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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유아 건강검진으로 지켜낸 아기 천사

#1. 첫번째 영유아 건강검진

어느 날 우편물이 왔다. 영유아 건강검진을 받으라는 내용이었다. ‘잘 먹고 잘 자는 우리 준서에게 무슨 문제는 없을 텐데, 형식적으로 받고 오자.’라고 생각하고 집에서 가장 가까운 영유아 검진 기관으로 갔다. 소아과 선생님께서는 양쪽 허벅지의 주름 위치가 달라서 고관절 탈구가 의심된다고 했다. 고관절의 회전 반경은 문제가 없어 보이나 정형외과 전문의의 추가적인 진료가 필요하다고 했다.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뒤집기도 유난히 오른쪽으로만 시도하던 우리 준서가 한쪽 다리가 불편해서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정형외과로 갔다. 정형외과 선생님께서 관찰했을 때 문제는 없는 것 같으나 본인도 소아 환자에 대한 진료 경험이 부족하므로 대학병원 소아 정형외과 교수님의 진료를 권했다. 크게 문제가 없을 것 같다고 얘기해 주셨지만 나와 아내는 불안했다. 아이와 첫 나들이가 대학병원이라니바리바리 짐을 싸서 조선대학교 병원으로 향했다. 대기실 인파 속에서 수유도 하고 잠도 재우다가 준서 진료 차례가 되었다. 문진 후 초음파 촬영과 엑스레이 촬영을 하고 초조하게 교수님 진료를 기다렸다. 다행히도 고관절에는 문제가 없다고 하셨다. 다른 요인으로 허벅지 주름의 위치가 달라진 것이었나 보다. 만약 준서의 고관절에 정말 문제가 있었다 할지라도 영유아 건강검진 덕에 조기에 문제를 발견하고 치료를 받을 수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2. 다 때가 있다.

우리 준서는 코로나19 유행 시기에 태어났다.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외출을 잘 하지 못했고 만나는 어른들도 다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뉴스에서도 마스크로 인해 영유아의 언어발달에 지장이 생긴다는 내용을 보긴 했지만 이게 우리 얘기일 줄은 몰랐다. 두번째 영유아 건강검진 때 또래에 비해 신체발달은 문제가 없는데 언어와 인지발달이 더디기 때문에 경과를 지켜보고 다음 건강검진 때까지 진전이 없으면 발달센터에 가보는게 좋겠다고 하셨다. 충격적이었다. 이름을 불러도 전혀 반응하지 않던 준서가 어려서 그런 것이라고 넘겼는데 내가 너무 무관심했다는 죄의식이 들었다.

그날 이후로 나와 아내는 어떻게 하면 준서의 언어 발달을 자극할 수 있을지 찾아보고 공부하고 대안을 세웠다. 일단 코로나19 지원금으로 영유아 도서를 샀다. 그리고 물려받기만 하고 쌓아두었던 도서들을 꺼내 정리하고 읽어주기 시작했다. 최대한 천천히 또박또박, 그리고 되도록 매일매일 시간이 날 때 마다 읽어줬다. 아내가 읽어준 책을 내 음성으로 다시금 읽어주기도 했고 문장이 나타내는 사물을 손으로 지시하며 읽어주었다. 아무리 졸리고 피곤해도 준서가 먼지 피곤해서 자지 않는 한 항상 책을 읽어주었다.

어린이집 선생님의 말에 따르면 현재 28개월인 우리 준서는 또래 아이들보다 언어 표현이 적극적이라고 한다. “자기 전에 읽고 싶은 책 가져오세요.” 라고 하면 추피가 의사 선생님 만난 책 읽어줘.”라고 말하는 우리 준서는 책 페이지의 그림에 대해 얘기하는 것을 좋아한다. 글자는 몰라도 그림을 보면서 책의 내용을 얘기하는 준서를 볼 때면 언어발달 문제로 언제 그렇게 걱정을 했나 싶을 정도다. 꽃이 피는데 걸리는 시간이 다른 것처럼 아이마다 각자의 능력을 보여주는 시기가 다르지 않을까? 앞으로도 준서가 커가면서 또래들보다 키가 작아서, 학습 능력이 떨어져서 등등 고민할 일이 많을 것 같다. 그때도 이번처럼 아이가 성장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주고 준서만의 꽃이 필 때까지 기다려 줄 것이다.

#3. 깨진 앞니

나는 자영업을 하고 있어서 공휴일에도 잘 쉬지 못한다. 일을 시작한 이후로 두번째로 4일 연속으로 쉬게 되어 가족과 제주도 여행을 갔다. 여행은 즐거웠지만 바뀐 잠자리로 깊이 못 자는 준서를 재워야 하고 나흘 내내 운전을 하느라고 지쳐 있던 터라 잠깐 멍 때리는 사이 사단이 벌어졌다. 준서가 잔디밭에서 뛰어놀다가 하필이면 돌부리에 걸려 현무암에 입술이 찍힌 것이다. 입 안에서 피가 많이 나길래 입술이 찢어져서 그러나 싶었는데 자세히 보니 앞니가 톱니처럼 패어 있었다. 울부짖는 준서를 안고 화장실로 가서 피를 닦아 주었다 내 신발과 옷도 피로 물들었다. 앞이 깜깜했다.

때마침 영유아 치아 건강검진시기와 맞아 소아 치과에 갔다. 제주도에서 다쳤던 것에 대해 말씀드리자 엑스레이 검사 등 정밀한 검사가 이어졌다. 다행히 소아 치과에서도 불행 중 다행으로 치아 뿌리에 문제가 없어 영구치에 문제가 없다고 하셨다. 국가에서 시행하는 영유아 건강검진으로 인해 내돈 한푼 들이지 않고 전문가의 의견을 구할 수 있다니 고마운 일이다. 아이 키우기 참 좋은 나라다.

 

우리 준서는 다음 영유아 건강검진을 기다리며 쑥쑥 자라고 있다. 아이의 성장과 발달 과정을 점검할 수 있어서 좋고, 게다가 국가 지원으로 무료로 받을 수 있는 점 또한 매우 만족스럽다. 앞으로도 아이를 키우면서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 든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