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에 이런 순간은
- 등록일 : 2023-11-06 12:19
- 카테고리 : 카테고리 없음
- 작성자 : 김지현
- 조회수 : 1373
이준아, 너를 키운 수기를 쓰는 이벤트가 있다고 해서 엄마가 사진첩을 한번 쭉 다시 훑었어.
엄마는 지금도 20개월을 앞 둔 너를 보고 있지만, 너를 처음 만나고 내가 엄마가 되었던 작년 사진들을 보면
혼자 웃고 또 눈물이 글썽해져.
오랜 시간동안 딩크로 살 줄 알았던 내가 막상 임신을 하려니 임신이 되지 않아서 또 2년 고생해서 너를 얻었을 때,
어찌나 조심스럽고 모든 게 불안하기만 했던지.
너를 임신했을 때가 엄마는 정말 행복했던 시간이었어. 근무지에서 단축근무도 하고 여유롭게 태담하고 책도 보고 음악도 듣고 말이야.
그리고는 두려운 출산의 순간도 지나가고 그 작은 핏덩이 너를 안았을 때,
엄마는 생각했어. 모든 사람들이 이 순간을 경험해 봐야 한다고. 내 뱃속에서 새 생명이 자라고 또 그 생명이 살아서 움직이는 걸 느끼고 보는 경험말이야.
너는 아들이라서 엄마처럼 직접 아기를 품고 낳는 경험은 안하겠지만 그래도 언젠가 너도 이 감격스러운 시간을 맞이 하겠지?
엄마의 큰 포부와 기대, 한편으로는 직장에서 일하지 않고 육아휴직하면서 1년간 너랑 함께할 그 시간이 정말 궁금했거든.
사실 많이 힘들었어. 엄마는 아무것도 모르는 초보였고, 또 말그대로 독박육아여서.
그래도 너랑 모든 것이 처음인 반짝이는 경험들이 얼마나 많은지!
처음으로 간 문센 수업은 정말, '아 이렇게까지 아기가 귀여운 존재구나' 하면서 수박으로 변신한 너를 사진 찍기에 바빴고,
우리집 강아지 오월이랑 너가 잘 지낼까도 걱정했는데 지금은 아침에 일어나면 너의 첫 마디는 "오월아!"가 됐어.
4개월 된 너가 코로나에 걸려서 밤새 네 몸 닦으며 열 체크하고 밤을 지새우던 날들도, 이유식 한번 잘 먹어주면 그게 그렇게 장하고 이쁘던 날들도
어느새 다 지나간 일이됐구나.
엄마는 지금도 너가 아픈게 제일 무섭고, 네가 엄마가 해 준 밥을 잘 먹으면 그렇게 고맙지만
그래도 지금은 달려다니고, 웃고, 까부는 네 모습에서 작년보다 훨씬 큰 어린이 모습이 보여서 더 안심이 돼.
이준아, 잘 커주고 하루하루 웃어줘서 고마워. 너를 키우면서 엄마, 아빠는 둘째도 갖을 용기를 내었으니까 너는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사람이란다.
우리 내년에도 둘째랑, 오월이랑, 엄마, 아빠랑 행복하자, 사랑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