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체험수기) 육아하는 아빠, 남자육아 그리고 남자육아휴직에대해
- 등록일 : 2022-10-18 12:44
- 카테고리 : 카테고리 없음
- 작성자 : 박광수
- 조회수 : 38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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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일상과 맛집을 공유하며 광주 지역의 여러 업체로부터 협찬도 받던 블로거였다. 하지만 아이가 태어나고 블로그를 쉴 수밖에 없었다. 아이를 키운다는 것이 단순히 신체적으로 크게 만든다는 것이 아닌 것을 알기에, 이 작고 소중한 아이를 잘 키우고 싶은 아빠 마음에 나는 모든 것이 두려웠고 걱정이었다.
그래서 나는 육아휴직을 신청하고 육아대디라는 새로운 부캐를 갖게 됐다. 그러다 아이의 육아가 어느 정도 패턴도 생기고 아이가 통잠을 자기 시작하면서 다시 블로그를 시작하게 됐다. 우리집은 워킹맘, 육아대디라는 나름 현대판 가족이기 때문에 아내 핸드폰보다 내 핸드폰에 아이의 사진이 넘쳐났기 때문. 그리고 아이의 성장기록을 남기고 싶었던 블로거 아빠의 마음 때문. 육아체험 수기를 작성하려고 블로그를 다시 읽어보니 감회가 새롭고 우리 아이가 벌써 이렇게 컸구나 싶어 글을 쓰기 전부터 뭉클하다. 육아휴직 아빠가 작성하는 육아체험 수기.
생각보다 쉽지 않았던, 아니 생각 하지 못했던 출산 후 일상

육아를 하는 모든 엄마 아빠는 공감하겠지만 한번씩 멘탈이 탈탈 털리고 체력이 바닥끝까지 왔구나 하는 걸 경험한다. 정말 극도의 우울감을 한번씩은 경험하게 된다. 나는 끝자락이지만 20대 남자이고 아내의 임신사실을 알기 전날까지도 크로스핏이라는 운동을 해서 체력만큼은 자신있었는데, 육아.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갓 태어난 아기는 2시간 단위로 수유를 하고, 아직 발달하지 않은 소화기관때문에 트름하기까지 30분정도는 안아주고 있어야했다. 아기가 잘 때 자면 되지 않냐고 하지만 그렇지않다. 아내는 유축을 해야했고 나는 젖병 세척, 소독을 해야했고 집안일을 해야했고 아기가 자는 틈에 헐레벌떡 뭐라도 먹어야했다. 그리고 모든 것이 새로운 이벤트이기 때문에 수 많은 인터넷, 유튜브, 책 등을 통해 정보를 얻고 공부를 해야했다. 이런 일들을 하다보면 다음 수유텀이 온다. 결론은 쉴여유, 잠잘여유는 없었다.
도우미이모가 와주셨지만 아내는 완모직수를 하던때라서 사실 도우미 이모님이 계셨어도 잠 못자고 고생한건 어쩔 수 없었다. 이모님이 계실 때라도 조금 쉬고 잠을 자야하는데 엄청난 책임감으로 무장한 아내는 자려고 눕다가도 아이가 잉~하기만하면 다시 아기를 안게 되는, 그런 엄마였다. 그렇게 24시간 아내는 아이랑 붙어있어야 했고 나는 퇴근하고 돌아오면 힘들었을 아내를 위해 또 아이를 돌보고 집안일을 돕고. 그렇게 새벽을 지새우고 다시 출근을 하고. 출근하고 돌아와도 절대 쉴 수 없는것이, 이미 지칠대로 지쳐있는 아내가있고, 세상에 믿을 곳이라고는 엄마.아빠 뿐인 아이가있어 나는 잠을 잘 수없었다. 건강한 임신생활에대한 많은 공부를했었는데 정작 출산 후에 대한 준비는 너무나 부족했다.
임신 때보다 출산 후, 남편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

사실 우리 부부는 4년간의 연애, 1년의 신혼기간이라는 시간 동안 결혼이라는 것, 부모가 된다는 것 등에 대해 굉장히 많은 이야기를 나눈편이었다. 서로 대화하는 것을 좋아해서 부모, 육아 등에 대한 소통이 활발했다. 아내는 임신과 출산으로 변화하는 몸에 대한 걱정과 좋은 엄마가 된다는 것에 대한 자질에 대해 엄청 고민을 많이 했다. 그리고 육아와 직장생활에 대해 얼마나 중심을 갖고 생활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이 컸다. 나는 물론 아내와 태어날 아이를 책임져야할 한 가정의 가장으로 우리가족의 행복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 굉장히 포괄적인 단어 행복. 아이도 엄마도 건강해야하고, 육아와 가사 그리고 직장생활의 밸런스. 그리고 어쩔 수없이 가장 큰 부분 경제력. 아내와 나 둘이 있을 때와는 고민과 생각의 깊이가 차원이 달랐다.
어쨌든 굉장히 많은 소통을하고 서로 많은 부분을 공감하고 이해해주는 부부였지만 24시간, 쉼이없는 신생아 케어는 우리를 지치게했다. 앞서 말한 출산 후 아이를 케어하는 것에 대해서 너무나도 준비되지 못한 우리였다. 태어난 아기가 알.아.서 잘 클거라고 생각했었던건 절대 아니다. 어쨌든 잘 케어를 할 수있겠지라고 너무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이 문제였다.
그러다보니 분유 타는 법도, 옷을 입히고, 기저귀 채우는법도 모든 것들을 인터넷에서 찾고 책에서 찾아 헤매야했다. 이미 알고 있는 걸 24시간동안 잠 못자고 한다는 것도 쉽지 않은데 모든 것들이 새로워 배워가며 서투른 손으로 아이를 케어 한다는 것은 정말 힘들었다. 사실 갓 태어난 아기를 안아보는 건 아내도 나도 처음이었고 행여나 부서질까 로션 발라주는 것도 너무 무서웠던 그런 시기였다.
이런 상황에서 남편의 역할은 정말 중요하다. 나도 경험해봤기 때문에 퇴근하고 아이를 보고 집안일을 돕는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닌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그렇게 해야 한다. 아내가 낳은 아이가 아니라, 우리의 아이니까. 아내도 이미 충분히 힘들다. '집에서 애만보는데 뭐'라고 생각한다면 주말 독박육아를 추천한다. 아이'만' 보는 것이 아니다. 아이'씩이나'보는 것. 그것도 출산 후 약해질대로 약해진 몸으로말이다.
내가 육아를 돕는다고 생각하는 건 옳지 못하다. 돕는다는 생각을 하는 순간 나는 자연스럽게 상위의 위치에있게되고 그렇게되면 힘들면 잠시 멈추고, 미뤄버릴 수있기 때문. 남편의 육아, 돕는 것이아니다. 나의 일이이고 내가 해야할 일이다.
감사하게도 백일의 기적이 일어났다

2시간 텀으로 먹고 자고 싸고, 완모아기라 하루에 응아도 7~10번 할 때도 있고 이유없이 울어대면 아내도 같이 울고. 몸이 회복되지도 않았는데 밤잠을 못자니 아내는 더 힘들어하고. 수유가 처음이라 자세가 안 나와 골반, 허리, 어깨 안 아픈 곳이 없고. 안타깝게도 아이는 입이 짧은 아이라서 조금씩밖에 안 먹어 수유텀 늘리는 것도 너무 힘들었다. 조금 먹고 빨리 배고파하고. 그러다보니 통잠은 하하하하 ㅜㅜ
24시간 철야로 애쓰던 어느날, 깜박 잠들어 놀라서 일어났는데 아이가 수유텀을 넘기고 잠을 자고 있었다. 그렇게 새벽수유가 한번 빠지면서 아이는 4시간 텀을 지키고 새벽엔 두번만 깨도되는 그런 기적이 일어나줬다. 물론, 힘들다. 그렇지만 잠을 전.혀 자지 못하다가 2~3시간을 잘 수있게 된다는 건 정말 행복한 일이다.
백일 무렵 아이는 수유패턴도 생기고 잠 패턴도 자리를 잡아갔다. 그리고 힘들고, 걱정되고, 뭔가 마이너스적인 감정들이 쌓여갈 때 이 아이가 기쁨을 주기 시작했다. 엄마, 아빠를 알아보기라도 하는 듯 눈을 마주칠 줄 알고 웃어 주기도하고, 목을 가누려고 노력하고 그러다 뒤집고 스스로 앉을 수 있고. 너무너무 힘들다가도 이렇게 커가는 모습 하나씩 보여주며 나를, 아내를 다시 힘내게 했다.
남자의 육아휴직, 장려되어야할 정책

출산휴가 90일, 순식간에 지나가는 3개월이다. 그나마 아내는 아이 출산 전날까지 일했다. 그래서 출산후 90일을 풀로 쉴 수 있었는데 보통은 그렇지 못해, 임신 후기에 들어서면 출산휴가를 들어간다. 그렇게 되면? 당연히 50-60일을 쉬고 복직해야하는 상황. 물론, 육아휴직이라는 정책이 있으나 아직까지도 육아휴직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개선이 필요하다. 집에서 애 키우고 나와서 다시 일을 할 수 있어? 놀다와서 승진하길바래? 이런 꼰대식 발상, 아이가 어른이 돼 직장생활을 할때쯤엔 그때는 없어지려나.
어쨌든 아내는 출산휴가3개월 후 복직을 해야했고 그 시점에 아이는 엄마, 아빠가 아닌 다른 누군가의 손에 맡겨지기에는 너무나 어린 아기였다. 그래서 나는 결심했다. 나의 아이니까, 육아휴직을 하기로!
사회 전반에서 남녀 평등을 주장하고 실제로 많은 부분에서 여성의 지위가 상승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성차별 인식이 짙은 가사일과 육아. 우리 부모님세대는 여자가 애 낳고 집안일을 하면 남자는 돈을 벌어오는 이런 구조가 익숙한 세대이고 또 이 세대가 직장 내 결정권 층에있으니 남자의 육아휴직은 쉽지않다. 그러나 반드시 개선이 필요하다. 여자만의 아이가 아니라 나의 아이고 우리의 아이니까. 그리고 이 인식에 우리 아이가 성장해 육아를 하게 될 때 상처받거나 힘들어하는 일이 없길. 그 때가 되면 정말 임신과 출산을 진.정으로 장려할 수있는 정책들이 세워지길. 그리고 지금 당장은 있는 정책이라도 현실에서 제발 잘 실현될 수있는 구조적 장치가 있으면 좋겠다.
갑자기 주어진 나의 시간, 내가 뭘했더라?

출산휴가 90일을 끝내고 아내는 복직했다. 그리고 나의 독박육아가 시작됐다. 물론 주변의 걱정을 가득 안고 아이 육아를 시작했다. 그래도 아이가 어느 정도 패턴을 잡아가던 때라 혼자서 해볼만 하다는 자신감으로 무장돼있었다. 그러나 육아는 산 넘어 산이라던가. 아기가 커가면서 얼굴을 인식하게 되고 낯을 가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좋게 말하면 애착형성이 잘 된 것이지만 월령에 맞게 불리불안 증세가 나타나 화장실도 맘 놓고 갈 수가 없는 상황이 됐다. 그래서 화장실에 갈 때도 바운서나 쏘서를 태워 문 앞에 앉혀 놓아야하는 그런 껌딱지 일상이 됐다.
아이가 뒤집고, 앉고, 기고, 서면서 모든 순간들이 행복이었다. 그러나 행복과 동시에 더 많은 일들이 생겼다. 한번은 아이를 거실에 두고 빨래를 널고 있었는데 분명 울어야할 아이가 울지 않아 거실로갔다. 세상에 아이가 기어서 내 쪽으로 오고있었다. 아이가 기어가는 길에 혹시라도 위험한 물건이 있었더라면, 끔찍했다. 그러다보니 안전문, 베이비룸 등을 설치하게 되고 한시라도 보고 있지 않으면 여기서 쿵, 저기서 쿵이니 일은 더 많아졌다. 심지어 한공간인데(부엌과 거실) 젖병 세척도 못해... 아기띠에 어부바해서 젖병을 씻는 굉장히 아빠를 좋아하는 아이로 자랐다.
그러다 어느날, 어머니가 너무 힘들지 않냐며 평일에 쉬시면서 아이를 봐주실테니 나가서 놀고 오라고하셨다. 너무나, 너무도 감사했다. 이게 얼마만의 자유고 얼마만의 시간인가. 그냥 무작정 씻고 옷을 입고 나갔다. '그런데, 내가 혼자 뭘했더라?'
아이가 없는 일상이 이상하리만큼 이상했다. 낯설고 허전하고 내가 혼자서 뭐하고 놀았었지? 뭘 해야할지를 모르겠어서 평소 좋아했던 카페를 들어갔다. 결국은 시계를 보며 아이 밥 먹을 시간인데, 아이가 잠잘 시간인데. 결국은 또 아이생각. 핸드폰으로 그렇게 좋아하던 스포츠 뉴스를 보는데도 결국은 갤러리에 들어가 아이 사진. '아, 안되겠다. 그냥 집에들어가자' 어머니는 너무 빨리 들어온거 아니냐고 하셨는데, 혼자서 뭘 했는지 기억이 안나 그냥 아이랑 있는 것이 나의 일상같다고 답했다.
엄마들이 지역맘 카페 활동을 하는 이유를 어렴풋이라도 알 것같다. 육아를 하면서 친구 만날 시간내기가 너무 어렵다. 결국 밖에 나가도 혼자라서, 내 이야기를 들어줄 만한 사람을 찾아 공동의 관심사를 갖는 엄마들끼리의 커뮤니티가 활성화 될 수 밖에 없는 것같다.
육아휴직 끝자락에서

아이의 독박육아를 6개월동안 했다. 결코 쉬운일이 아니었다. 직장에서 일할 때는 그때도 나름 힘들었다. 업무, 성과, 야근, 회식 등 회사 나름에서도 스트레스는 있으니까. 그렇지만 직장은 "퇴근"이라는 개념이 있고 아, 집에가서 쉬어야지. '내 시간' 이라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나 육아? 육아는 그냥 24시간을 함께해야한다. 나만의 시간, 나의시간은 상상하기 어렵다. 늘, 매순간을 돌봐줘야 하는 아기이기 때문에.
어쨌든 힘들었지만, 6개월의 시간동안 아이를 돌볼 수 있었음에 감사하다. 그 기간 동안 어린이집에 맡겨졌더라면 지금처럼 내 갤러리가 아이 사진으로 가득차지는 못했겠지. 아이가 뒤집고, 소리내어 웃고, 앉고, 걷고 이 모든 성장과정을 내 눈으로 직접 볼 수 있었고 커가는 기쁨을 누릴 수 있었으니 나는 6개월의 시간을 정말로 감사하게 생각한다.
아무것도 할 줄몰랐던 아이가 이유식을 먹고, 밥을 먹고 이제는 초콜렛을 먹는 4살 아이가됐다. 아주 활발하고 긍정적인 아이로 자라고 있다. 신생아때는 그 나름대로 또 지금의 아이 월령에는 이 나름대로 고민이 있다. 우리엄마가 나를 고민하듯. 육아는 끝없는 걱정이다. 아기를 키우면서 기뻤던 만큼이나 근심, 걱정거리도 정말 많아졌다. 모든 것이 처음이라 왜 이렇지, 이렇게 해도되나 등의 두려움. 그러나 결론은 이 모든 근심, 걱정이 아이를 사랑하기 때문이다는 결론. 아이가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자라길 바라기 때문에, 아이에게 좋은 부모가 되주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이글을 읽는 모든 부모님들, 내가 잘하고 있는건가 하는 생각에 자신감이 바닥을 친다면 당신은 이미 충분히 잘하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 이미 좋은 부모가 되가고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
아이가 태어나면 정말 많은 것이 바뀌고 바뀌어야 한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으로 변한다. 그래서 사회적으로 저 출산 풍조가 만연하고 육아에 쏟을 에너지를 나의인생을 즐기며 살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것은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없는 가치있는 일이다. 이런 가치를 창출하고 있는 모든 육아하는 엄마, 아빠 오늘도 너무 고생하고 있고 칭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