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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체험수기 공모전] 아빠와 함께 꿈나라로

"엄마가 섬그늘에 구-울 따러 가면..."


아내가 제주도로 며칠간의 휴가를 떠난 날. 휘영청 밝은 달빛 아래서 아들과 나는 꿈나라로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한참을 안고 자장가를 불러주어야 녀석은 졸린 눈을 비빈다. 마치 '아빠 정성이 갸륵하니 눈 한번 비벼줄게'라는 듯이. 아기는 왜 혼자 잠들지 못하는 걸까. 나는 엎드리기만 하면 자는데 말이다. 이 녀석은 제 엄마를 닮은 것이 분명하다.


왼손으로는 엉덩이를 받치고 오른손으로는 조심스레 등을 토닥이다 아들의 고개가 내 어깨에 톡 하고 떨구어지는 순간이 기회다. 조용히 침실 문을 열고 침구류를 편 다음 아이가 잠이 들 때까지 몇 분 간 더 자장가를 불러주었다.


그리고 이쯤이면 됐겠지.’라고 생각하는 순간.


왜에에~~~~엥


우렁찬 이륜차 소음이 온 동네를 뒤흔들자 그 소리에 놀란 아들이 빼액대며 울기 시작한다. 황급히 아이를 달래놓고는 휴대전화를 켜 0의 민족어플을 꾹 눌러 삭제한다. 내가 배달음식을 또 시키면 사람이 아니다.


동요 속 엄마가 굴을 열 번쯤 더 따러가자 아이는 고개를 다시 떨군다. 어느새 시계는 자정을 가리키고 퀭한 눈은 뻑뻑해져 온다. 아이는 확실히 잠들었다. 이제 드디어 잘 수 있겠다는 생각에 마음이 푸근해진 나는 아들의 볼에 입을 맞추고 살며시 자세를 낮춘다. 고단한 와중에도 새근대며 잠든 아이를 보니 정말 천사가 따로 없다. 세상의 어떤 아름다움도 잠든 아이의 그것에 비할 수 없으리라.


잠이 든 아기는 부드럽다. 또 따끈따끈하다. 그리고 말랑말랑하다. 인간이 갈구하는 기분 좋은 감촉이란 건 어쩌면 아이를 보듬을 때의 감촉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그리고 문득 깨닫는다. 아이가 나와 정말 닮았다는 것을. 사람들이 입을 모아 붕어빵 부자라 하던 말이 실감이 난다.


                                                                (아들과 어린시절의 나)


또한 깨닫는다. 바지 주머니에서 어느새 삐져나온 전화기가 바닥으로 추락하고 있는 것을. 찰나의 순간. 영화를 한 프레임씩 쪼개 보는 마냥 전화기가 바닥에 떨어지는 모든 순간순간이 뇌리에 박힌다. 이런 게 주마등인가.


곧이어 둔탁하게 하는 소리가 방을 울리고 등에는 식은땀이 한줄기 흐른다. 겁에 질린 채 아이에게 고개를 돌리자 아니나 다를까 두 눈을 번쩍 뜬 아들이 방긋방긋 웃으며 나를 바라보고 있다. 천사 같다는 말 취소다. 진정 악마의 웃음이 이런 것이리라.


충전을 마친 아들이 꺄륵대며 거실로 아장아장 걸어 나가자 침실에 혼자 남겨진 내가 울부짖었다.


아들! 제발 좀 자라~!”



                                                                                   (고작 그 정도 노력으로 내가 잘 줄 알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