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체험수기공모전> 우리아기 임신일기
- 등록일 : 2022-11-06 16:04
- 카테고리 : 카테고리 없음
- 작성자 : 김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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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체험수기공모전: 우리아기 임신일기
제 목: 우리아기 임신일기
우리 아기 둥둥이의 임신일기를 써보려고 한다. 우리 부부는 결혼, 임신, 출산 등에 관심이 없는 커플이였다. 오랜 시간 만나온 커플이였고, 둘다 사회적으로 나이가 차다보니(?) 결혼이라는 제도를 받아들이기로 하고, 준비하게 되었다. 결혼식 준비 중 코로나로 인해 제약이 많아 스몰웨딩을 계획하며 준비하였다. 그래도 생애 한번뿐인 결혼이고 스몰웨딩이라지만 보통의 결혼식처럼 격식은 다 갖춰야 했기에 열심히 준비하였다.
입술은 쥐고, 하루종일 잠과 피곤함이 밀려와서 당연히 결혼식 준비로 인한 과로 인줄 알았다. 결혼식이 일주일채 남지 않은 시점에 매직(생리)을 하는데 생리 기간이 짧아서 산부인과를 찾아갔다. 증상을 말씀드렸더니 갑자기 초음파를 찍자고 하신다.
“임신입니다. 축하해야할 일이죠? 2주뒤에 오세요. 아기 심장소리 듣게요.“
생리인줄 알았는데 임신초기부터 하혈을 한 것이다. 난.이 하혈을 생리로 착각한거고..
‘헐.... 임신...나에게??? 나 40대인데???’ 당혹감과 뭔지모를 울컥함이 동시에 몰려왔다.
앞서 말했지만 나와 둥둥이 아빠는 결혼 생각이 없는 비혼주의자였고, 결혼을 하더라도 당연 딩크족(?)이 될것이라 생각했다. 육아와 출산에 관심도 없었고, 생각을 해본적이 없었다. 그런데 임신이라니, 그리고 마냥 싫지만은 않은 이 기분은 뭘까...
둥둥 아빠에게 이 소식을 전했다. 원래 감정의 변화를 밖으로 표현 안하는 분이라,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더라. 그래서 나중에 물어보니 두려웠다고 한다. 두려움을 느끼고 기쁨을 느꼈다고 한다.
그 마음 뭔지 나도 알것같다. 나도 그랬으니..우리 부부 나이 40대, 그것도 초산...우리 걱정보다 부모이기에 우리 아기 둥둥이(태명) 걱정 먼저 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이렇게 나는 우리 둥둥이를 품은 채 결혼식을 했다^^
신혼여행, 신혼집 이사 등을 미룬 채 열심히 산부인과를 다녔다. 정기검진하기로 한 2주 뒤, 심장소리 듣기로 한날이다.
“아기 심장소리가 약해요. 다음주 7일 뒤에 다시 오세요.”
응? 오늘도 못듣는건가? 난 초산맘이라 이게 나쁜 소리인지도 모르고, 걱정도 안한 채 7일 뒤에 둥둥 아빠와 산부인과에 갔다. 내가 너무 임신에 무지해서 심장소리가 안들린다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말인지 몰랐다...
“아가 심장 잘 뛰네요. 걱정 안하셔도 되겠어요. 그래도 약 처방은 해드릴게요”
이때까지만 해도 나는 저절로 임신하면 아이가 나오는 줄 알았다. 그런데 약 처방이라니? 뭔지 모르지만 약국가서 약을 타왔는데 질정을 처방받았다.인터넷 검색해보니, 유산위험이 있는 산모들이 사용한다고 한다. 이때부터 나는 내 몸에 뭔가 문제가 있는 걸 이제서야 알았다.
임신을 했어도 딱히 졸음과 피곤함 빼곤 일상생활이 다른건 없어서 직장생활도 잘하고 잘먹고 아주 많이 잤다.
그러던 중 갑자기 또 하혈을 했다. 다시 병원을 찾아갔다.
“우리 아가는 잘크고 있어요. 엄마가 자궁이 약해요. 앞으로 약 계속 처방 받고, 잘 쉬어야 해요”
내가 문제였다ㅠ 우리 둥둥이 어쩌나.. 마음이 너무 불안해졌다. 그리고 뱃속에서 힘들어할 우리 아가 걱정에 미안해졌다. 와 함께 찾아온 입덧... 나에게 입덧이 올줄이야. 하루종일 배멀미를 하는 기분이다. 그런다고 못먹는건 아닌데 배가 고프면 멀미 시작이다. 그리고 육식(?)을 좋아하던 나는 고기를 멀리하게 되었고, 평소 안좋아하던 음식을 찾게 되었다.
입덧증상 또하나! 세제, 샴푸 등에서 나는 향(?)에 입덧이 올라왔다.
이때부터 설거지는 둥둥아빠 전담이 되었고, 모든 목욕용품, 세제 등은 무향으로 바꾸게 되었다. 이때부터 둥둥 아빠는 독박 가사가 시작되었다.??
‘고마워 둥둥아빠, 둥둥아빠 아니였으면 나랑 우리 둥둥이 많이 힘들었을거야.‘
다른 산모들은 몇주, 또는 한달에 한번 인것 같은데 이벤트가 많은 나는 거의 1주 또는 2주에 한번씩 병원에 간다. 이번에는 정기검진때 기형아 검사를 한다고 한다.
“35세 이상이면 니프티검사를 추천해요. 아무래도 노산이면 정확한 기형아 검사를 추천드려요.”
기형아 검사 중 정확도도 높고, 노산이면 추천한다고 하니 니프티검사를 받기로 했다. 니프티검사는 다른 기형아 검사에 비해 가격이 부담되지만, 피검사로 간단히 검사를 할 수 있었다. 검사결과 기다리는데 2주정도 걸렸다. 왜이리 근심 걱정이 많아졌는지, 2주내내 마음 졸었다. 엄마가 나이가 많아 혹시 우리 둥둥이가 아플까봐... 다행이 정상소견이 나왔고, 안도의 함숨을 쉬었다.
임신15주가 넘어가니 입덧이 사라졌다. 세제 냄새도 역겹지가 않아서 가사일도 조금씩 할수 있게 되었다. 입덧이 사라지고 몸이 편해지니 식욕은 더욱 왕성해졌다. 그리고 배가 조금씩 D라인으로 변해간다. 이제 조금씩 임신에 적응해가고 몸도 편해져간다.
임신중기 기형아검사를 하러 기존에 다니던 여성병원에 갔다. 초음파를 꼼꼼히 봐주시는 선생님이 '아이상태 괜찮다'라고 하시고 별 이상 없으면 정기검진때 오라고 하신다. 나는 이때 대학병원과 여성병원 2군데를 다니던 때라 일주일뒤 정기검진이 예약된 대학병원으로 외래진료를 갔다.
“흠...아기도 좋고, 산모도 괜찮아요..어? 다시 초음파를 합시다....오늘 입원해야 겠어요”
이게 청천벽력같은 소리인가....
'선생님, 저 저번주에 병원 다녀왔는데 괜찮다고 했는데요???'
지금 상태에서는 양수가 샐수도 있고, 바로 응급수술 들어가야할수도 있다고 하신다. 대학병원 이다보니 응급실로 바로 가서, 입원, 수술 절차 진행하라고 한다. 응급실행..코로나 시국이라 PCR 검사를 통과해야 입원이 가능하다. PCR 검사 기다리는 동안 엑스레이, 피검사, 소변검사 등을 하였다. 그 사이 응급실로 산부인과 선생님들이 와서 양수가 새는지를 검사했다.
' 어머니 다행이 양수가 안새요. 정말 다행이네요^^' 라고 한다.
나는 양수가 새는게 얼마나 나쁜건지도 모르는 초산맘이라.. 의사선생님의 검사 결과에 안도의 미소를 보이길래...그때서야 ' 아 이게 심각한거였구나' 라고 인지했다.
PCR 검사결과가 음성으로 나오고 저녁이 되서야 병실로 올라간다. 내가 입원한 병실은 ‘고위험산모집중치료실’.,점점 내 상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게 되었다.
“검사해보니, 긴급 수술은 안해도 되니, 컨디션 봐서 수술일정 잡읍시다.“
여기 병실에 입원해서 부터 나는 걷지도, 일어나지도 못하게하고, 누워서만 생활을 해야했다. 입원 첫날...잠이 안온다...멀뚱멀뚱 뜬눈으로 밤을 샌다. 다음날...하루에 3번 식사빼고는 누워있어야 하는 게 여간 견디기 힘들어졌다. 낮에는 누워서 하얀색 천정만 바로보고 있는데....점점 견디기가 힘들어 저녁마다 숨죽여 울었다. 수술 일정이 잡히고, 태어나 처음으로 수술을 했다. 침대에 실려 수술실로 가는길에 온몸이 떨리고 어찌나 긴장이 되던지.....수술 마치고 나와서야, 아 내가 살아있구나 라는 안도감을 느꼈다
수술 후 마취가 깨가면서 느끼는 통증. 이 고통을 내가 참고 견디는 만큼 우리 둥둥이 꼭 건강하게 40주 채워서 낳게 해달라고 빌었다. 수술을 하고도 며칠 더 입원을 해서 경과를 봐야했고, 다행히 경과가 괜찮아서 퇴원을 했다.
병원 입원해있는 동안 일주일 넘게 씻지도, 밥먹을 때 빼고는 앉지도, 움직이지도 못한다. 정말 다시 생각해도 눈물 나는 병원 생활이였다.
퇴원.. 드디어 집에 왔다. 수술을 하고 3주 동안은 잘 쉬어야 수술 부위가 아문다고 한다. 그래서 집에서도 침대에 3주동안 누워만 지냈다. 머리도 누워서 둥둥아빠가 감겨주었고, 3끼 식사까지 준비해주었다. 다시한번 느끼는 거지만 둥둥 아빠가 이렇게 도와줘서 내가 버틸수 있었다. 그러다가도 누워만 있을때 답답함이 밀려온다. 그럴때마다 병원이 아닌 집에 있는게 어딘가...라면서 스스로를 위로했다.
수술후 첫 산부인과 정기검진.. 수술부위 경과보시던 선생님이 수술은 잘 되었고 경과도 괜찮다며, 이제 출산분만 하는 다른 선생님께 진료를 보라고 하신다. 그럼 이제 일상생활 해도 되냐고 질문하니 가능하다는 답변도 받았다. 기분이 너무 좋아서 둥둥아빠에게 집에 차안에서 오는 내내 신나서 종알종알 수다쟁이가 되었다. 그리고 또 한달채 안된 정기 검진 앞두고......또 하혈을 했다.
이번에는 늦은 밤 동네 산부인과로 갔다. 병원에서 수축검사, 초음파 등 진행했는데 더이상 피비침은 없다고 다행히 괜찮다고 하신다.내가 너무 예민해져있나보다라고 생각하고 이날 하루는 푹잤다.
대학병원 정기검진일, 수술하고 내 몸 상태가 좋다고 한다. 수술도 잘되고 잘 아물고, 우리 둥둥이도 잘크고 있단다. 너무 좋다. 다음날 저녁 또 갑자기 소량의 하혈을 한다. 번에는 배까지 아퍼서 느낌이 새하다. 둥둥아빠는 어제 병원 결과 가 좋은데 내가 예민해져서 그런거라면서 날 위로한다. 하지만 내가 불안하니까 수술한 대학병원 응급실로 갔다.
또 응급실... 또 PCR 검사외 저번과 같은 검사들.. 나는 응급실 침대에 누워서 기도를 했다.
‘제발..아무이상 없이 집으로 돌아가게 해주세요. 죽을만큼 싫은 입원은 절대 안하게 해주세요.’
선생님이 오셔서 차근차근 설명해주신다. 지금 상태가 썩 나쁜건 아니지만 하루사이에 초음파 결과가 나빠졌으니 예방 차원에서 입원을 해서 2~3일 정도 경과 지켜보고 퇴원하는게 어떻겠냐고, 나보고 선택하라고 하신다.
나는 절대 입원은 안하고 싶다던 기도를 방금전에 했는데 ..갑자기 드는 둥둥이 생각에...
“네 입원 할게요..”
그렇게 2번째 입원이 시작되었다. 첫날부터 3일만 버티자 하고 입원을 한터라 밥도 잘먹고 잘자고 씩씩하게 병원 생활을 했다.
3일차 퇴원앞두고 마지막 검사. 균 검사에서 균이 검출되었다. 지금 상태로는 퇴원을 시킬수가 없다고 한다. 일주일정도 입원을 연장하면서 항생제로 치료를 해보자고 한다. 또 일주일 연장되어 10일차 입원.
퇴원 앞둔 또 마지막 검사. 균 검사에서는 통과를 못했지만, 통원치료하자고 하시면서 다른 검사들만 통과하면 퇴원하자고 한다. 그런데 이번엔 자궁수축이 잡힌다. 난 또 자궁수축이 뭔줄 몰라 인터넷 검색을 해봤다. 그날부터 링겔을 추가로 달았다.여전히 난 못씻고, 못움직이고...누워만 지내야 했다. 자궁수축검사를 매일한다. 계속 수축이 잡혀서 추가로 링겔을 양팔에 2개를 달았다. 입원이 한달이 되어간다. 퇴원 전 마지막 검사를 시작했다. 이번엔 기대 안해야지 하면서도 퇴원을 기대하게 된다. 다행히 통과 되어 다음날 집으로 갈 수 있었다.
그리고 한가지 변화. 난 2번째 입원으로 직장을 그만두게 되었다. 여러번의 병원행과 입원으로 도저히 주변 동료들에게 내 공석으로 인해 불편함을 줄 수가 없다고 판단해 사직서를 제출했다. 많이 서운하고 아쉬웠지만, 둥둥이를 지킬려면 이 방법뿐이라 경력단절이라는 두려움을 뒤로 한채...사직을 선택했다. 내가 20대 후반부터 직장생활을 시작해서 15여년가까이 일을했다. 나름 쉬지않고 일을 했고, 출산 육아를 해도 직장을 다닐 계획이였다. 막상 퇴원하고 집에오니...이 공허함. 그것보다 경력단절로 다시 일을 할수 없을거란 두려움...많은 생각에 우울해진 며칠을 보냈다.
그리고 한편으론 둥둥이에게 미안함... 온갖 임신 이벤트로 태교다운 태교를 못해서..미안했다.임신내내 잦은 병원행, 수술, 입퇴원을 겪으며 34주만 버티게 해달라고 기도했고, 34주가 되니 37주까지만 버티자고 또 기도한다. 34주차가 되니 몸에 변화가 생겼다.
둥둥이가 커진 만큼 소화도 안되고 내가 움직이는게 힘들어진다. 골반이 아파오고 뒤뚱뒤뚱 걷게 된다. 배는 확연히 커진게 느껴지고 살은 더 쪄간다. 그래도 맘은 편하다. 1차 목표인 34주가 되었으니! 34주차에 독감주사를 접종하러 산부인과를 방문했다. 산부인과가면 항상 키,몸무게, 혈압등 을 체크한다. 근데 오늘은 혈압이 문제라고 한다. 결국 임신중독 진단을 받았다. 허허 웃음만 나왔다. 임신해서 걸릴수 있는 이벤트는 다 걸린 것이다. 주변에 이 사실을 아는 지인들은 얼마나 귀한 아기가 나올라고 엄마 힘들게 하냐고 날 위로한다. 하지만 난 도리어 내가 둥둥이를 힘들게 해서 미안하다. 엄마가 건강했더라면 우리 둥둥이 뱃속에서 더 편하게 있을수 있는데..엄마가 건강하지 못해서 미안해...라고 둥둥이에게 말을 한다.
이제 출산만 앞두고 있는 시점. 임신이 되었을 땐 육아에 대한 두려움, 걱정이 많이 앞섰다. 내 커리어에 육아가 미칠영향을 고민했다. 되돌아 생각해보면 임신으로 인해 40여년의 내 인생의 큰 변화가 생겼다. 나를 먼저 생각하고 살았던 40여년, 이제는 내 아기가 우선이 되었다. 임신 기간 동안 겪은 이벤트로 아기를 지키겠다는 엄마의 본능이 생겼고, 다른 모든 것을 포기하고 아기만을 생각하게 되었다.
또 하나 이제는 육아가 두렵지 않았다. 육아라는 전쟁을 맞을 엄마가 된 것이다. 난 기쁘게 그 전쟁을 맞을 것이다.
나의 임신출산 과정이 순탄하지 않다는 것을 안다. 그렇다고 원망하거나 힘들다는 생각은 하고 싶지 않다. 둘이 만나 셋이 되는 과정이기에...이 힘든 과정을 겪어도 그만큼 탄생의 축복이 더 기쁠 것 이라 생각한다.
임신 중 제일 좋았던 순간 하나를 꼽으라면, 뱃속에 품고 있는 아기의 태동을 느끼게 되면.... 너무 귀엽고 소중하다..
그 감정을 글로 표현하지 못한다.
이세상의 예비 엄마들이여..그리고 예비 아빠들이여...
부모가 된다는 두려움보다도 탄생의 기쁨이 더 크다는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탄생은 부모의 인생을 더 행복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