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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체험수기] 무엇하나 쉬운 것이 없었던 나의 이야기

임신과 출산 그리고 육아.

 

무엇하나 쉬운 것은 없었다.

 

# 임신

몇 년동안 원인없는 난임으로 고생하고 많은 눈물을 흘리다 어렵게 시험관에 성공하여 임신을 하게 되었습니다. 바로 전 시술에서 계류유산을 겪어서 임신에 성공했지만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었습니다. 출산일까지도 불안하고 걱정이 되어 마음을 놓을 수 없었지요. 더군다나 기뻐할 여유도 없이 5주부터 입덧이 시작되더니 점점 심해져 아무것도 할 수 없어 누워만 있었습니다. 정말 입덧은 삶의 질을 최악으로 떨어트리더군요. 평소에 먹는 것을 좋아하는데 아무것도 먹고 싶지 않고 먹어도 토하고 양치질을 해도 토하니 너무 힘들었습니다. 그와중에 아기를 지키기 위한 호르몬 주사와 약을 투여해야 했고 주기적으로 병원에 가서 수액을 맞아야 했습니다. 입덧약도 먹어보았지만 약간 나아질 뿐 완전히 괜찮아지진 않았습니다. 안그래도 마른 편인데 5킬로가 더 빠지고 이러다 죽는 거 아닌가 힘들어하며 괜찮아지기를 기다렸습니다. 그래도 20주정도 되니 조금씩 나아지는 것 같았고 살 것 같았는데 그 때부터는 먹덧이었습니다. 먹지 않으면 속이 안좋아서 계속 먹어야 했습니다. 아침부터 배가 고팠고 상큼한 아이스크림으로 속을 다스려야 했습니다. 고구마는 어찌나 맛있던지 한번 먹기 시작하면 멈출 수가 없었습니다.

이제는 살을 고민해야 할 정도로 무서운 속도로 체중이 증가했습니다. 뭐든 맛있었고 제 인생에서 가장 많이 먹었던 날들이었습니다. 30주가 지나 배가 많이 나오자 서 있으면 배가 당겨서 걷는 게 힘들었고 숨이 차서 거의 누워 지냈습니다. 막달에는 운동을 많이 해야하는데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무서운 출산 예정일이 다가왔습니다. 언제 신호가 올지 몰라 긴장하며 지냈는데 출산 예정일이 지나도 소식이 없더니 예정일이 지나고 이틀 후에 드디어 신호가 왔습니다.

 

# 출산

전날 밤부터 가진통이 있어서 잠을 못자다가 진통이 일정해지자 새벽 6시에 병원에 갔습니다. 병원에서는 1센티 정도 자궁문이 열렸다며 출산하자고 했고 분만실에서 모니터링을 했습니다. 진통은 점점 심해졌고 살면서 경험해보지 못한 아픔이 밀려왔습니다. 간절히 무통을 맞고 싶었지만 자궁문이 3센티는 열려야 무통을 놔줄 수 있다고 해서 참아야 했습니다. 자궁문은 쉽게 열리지 않았고 아파서 눈물이 났습니다. 몇 시간 뒤에 겨우 무통을 맞았지만 효과가 없어서 다시 맞아야 했고 무통을 맞으니 그래도 살 것 같았습니다. 병원에 온지 12시간이 지나가고 저녁이 되었지만 자궁문이 충분히 열리지 않았고 의사 선생님이 제왕절개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자연분만을 하고 싶었습니다. 회복이 빠르고 아기에게도 좋다고 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체되면 아기도 힘들어진다고 했고 그쯤되니 저도 너무 지쳐서 수술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힘든 진통을 하고 수술을 한다는 최악의 케이스가 제 일이 되었습니다. 16시간만인 밤 10시에 수술을 하고 30분 후 아기가 태어났습니다. 슬프게도 아기가 태어나는 순간을 함께하지 못했고 마취에서 깼을 때는 너무 어지럽고 힘들어서 정신이 없었습니다.

왜 제왕절개가 후불제라고 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배를 칼로 휘젓는 느낌. 배에 힘이 들어갈 때마다 아프니 처음에는 움직일 수도 없었고 아기를 보러 갈 수도, 모유수유를 할 수도 없었습니다. 출산 후 9개월이 되었지만 지금도 한번씩 수술 부위가 아픕니다.

 

# 육아

창문 너머로만 보던 아기를 품에 안고 모유수유를 하니 엄마가 된 게 실감이 났습니다. 정말 경이로움과 감동 그 자체였고 내가 이 생명을 탄생시켰다는 사실에 가슴이 벅차 올랐습니다. 아기가 밤낮이 바뀌어 밤에 잠을 못자니 너무 힘들었지만 한번씩 이게 꿈인가 싶을 정도로 믿기지 않고 행복했습니다. 아기는 예쁘고 사랑스럽기도 하지만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아기 때를 볼 수 있어서 커가는 과정이 신기하고 신비롭습니다. 알려주지 않아도 스스로 뒤집고, 기고, 걸으려고 하는 게 대견하기만 합니다. 무럭무럭 잘 자라고 있어 감사하지만 한편으로는 시간이 너무 빠르게 가는 것 같고 너무 빨리 크는 것 같아 아쉽기도 합니다.

아기는 예쁘지만 힘든 것 또한 사실입니다. 모유수유와 육아로 임신 전보다 체중이 줄었습니다. 책 읽는 걸 좋아하는데 TV볼 시간도 없습니다. 모든 게 아기를 위주로 돌아가니까요. 특히 적극적으로 육아에 참여하지 않는 남편을 보면 화가 나기도 합니다. 아기가 대부분의 시간을 저와 보내서 그런지 아빠가 있어도 제가 안보이면 울고 저한테 오려고 하니 더욱 더 독박육아가 되어 갑니다.

 

# 사건 사고

우리 아기. 건강하기만 할 줄 알았는데 그동안 아파서 속상할 때도 있었습니다. 백일경 백일사진 찍는다고 엄마 아빠는 신나서 사진을 찍었는데 저녁에 보니 귀에서 진물이 나오는 것 같았습니다. 어쩐지 목욕시킬 때 아기가 많이 울었었는데 아파서 울었나봅니다. 아기가 말도 못하고 얼마나 아팠을까 생각하니 너무 미안해서 눈물이 났습니다. 걱정을 안고 다음날 병원에 가니 외이도염이라고 해서 벌써 항생제를 먹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이번에는 감기에 걸렸습니다. 아기는 열이 많아서 괜찮을 줄 알았는데 밤에 추웠었나 봅니다. 감기가 낫지 않고 중이염까지 와서 2주 정도 약을 먹여야 했는데 약 먹기 싫어하는 아기에게 약을 억지로 먹이기가 너무 힘들었습니다.

그리고 또 얼마 후 침대에서 낙상까지 하게 됩니다. 침대에서 낮잠을 재웠는데 못본 사이에 아기가 깨서 떨어진 것입니다. 아기는 많이 울었고 얼굴에 멍이 들었습니다. 다행히 다른 증상은 없었고 잘 놀았지만 나 때문에 아기가 다쳐서 자책을 많이 했습니다.

우리 아기만 다치고 아픈 것 같아서 조금만 열이 나고 아파도 엄청 예민해집니다. 아기가 아플 때가 가장 힘들다는 것을 경험해봐서 알기 때문입니다. 요즘에는 그래도 이유식 잘 먹고 아프지 않아서 감사합니다.

 

# 육아 노하우

짧은 육아지만 느꼈던 점입니다. 육아에서 잠은 정말 중요한데 저도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습니다. 밤낮이 바뀌어 나도 일어나기 힘들어서 아기와 함께 늦잠을 잤더니 또 밤에 늦게 자게 되어 악순환이었습니다. 육퇴를 할 수가 없었지요. 그래서 아침에 조금씩 빨리 일어나기 시작했더니 밤잠도 당겨져서 요즘은 그래도 육퇴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저는 낮잠이나 밤잠이나 아기가 졸려하면 재웠었는데 일정한 시간에 자는 것이 생활패턴에 좋을 것 같아서 일부러 시간에 맞춰 재웠더니 요즘에는 비슷한 시간에 잡니다. 안될 것 같다는 생각에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보다는 아기가 힘들어하고 울더라도 시도를 하면 아기도 곧 적응을 하는 것 같습니다.

 

# 마치며

우리 아기 겨울에 태어났는데 벌써 찬바람이 부는 계절이 왔습니다. 내가 엄마라고 좋아하며 웃는 아기를 볼 때면 내 모든 것을 다 주어도 아깝지 않을 것 같습니다. 재울 때 사랑한다고 말하면 마치 알아듣는 것처럼 미소짓습니다. 아가야.. 엄마에게 와줘서 고마워~~

이상으로 많은 사람들이 겪는 평범한 일상이지만 저에게는 처음으로 겪는 특별한 일인 임신과 출산 그리고 육아 경험담이었습니다.

   

p.s.

광주아이키움에서 이런 이벤트를 해서 다른 분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좋습니다. 다 같은 마음이기에 글을 읽으며 뭉클하고 눈물이 납니다. 우리 다같이 힘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