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육아에서 같이 육아로, 광주호 공동육아열차 탑승 후기
- 등록일 : 2023-11-15 00:36
- 카테고리 : 카테고리 없음
- 작성자 : 최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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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파일로도 올립니다. 파일 안에 사진첨부합니다>
제목 : 홀로 육아에서 같이 육아로, 광주호 공동육아열차 탑승 후기
요즘 나의 일상에 가장 기다려지는 일이 생겼다. 바로 광주육아종합지원센터에 부모수업을 들으러 가는 일이다. 수업이 있는 날이면 아침부터 분주하지만 기분이 좋고 설렌다.
가장 기억에 남은 수업은 양육스트레스에 관한 집단상담에 참여했을 때다. 그곳에서 엄마들의 눈물겨운 고충을 서로 나누며 위로와 공감을 얻었다. 혼자만의 어려움이 아니란 걸 느끼자 고민이 조금은 가벼졌고 자신감도 생겼다. 공감대가 생겨서인지 집단원들과 그 이후로도 자연스레 모임이 지속이 됐다. 최근에는 독서모임으로 발전해 한달에 1권의 육아서적을 읽고 나눔의 시간을 갖는다. 또 주말에는 서로 시간이 될 때 아이들과 함께 공동육아를 하니 요즘 아이키우는게 즐겁다는 생각이 처음으로 든다. 남편에게 덜 의존하게 되니 갈등도 덜하고, 남편도 자유시간이 생겨 내심 좋아하는 눈치다. 광주육아종합지원센터에 가지 않았다면 아마 여태 혼자서 힘겨운 사투를 벌이고 있었을 것이다.
아이를 낳고 기르는 일은 분명 의미 있고 나의 세계가 확장되는 일이다. 전엔 보이지 않은 것들이 보이기 시작하고, 전엔 중요하지 않다고 여겼던 것들의 진짜 가치를 알게 된다.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을 통해 엄마도 한 번의 어린시절을 다시 살게 하는 선물같은 일이며 세상의 모든 엄마들과 무언의 연대가 이뤄지는 놀라운 일이다.
아이를 너무나 사랑하지만, 사랑한다고 육아가 힘들지 않는 것은 아이다. 혼자 감당하기 힘든 버거움으로 살면서 가족의 지지와 지원이 이토록 절실할 때가 없다. 매순간 난간에 봉착하고, 책상머리에 앉아 머리 쓴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라 온몸으로 구르고 때워야 한다. 하루에도 행복이라는 천국과 죄책감이라는 지옥을 오르는 감정의 롤러코스터에서 자기수양의 안전벨트를 단단히 조여야만 하는 일이다.
나 같은 경우는 직장생활을 오래하다가 뒤늦게 결혼해 친구들은 이미 초등생 이상의 자녀를 키우고 있었다. 형편상 양가부모님의 도움을 받기 힘들어 늘 신랑과 둘이서 진땀을 빼며 아이를 돌봤다. 주말에 친정엄마 찬스를 쓰는 직장동료나 친구들을 보면 부럽기도 하고 우울감이 들었다.
이때 나에게 다가온 한줄기 빛이 시간제보육 서비스였다. 아이가 8개월 때부터 어린이집에 입소하기 전까지 약 1년 동안 일주일에 한번 6시간씩 아이를 서구육아종합지원센터에 맡겼다. 은행일, 병원진료 등을 보기도 하고 카페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갖기도 하면서 잠시 숨을 돌릴 수 있었다. 내 마음의 여유가 생기자 다시 아이에게 온전히 집중할 수 있었다. 그때 부모나 가족 말고 나의 아이를 돌봐줄 곳이 있다는 게 얼마나 고마운 일이였는지 모른다.
사실 지금의 핵가족 도시생활은 과거에 비해 양육에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이 많지 않은 것 같다. 내가 어릴 때만 해도 앞집 옆집 다 동네 친구였고 조부모님과 친척들 사이에서 컸던 것 같은데, 지금은 아파트 담장 사이로 양육의 부담이 온전히 부모에게만 집중되는 것 같다.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마을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요즘은 아이가 마음껏 뛰놀 수 있는 안정적인 공동체가 없는 느낌이다.
아이를 키울 때 경제적인 지원보다도 더 절실한 도움은 과거공동체가 해오던 공동육아의 공백을 메워주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야 부모의 현실적인 양육부담을 덜 수 있다. 그나마 최근 지차체에서 시행하는 정책들이 이를 보완해주고 있어서 참 다행스럽고 안도감이 든다.
정말 도움이 필요할 때 대신 돌봐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최소한의 공동체 안전장치이다.(입원아동돌봄과 병원동행서비스, 긴급돌봄과 아이돌봄서비스 등) 잘 찾아보면 키즈카페 보다 더 훌륭하고 비용도 저렴한 실내 놀이시설, 어린이도서관, 공동육아나눔터 등 활용할 자원이 많다. 최근에는 마을 별로 활성화된 어린이를 위한 각종 행사들만 찾아다녀도 주말이 훌쩍 간다. 비싼 돈 들이지 않아도 되니 부모에게 좋고, 아이들은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어 좋다. 가을날의 정취가 아무리 좋더라도 내 눈에 들어오지 않으면 그 맛을 모르는 것처럼, 자원은 이미 우리에게 충분하니 우리는 누릴 준비를 하면 되는 것이다.
아이 낳아 키우기 좋은 광주호 열차를 타는 티켓은 저렴하다. 시간과 약간의 부지런만 있으면 되니 가성비가 쏠쏠하다. 혼자 양육의 어려움을 감당하고 있을 많은 엄마들이 더 많이, 기꺼이 이 열차에 함께 탑승해 자원을 누렸으면 좋겠다. 홀로 육아가 아닌 마을과 지역, 그리고 나와 같은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과 함께 같이 육아로 조금더 가볍고 든든해 졌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