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는 현재진행형
- 등록일 : 2023-11-14 17:54
- 카테고리 : 카테고리 없음
- 작성자 : 백혜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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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는 현재진행형
처음 육아체험수기를 접하고 육아가 '체험'만 하고 종료될 수 있는 것이었던가 라는 생각에 설핏 입가에 웃음기가 서렸다. 우리 친정엄마께서는 늘 아직까지 딸자식 뒷바라지를 하고 있으시며, 우리 시어머니께서는 갈 때마다 맛난 반찬을 챙겨주신다. 과연 육아는 네버엔딩이며 끝도 없이 희생해야하는 것인가? 그렇다면 과연 그 희생은 어떠한 이유에서 나오는 것일까.
물론 내 자신의 시간이 사라지고 여유 있게 삶을 되돌아볼 시간은 없다. 특히 워킹맘은 더더욱 시간과의 전쟁이다. 다들 이렇게 사나 싶어 우울하다가도 너무 피곤하기에 침대에 머리만 대면 취침하며, 취미 즐기기, 나 자신 꾸미기 등은 애초에 시작조차 하지 않는다. 회사에도 늘 아슬아슬 죄인이요, 학원을 전전하고 있는 아이에게도 죄인이 된다. 무엇보다도 아이가 아프면 회사일과 아이의 열로 들뜬 얼굴이 머릿속에 공존한다. 아이가 열이 뜰 때면 밤을 꼬박 새고 머리를 주억거리며 자판기를 두드린다. 그나마 같은 육아동지 동료들과 함께 의지하며 일을 말 그대로 ‘해내고’ 있다. 이것이 인생이란 것인가 라는 생각에 눈물이 차오를 때도 있다.
하지만 아이가 처음 태어나고 내 품에 안길 때부터, 뒤집기를 하는 순간, 어린이집에 처음 간 순간, 유치원을 졸업한 순간, 초등학교에 입학한 순간순간 묘한 에너지를 얻는다. 아이가 나의 사랑을 갈구하는 시점에서 나에 대해 무조건적 사랑을 주는 존재가 있다는 사실에 힘을 얻는다. 내 존재에 대해 허무함과 무력함을 느낄 때 작지만 강한 기둥이 나를 지지해주고 있는 느낌이다. 특히 아이가 세상모르고 자고 있을 땐 ‘이런 천사가 나에게 오다니’라는 생각에 몇 시간이고 보게 된다. 세상 무해한 얼굴로 자는 모습이, 세상의 풍파를 모르는 순진무구함이 나를 더 강하게 만든다. 아이가 무언가를 해냈을 때 내 자신이 무언가를 해냈을 때보다 더 기쁘며, 아이가 지금을 즐기고 있다는 것이 느껴지면 내 자신이 그 시간을 즐기는 것보다 더욱 행복하다.
이 글로써 간접‘체험’을 하게 된 무자녀인 분이 계신다면 꼭 ‘현실’로서 그 생생한 감정을 느끼시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