할 때 등원을 시키고자 했지만 상황이 어쩔 수 없더군요
그러던중!!
당시 아빠가 육아휴직을 하면 3개월간 월급을 100 보전 해준다는 말을 듣고 이거다!!
싶어서 저도 육아휴직을 시작했습니다
원래는 월급을 보전해주는 3개월만 하고 싶었지만 직장에서 허락해주지 않았습니다
직장 특성 상 6개월 단위로 휴직을 해야한다고 했고, 상황상 5개월 휴직으로 협의했습니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시작한 육아휴직 당연히 쉽지 않았습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들은 행복하고 즐거웠지만 무섭고 두렵기도 했습니다
낮시간의 적막함...그 가운에 느껴지는 분주함이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했던 새로운 경험들이었습니다
제가 휴직기간동안의 얻은 육아팁들은 그닥 의미없을 듯 합니다
아이가 태어났을 때 들었던 수많은 인생선배들의 조언들은 우리아이와 잘 맞지 않더라구요
아이들은 전부 다 자기만의 스타일이 있고 그 스타일을 아는 사람은 부모밖에 없더라구요
그래서 그냥 쌩으로 부딪치며 아이와 맞춰갔고 그렇게 아이와 우리 부부는 가족이 되었습니다
생계의 곤란함 때문에 5개월 뒤 복직을 했고 아이는 어린이집에 다니고 와이프가 유연근무를 사용하면서 하루하루 버텨나갔습니다
'버티다'라는 표현이 맞는 듯 합니다
현재 이 시대에서 아이를 키우는 일은 버티는 일인 듯 합니다
모두들 잘 버텨내시길...
그렇게 아빠의 육아휴직은 우여곡절 끝에 마무리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육아가 끝난 건 아니죠
참고로 지금은 둘째 딸도 태어나 4살, 6개월 여자 아이 둘을 키우고 있습니다
시대 많이 변해서 아빠가 아이를 키우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 사회적으로 '아이는 엄마가 키운다'는 인식이 강한 듯 합니다
아빠로서 육아휴직을 하고 좋은 남편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해 노력했지만 세상에서는 별종으로 보더라구요
신기한건 티비나 뉴스에서는 육아휴직한 아빠들의 모습이 많이 나오던데
왜 제 주변에는 없을까요..??
가끔 많이 외롭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도 아이 엄마와 마찬가지로 일선에서 육아를 담당하고 있는데
사회에서 절 바라볼때에는 그냥 “많이 도와주는 자상한 남편”입니다
전 도와주는 남편이 아닙니다
저도 아이 엄마와 마찬가지로 하루하루 아등바등 버텨내고 있습니다
1분이라도 빨리 퇴근하기위해 누구보다 바쁘게 일하고 다급한 운전으로 퇴근해서 집에 도착하자마자 옷 갈아입을 시간도 아까워 훌렁훌렁 벗어던지고 아이와 놀이터에 가고 저녁을 준비해서 먹이고 목욕시키고 놀아주고 산책하다가 간식을 먹이고 겨우겨우 설득하고 달래사 양치를 시키고 책을 읽어주며 아이를 재우고 밤 늦은 시간 아이가 깨지 않을까 걱정하며 조심조심 빨래하고 청소하고 설거지하고 분리수거하고 마지막에서야 씻고 그 사이에 잠에서 깬 아이를 다시 달래서 재운 뒤 겨우겨우 잠드는 주양육자입니다
지금은 둘째도 태어나서 갓난아기가 새벽에 울고 깨면 졸린 눈 비벼가며 어르고 달래고 분유먹이고 트림시키고 다시 안아서 재우고 그 옆에서 아이가 깰까 새우잠자다가 아침이면 다시 1분이라도 천천히 출근하려고 노력하고 다시 직장에서 1분이라도 빠른 퇴근을 위해 정신없이 달립니다
그렇게 살아도 전 “잘 도와주는 자상한 남편”입니다
직장에 가서 동료들과 얘기하다가
“어젯밤에 아이 때문에 잠을 못 잤어요”
라고 얘기하면 다들 “왜?”라는 반응이 옵니다
전 아무렇지도 않게 “제가 먹였으니까요”라고 얘기하면 다들 정말 깜짝 놀랍니다
그 놀라는 모습이 놀라워서 저도 같이 놀라요
'우리 집에는 6개월짜리 아기가 있고 나는 그 아기의 아빠인데
내가 잘 잤을꺼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뭐지...'하고요
하지만 그 분들 입장에서는 그런 남편은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생각할 수 없었을 수 있겠다고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최근 아내가 첫째 아이와 여행을 가서 둘째 갓난아기와 단둘이 1박 2일을 보낸 적이 있습니다
너무 편했습니다
아이가 둘인 부모들은 한명만 없어도 휴가라고 하잖아요
그래서 저 혼자 너무 편한 것 같아서 아내에게 좀 미안하기도 했죠
하지만 주변에서는 아빠랑 갓난쟁이만 두고 어떻게 하냐며 걱정을 많이 하더라구요
전 편했는데....
사회의 엄마들은 아빠가 육아 이야기를 하면 잘 껴주지 않아요
아빠의 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거죠
그래서 좀 외롭습니다
나도 힘든데 말할 사람, 공감해줄만한 사람이 없어요
누군가를 탓할 생각은 없습니다
우리보다 앞 선 세대의 아버지의 모습이 그러지 않았으니 제가 그렇게 살고 있을 거라고는 상상할 수 없는거죠
한 순간에 인식이 바뀐다는 것도 말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요새 많이 생각하는 부분은 [남성육아휴직이 의무였으면 좋겠다]입니다
아이를 키우는 일은 엄마의 몫이 아닙니다
부모의 몫입니다
당연히 둘 중에 주 양육자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부 양육자가 혼자서 아이를 돌보는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이 생겨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혼자서 아이 목욕을 시키지 못하는 부 양육자는 있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남성도 육아휴직을 했으면 한다는 말은 아빠들을 비난하고자 함이 아닙니다
제도와 시스템, 사회적 분위기에 대해 비판하고자 함입니다
전 상사에게 '아이는 집에서 알아서 키우라고 해라'
'퇴근 후에 출장도 다니고 그래라'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참고로 전 무조건 칼퇴입니다^^)
저보다 인생선배들은 아이 키우기 좋은 시기라고 얘기합니다
국가에서 돈도 주고 어린이집도 많고 조부모들은 다 돌봐주고 등등
하지만 젊은 세대들은 아이를 낳지 않습니다
주변에 누군가 아이에 대해서 물어보면
선뜻 낳으라고 추천하지 못합니다
잘 고민하고 결정하라고
아이는 인생의 축복이고 너무 사랑스럽고
전 너무 행복하지만... 너무 힘들기도 해요
다시 한 번 얘기하지만 누군가를 탓할 마음은 없습니다
제 선택이고 단연코 절대 후회하지 않습니다
(우리 딸들은 너무 예쁘거든요^^)
하지만 현재 이렇게 까지 많은 지원과 정책이 넘쳐남에도 불구하고 출산율은 세계에서 단연 최저수준을 달리는 이유가 무엇일 지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하는 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