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같은 그 시간으로 다시
- 등록일 : 2023-11-15 09:20
- 카테고리 : 카테고리 없음
- 작성자 : 서연숙
- 조회수 : 1228
결혼을 하고 6개월 후 우린 계획했던 대로 임신을 하게 되었고
06년 2월 추운 겨울날 큰 아이를 만났다.
첫 아이의 기쁨! 모든 것이 신기했고 조심스러웠으며 행복했다.
하지만 아이와 마주함과 동시에 생각지 못한, 경험하지 못한 육아의 일들이
어려웠고 힘들었다.
모유 수유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밤낮이 바뀌어 낮엔 잘 자는 아이가 밤만 되면 울고... 꼬박 밤을 새는 날이 많았다. 아파트에 살다보니 이웃들에게 민폐가
이만저만이 아닐 터였다.
신기하게도 아이는 차를 타면 울음을 그치고 잠이 들었다. 하지만 집안에만 들어왔다 하면 다시 울어댔다.
100일이 한참 지나서까지 이런 일상이 계속되었다. 밤이 오는 게 정말 두려웠다. 지금에서야 웃으면서 하는 이야기지만 죽을 만큼 힘들었다.
부모가 된다는 건, 음.......
내 자신을 모두 내려놓아야 하는 것~~~
정신없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육아에 조금씩 적응 되는 듯 했다.
큰 아이가 돌이 될 무렵, 이상하다 내 몸이~~~
우리에게 둘째 아이가 찾아온 것이다.
‘아, 이렇게 갑자기 어쩌지?’
뱃속에 아기에겐 미안했지만 마음에 준비 없이 찾아온 아이가 걱정스러웠다.
아직 돌도 안 지났는데 더군다나 큰 아이 땐 심하지 않았던 입덧이 너무 심해서 먹지도 못하고 방바닥을 기어 다녔다.
이건 정말 경험하지 않고선 말을 마세요~ 이러다 둘째 아이를 만나기도 전에 죽는거 아닌가 싶었다 ㅎㅎ
07년 8월 더운 여름날 예정일보다 2주나 빨리 둘째가 태어났다.
얼마나 귀엽고 사랑스러운지
그 기쁨과 행복감은 그간 힘듦을 모두 잊게 만들었다.
첫째와 둘째는 정확히 18개월 차이
연년생, 남자아이! 두 아들과 나를 바라보는 주변사람들은 자꾸 나를 측은하게 여긴다.
한 아이는 등에 업고 한 아이는 가슴에 안고 아이들을 보는 게 정말이지 너무 힘들었다. 둘째는 모유가 맞지 않아 계속 무른 변을 보고 기저귀를 쉴새 없이
봐야했다.
아들 둘이 한꺼번에 울기 시작하면 나도 같이 ′엉엉′ 울면서 보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엄마도 너무 서툴고 어렸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가 가장 내 사랑하는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했고 같이 성장했던 때인 것 같다.
우리 아이들은 남자 아이들이지만 정말 온순하게 자랐다. 둘이 싸운 적도 거의 없었고 소위 ”부잡하다“라는 행동도 거의 없었다. 주변에서 정말 신기하다고 할 정도로 사이좋은 형제로 자랐다.
기특한 아들들!
가장 어려웠던 점은 한 아이가 감기나 장염이 걸리면 다른 아이도 똑같이 아프다는 것이다. 입원하는 날이 너무 많았다.
어릴 땐 왜 그렇게 또 자주 아픈 건지 ㅠㅠ
지금 시행되고 있는 입원아동 돌봄 서비스나 아픈 아이 병원동행 서비스가 그때에 있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런 아들들이 이제 중, 고생이 되었다. 그렇게 사이좋게 지내던 아이들이 이젠 서로 소 닭 쳐다보듯 ㅋㅋ
그리고 우리 부부의 품도 떠났다. 이젠 아빠, 엄마보단 친구가 좋고 노는 게 좋고 핸드폰이, 게임이 좋단다~~
처음 우리와 눈 맞춤을 할 때, 처음 엄마 아빠를 불러주었을 때, 첫 걸음마를 뗄 때, 유치원 재롱잔치, 입학과 졸업 ....^^
다시 그 시간으로 되돌아간다면 두 아들들을 더 사랑해주고 후회 없이 잘 키울 수 있을 것 같은데 훌쩍 커 버린 아이들을 볼 때마다 그런 생각이 든다.
요즘은 사회전반에 걸쳐 임신/육아/출산 장려 정책이 국가 지원제도로 정착되어있어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다.
광주 아이키움 플랫폼도 매우 유용한 정보들이 많아 아이들을 키우는데 톡톡한 역할을 하는 것 같다.
출산 전까지 직장생활을 했지만 아이 둘을 키우면서 내 일을 하지 못하고 지냈었다. 둘째가 30개월이 될 무렵 다시 일을 시작해서 지금까지 계속 해오고 있지만 그때 이런 정책들이 있었다면 좀 더 힘이 나고 수월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제 우리 아이들은 가족뿐 아니라 이웃, 사회, 나라가 함께 키운다는 말이 실감난다.
지금 아이들 육아에 나의 이름을 잊고 엄마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이 또한 지나가리
다시 돌아오지 않는 황금 같은 시간, 아이들과 얼굴을 마주하고 살을 부대끼는 지금 이 순간이 가장 행복한 시간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