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아이키움

회원가입

광주아이키움 전체메뉴

두렵지만 해볼만 한 가치있는 일, 육아

새로운 상황과 변화에 불안도가 높은 나에게 임신은 두려움이 앞서는 일이었다. 결혼 이후 곧바로 생긴 아이가 유산되어, 두 번째 임신을 했지만 그마저도 지키지 못할까봐 설렘과 기대보다는 걱정과 두려움을 놓지 못했다.

 

10개월의 임신 기간을 무탈하게 보내고, 드디어 첫 아이를 만났다. 다른 사람은 아이의 탄생이 소중하고 감격적이어서 눈물을 흘린다고 하는데.. 나는 수술 후 고통이 더 커서, 아프고 회복이 더뎌서 눈물을 흘렸다.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모성애가 생기지는 않았고, 바로 산후 우울증에 시달렸다. 체력적으로도 너무 힘들고, 몇시간에 한번씩 아이를 수유하는 것도 고되게 느껴졌다. 더욱이 우는 이유를 모른 채 한 시간이 넘도록 울고 있는 아이를 달래려니 걷잡을 수 없는 화와 짜증이 밀려오기도 했다.

 

아이도 세상에 태어나서 성장통을 겪으며 고통스러움을 눈물로 표현한다고 하는데, 그것을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마음은 그러질 못했다. ‘내가 애를 왜 낳았지? 왜 이렇게 힘들지?’ 온통 머릿속에서 이 생각이 떠나지 않았고 산후도우미 선생님의 지원 이후 혼자서 아이를 보는 것이 너무 두려웠다. 아침에 눈을 뜨면 숨이 막혔고 나의 서툰 육아로 아이가 잘못되면 어떡하지?’ 등과 같은 과잉 걱정이 머리 속을 지배했던 것이다.

 

나의 불안함과 우울함은 남편에게 쏟아졌다. 퇴근이 늦어지는 날이면 모든 화살을 남편에게 돌렸고 남편도 처음인 육아라 서툰게 당연한데도 못마땅한 눈길을 쏘아붙이며 화를 내기 급급했다. 그래서 결국 남편과의 관계도 왠지 멀어지는 것처럼 느껴졌다. 항상 화를 내고 돌아서면 후회를 했다. ‘행복하려고 아이를 낳았는데, 왜 행복하지가 않고 남편과 나는 싸우기만 하는 걸까?’ 아이가 잠이 들면 이런 생각들이 떠나지 않았다.

 

육아로 지치고 예민해진 나에게 먼저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자고 말한 것은 남편이었다. 물론 나 역시 육아휴직이 안되는 직종이었기에 빨리 복직을 해야 했지만,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는 유일한 선택지가 아이를 어린이집으로 보내는 것이었다.

 

그렇게 만 4개월, 앉지도 못하는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냈고 나는 드디어 자유를 얻었다. 그럼에도 홀가분함과 죄책감은 줄다리기하듯 했고 어린이집을 보낸다고 말하면 주변 사람들은 놀람과 걱정, 우려 섞인 목소리를 냈다. 아이는 하루의 절반 이상을 어린이집에서 보내야 했지만, 잘 적응했고 나 역시 조금 더 여유를 가지고 육아에 임할 수 있었다.

 

그리고 최근 첫 돌을 맞았다. 아이를 1년 키워보고 느낀 바는 이렇다. 아이를 키우는 것은 생각 이상으로 힘들고 에너지가 필요한 일이며, 정말 단단한 각오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사실 이렇게 말하면 나와 같이 불안도가 높은 사람들은 지레 겁먹고 임신과 출산, 양육을 고민하게 될 것인데 그래도 그것을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이 얼마든지 준비되어 있다고 이야기해주고 싶다. 우리 주변에 함께돌봄의 체계가 비교적 잘 갖춰져 있기에 이를 활용하면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말이다.

 

두려움이라는 감정은 성취의 경험에서 비롯된 자신감이 커질수록 극복하기 쉽다고 한다. 지난 1년 누워만 있던 아이가 앉고, 기고, 서서 걷기까지 많은 성취를 했듯이 엄마인 나도 크고 작은 성취를 이루어냈다. 그래서 이제 아침에 눈을 뜨면 사랑스러운 아이의 눈을 바라보며 잘 잤냐고 아침 인사를 건넬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가장 큰 성취는 엄두도 내지 못했던 둘째를 계획해 보고자 하는 마음이 생겨났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