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모든 성과는 혼자만의 것이 아니다
- 등록일 : 2023-11-13 17:48
- 카테고리 : 카테고리 없음
- 작성자 : 윤미정
- 조회수 : 1306
모든 성공은 다른 사람들의 도움이 있어야만 가능하다는 말이 있다.
지금 나의 성장이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내가 살면서 가장 가슴에 와닿았던 글귀 중 하나기도 하다.
주말부부 생활을 10년 넘게 이어가고 있는 우리 부부에게 육아는 참, 말로만 아름다운 현실이었다.
나의 커리어를 포기하거나 아이들을 기관에 맡기거나 더 나은 선택 따위는 허락하지 않는 순간들이 있었다.
이렇게 해도 저렇게 해도 뭔가 하나는 포기하고 가슴 아파해야 할 것들임을 알면서도
두 손에 들려진 선택지를 어느 하나도 놓지 못해 동동대던 시간들이었다.
스산한 새벽공기에 아이들을 하나씩 동동 싸매고 어린이집 문을 두드리던 우리 부부에게 이른 아침의 공기는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누군가에겐 상쾌한 아침일지 모르지만 세상의 온갖 짐을 다 이고 지고 맞이하는 아침은 그야말로 전쟁의 서막과도 같았다.
공기마저 적막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면서 잠에 취해 우리의 어깨에 코를 박고 있는 아이들을 보고 있자면
이게 현실이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담은 한숨이 나도 모르게 흘러나오곤 했다.
새벽 7시, 어린이집도 문을 열지 않은 시간...
우리는 아이들이 다니고 있는 어린이집은 그 이른 시간에 불을 켜고 우리를 맞고 있었다.
서둘러 초인종을 누르자 원장님이 나오셔서 반가운 목소리로 아이들을 반겨주시고는
걱정 말고 어서 다녀오라는 인사를 남기며 우리 부부의 발길을 돌려보내시곤 하셨다.
어린이집의 운영시간이 7시 30분임에도 불구하고 더 일찍 우리 아이들을 위해,
아니 우리 부부를 위해 나와 주신 원장님이 어쩌면 우리에겐 빛과 같은 구세주였음을 다시 한번 떠올려 본다.
양가에서 모두 도와주실 상황이 되지 않았던 우리는 아이돌봄서비스를 넉넉히 이용할 만큼의 여유도 되지 않았고,
베이비시터는 감히 상상도 못할 지경이었다.
맞벌이라는 이유로 소득이 그리 높지 않았음에도 정부 지원의 벽은 높고 험하게만 느껴졌다.
어린이집이 없었으면 어쩔뻔했나 싶은 아찔한 순간들이 지금 생각하면 참 천운이었다는 것밖엔 설명이 안된다.
이렇듯 전쟁과도 같았던 나의 30대가 지나고 이제는 혼자서 학교도 가고 학원도 가고 배가 고프면 알아서 라면도 끓여먹는 청소년이 된 아이들은
그 때의 기억을 아직도 갖고 있다.
어쩌면 눈치가 보였을지도 모르고 어쩌면 일찍오고 늦게가는 아이들이라
미운오리새끼처럼 자라지 않았을까 하는 나의 걱정과는 다르게
그 때 그시절 어린이집에서 다른 애들은 못먹는 아침 간식이 그렇게 맛이 있었다고 자랑스레 말을 하곤한다.
그때 원장님이 특별히 내주시던 과일과 구수한 누룽지가 아이들에게는
피곤에 찌든 부모의 사랑보다도 더 구수하게, 다정하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어릴 때 기억은 점점 잃어가기 마련인데 그 어린 시절의 간식 맛을 기억하며 회상하는 아이들을 보고 있으면 지금 여유로워지고,
지금 자립할 수 있는 나의 모든 것이 나 혼자서는 이루어질 수 없었을 거라는 감사함으로 미소를 짓게 한다.
다시 찾아간 그 어린이집은 형체도 없이 다른 건물로 바뀌었지만
나의 가장 어두웠던 터널에 졸음방지 무지개 빛처럼 나를 각성시키고 비춰주던 그 마음은 잊지 않고 살아가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