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체험수기] 육아가 천직인 아빠의 육아휴직기
- 등록일 : 2022-10-20 23:22
- 카테고리 : 카테고리 없음
- 작성자 : 윤양근
- 조회수 : 3845
팀 최초 육아휴직을 선언하다.
내 꿈은 좋은 아빠가 되는 것이다. 아이가 생기기도 전에 육아휴직을 쓰겠다는 말을 달고 살았는데 기회가 생겼다. 드디어 아빠가 되었다! 아내는 회사에서 중책을 맡은 해에 아이를 임신하게 되었고 입덧, 임신성 당뇨, 코로나 감염 등 온갖 어려움을 겪으며 우리에게 찾아온 작은 생명을 지켜냈다. 고생한 아내를 위해 내가 해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육아휴직이었다. 몸조리도 안된 몸으로 육아를 감당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아내와 나의 부부동반 육아휴직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팀 내에서 최초로 육아휴직을 쓰는 사람이 되었고 이 사실을 알고 있는 주변 사람들의 걱정은 우리를 위축되게 했기 때문이다. 6개월의 육아휴직을 쓰고 동료들에게 휴직 메일을 쓰고 나니 걱정과 격려의 전화가 쏟아졌다. 자, 이제 시작해보자! 나의 육아휴직!!
딸바보가 되다.
기도하며 기다린 순간이 왔다. 나와 아내를 쏙 빼닮은 아이를 만난다는 설렘과 우리만 믿고 이 세상에 태어나게 된 아이를 행복하게 해줘야한다는 책임감의 무게가 공존하는 순간이었다. 딸아이를 처음 마주한 순간, 감동이라는 단어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생애 처음 느껴보는 벅차오름을 경험했다. ‘너구나. 내가 평생을 기다려온 내 사랑이구나.’
아내와 함께 병원과 조리원 생활을 하면서 나는 발을 동동구르며 살았다. 아이를 한번이라도 더 보고 싶고 안아보고 싶어서 애가 탔다. ‘이렇게 예쁘고 사랑스러운 생명체가 있다니!’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우리 아기를 자랑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이게 바로 딸바보구나.
장모님의 인정을 받다.
아내와 내가 육아휴직을 썼지만 신생아를 돌보는 일은 난생처음이었기에 조리원에서 집으로 왔을 때, 장모님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나는 육아휴직자의 본분에 맞게 조리원 생활 동안 신생아 목욕시키기, 분유 먹이기, 트름시키기, 배꼽 소독하기, 기저귀 갈기 등의 노하우를 유튜브선생님들을 통해 숙지해두었다. 조리원에서 나온 첫 날, 여러번 익히고 실습했던대로 아이를 먹이고 트름시키고 재우고 목욕까지 시켰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장모님께서는 “윤서방은 내가 필요없겠네!” 하시며 칭찬을 거듭해주셨다. “육아가 세상에서 제일 쉬웠어요!”라고 말할 수 있던 신생아 시절이었다.
모유수유는 어떻게 하는건데?
정말 모든 것을 내가 할 수 있었다. 아기를 씻기고 달래고 재우는 것을 다 할 수 있었는데 내가 못하는 것 하나! 바로 모유수유였다. 뱃골이 크다던 딸은 다른 부분에선 아무 문제없이 키울 수 있는 순둥이였지만 잘 먹지 못하는게 문제였다. 빠는 대로 삼키지 못해서인지 매번 수유때가 되면 아이는 자지러지게 울고 아내는 본인 탓인 것 같다며 울상이 되어버렸다. 우울해하는 아내를 달래 기분전환하라며 카페를 보내놓고 나는 비슷한 사례와 해결책을 찾아 육아서적과 유튜브를 뒤적였다. 시간이 지나면 해결이 된다는 육아선배님들의 말을 믿고 여러 해결책들을 적용해보다보니 어느덧 우리 아이도 140일이 되었고 결국은 시간이 해결해주었다.
육아휴직 전도사가 되다.
명절이 지나고 팀 회식에 초대 받아 저녁 식사를 하러 다녀왔다. 엄청난 환대와 더불어 여기저기서 날아오는 육아휴직에 대한 질문들을 받아야했다. 우리 아이와 비슷한 또래를 키우고 있는 동기들과 출산을 앞두고 있는 선후배들의 질문은 다양했다. 금전적으로 힘든점은 없었는지, 회사와 국가의 육아휴직 정책은 어떤 것이 있는지, 육아휴직이 적성에 맞는지 등등 나도 육아휴직을 쓸 적에 궁금했던 내용들이고 먼저 가본 길이기에 알고있는 내용들을 빠짐없이 알려주었다. 육아휴직을 쓸 적에 진급 시기가 얼마 남지 않았던 직장 내 나의 커리어를 염려하시던 팀장님은 “6개월 더 연장해도 되네. 자네가 육아휴직의 좋은 선례를 남기고 있어!”라며 격려해주셨다. 어쩌면 우리 팀에 아빠 육아휴직 붐이 불지도 모르겠다.
사랑이 만져지는 기분이야.
딸아이와 함께하는 모든 순간이 행복하지만 특히나 나를 보고 활짝 웃어줄 땐 이 모습을 보려고 지금까지 살아왔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행복하다. 얼마전 아내에게 이런 말을 했다. “여보, 나는 우리 딸을 안고 있으면 사랑이 만져지는 기분이야. 어떻게 사랑이라는 감정이 이렇게 눈에 보이고 만져지는거지?” 본인에게는 그런 기분이 안드는거냐며 샐쭉거리는 아내를 보니 나에게는 이렇게나 사랑스러운 존재가 둘이나 있다는 생각에 더할나위 없이 행복해졌다.
새로운 출발을 앞두고.
내일은 딸아이의 어린이집 상담을 가는 날이다. 내년 1월 복직을 앞두고 어린이집 입소 대기를 걸어뒀기 때문이다. 우리 딸의 첫 사회생활을 걱정어린 마음으로 준비하고 있다.
“아빠의 끝사랑 우리 딸, 아빠는 우리 딸의 모든 순간에 행복이 가득하길 응원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