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체험수기 공모전] 타버린 쿠키는 되돌릴 수 없다는 걸..
- 등록일 : 2022-10-31 00:07
- 카테고리 : 카테고리 없음
- 작성자 : 정혜영
- 조회수 : 3660
타버린 쿠키는 되돌릴 수 없다는 걸..
친한 친구와의 심란한 통화를 마치고 그녀의 상황에 너무도 몰입을 해서인지 나는 예민해질 대로 예민해져 있었다. 4살 우리 딸 은서는 그런 엄마의 기분을 이해할리 만무했고 계속 놀아달라고 보챘다. 그러다 갑자기 생각이 났는지 냉장고 한켠에 놓여있던 토이쿠키 만들기를 하자고 했다.
4살 아이에게 그것은 당연히 어른의 손길이 아주 많이 필요한 작업이었다. 그러나 예민한 상태의 나는 나 스스로도 느껴질 정도로 은서의 부족한 부분에 대해 비난에 가까운 직설적인 표출을 해댔다. 이건 아닌데 싶었지만 기분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평소와는 다른 내 모습에 은서의 표정이 묘했다. 그렇게 재잘재잘 말 잘하는 은서가 말을 멈추고 어색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왜? 엄마한테 할 말 있어?” 냉랭한 나의 물음에 은서는
“아냐...아무것도 아니야.” 라고 대답했다.
안 그래도 요즘 자주 하는 은서의 말 습관에 못마땅했던 나는
“아무것도 아닌 말은 하지 마. 아무것도 아닌 말을 뭣 하러 해?” 라며 쏘아붙였고 은서의 표정엔 민망함이 가득 찼다.
잠시 적막이 흐르고 은서가 다시 입을 였었다.
“무슨 말이냐면.. 사랑한다고.. 엄마 사랑한다고..”
예상치 못한 순간의 사랑고백에 나는 울컥했다. 35살 어른의 가시 돋친 말들을 4살 아이는 사랑으로 다 안아주고 있었던 것이다.
“엄마 사랑한다고” 이 말이 “엄마 나 좀 사랑해줘. 나한테 아픈 말 그만하고”로 들려왔다. 사랑한다는 한마디에 쏟아 부은 아이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져 부끄럽고 미안했다. 그리고 고마웠다.
그 날선 나의 언어가 만들어낸 쿠키는 보기 좋게 타버렸다. 탄 쿠키를 하나도 남김없이 다 버리고 은서에게 긍정의 말, 사랑의 말, 응원의 말을 가득 담은 쿠키를 다시 구워냈다. 두 번의 실수를 하지 않도록 여러 번 오븐을 열어보며 쿠키 상태를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
한번 타 버린 쿠키는 되돌릴 수 없다.
너를 향한 내 언어와 행동과 눈빛을 되돌릴 수 없듯이 말이다.
그 단순하지만 강렬한 교훈을 잊고 싶지 않아서 새까맣게 탄 쿠키를 일부로 사진으로 남겨본다. 혹시나 날선 마음이 또 슬그머니 고개를 내밀려고 할 때 다시 꺼내봐야겠다.
사랑하는 우리 딸! 너의 모든 순간 엄마가 최선을 다할게. 나 위주의 최선이 아닌, 너를 위한 최선을 다하도록 엄마가 노력할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