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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극한 체험수기] 아저씨의 극한 육아일기

아이들이 초등학생이 된 지금 나는 늦깎이 육아를 하고 있다.

초등학생이 되어서 할 육아가 뭐가 있겠냐 싶겠지만 의외로 초등학생들도 손이 많이 간다.

일찍 출근하는 아내 대신 아이들을 깨우고 아침을 먹이고 등교시키는 일은 의외로 많은 시간과 노력과 잔소리를 동반한다.

그간 모든 일들을 아내가 처리했기에 이런 아침의 일상이 매일 똑같은 패턴이지만 매일 전쟁통이란 걸 몸으로 느끼지 못했다.

 

아내는 어린이집 교사로 아주 오래 일을 했다. 아이가 태어나서 2년 정도는 함께 살던 우리 엄마(아내로서는 시어머니)가 봐주시고 세 살이 채 되기 전부터 아이를 데리고 출근을 했다

어린이집에서 아이를 볼 수 있다는 장점도 있었겠지만 이른 아침에 출근하면서 아이까지 챙겨서 출근하는 것이 

그 때는 당연해 보였는데 지금 그 일을 해내는 지금의 나로서는 상상만으로도 버거움이 느껴진다

스스로 할 수 있는 초등학생인데도 힘든걸 그 어린 아이를 데리고 출근했으니 말이다

2년 터울로 둘째가 태어났고 또 2년을 할머니 손에 2년 후인 2016년부터는 4세가 된 큰 아이 만2세가 된 작은 아이까지 둘을 데리고 아내는 출근을 했다.

 

8시까지 출근을 하던 직장에 다녔던 터라 새벽같이 일어나서 아이들 물건을 챙기고 출근하는 아내는 점점 화장대에 화장품을 잃어갔다.

오죽하면 내가 화장품을 사줬던 기억이 있다.

화장도 잘하고 꾸미기를 좋아했었는데 아이를 얻은 대신 화장품을 잃어갔나보다.

 

화장품은 아직도 돌아오지 못했다. 이젠 귀찮단다. 저 자신감은 뭐지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다

오랫동안 하던 일을 그만두고 새로 일을 시작한 아내는 요즘 나보다 더 일찍 출근을 하고 있다.

당연히 아이들이 잠든 모습만 보고 출근하는 일이 비일비재해서 자연스럽게 오전 육아는 내 몫이 되었다. 그 오전을 나를 그야말로 전쟁이라고 말하고 싶다.

 

유난히 잠이 많은 첫째는 아침마다 즐겁게 깨는 적이 없다. 어르고 달래보지만 결국에 꼭 큰소리를 내고야 만다

화를 낸 날에는 아침부터 나는 왜 학교가는 애 기분을 다 엎어놓고야 말았는지 하는 자책을 하면서 끝을 낸다


둘째는 아침마다 옷 전쟁이다. 

이런 상황을 아는지 아내는 항상 전날 밤에 내일 입을 것들을 다 코디해서 식탁 위에 올려놓지만 한참 멋 부릴 나이가 된 둘째는 전날 동의한 코디를 아침이 되면 다 엎어버리리 일쑤다.

도대체 여자들은 왜 그러는 건지 이해가 안가는 부분이다.

전날이랑 아침이랑 다를게 뭔지 알 수가 없다

추워서, 바람불어서, 따뜻해서, 바지가 낑겨서, 친구랑 같은 옷 입기로 한 약속이 이제 생각이 나서, 뚱뚱해보여서, 배가 나와서, 치마가 입고 싶어서, 등등등...


에휴~ 말하면 내 입만 아프다


여하튼 그렇게 아침 패션쇼가 끝나면 머리 묶기가 시작된다.

오늘은 양갈래로, 한갈래로, 리본으로, 헤어핀으로, 뭔 요구사항이 이렇게 많은지 모르겠다.

그래도 해달란대로 해주고 있는 나도 이제는 머리 묶기 고수가 되어가는 것 같다.

 

가끔 아내는 내 머리 묶기 솜씨를 보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하지 않던가

칭찬을 들으니 더 잘하고 싶어지는 건 아주 교활한 조련사의 조련기술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들게 한다

내가 저 세치 혀에 놀아나고 있는 것 같다는 의심? ㅎㅎㅎ

 

공주님들 수발이 끝나면 이제 다음 순서는 아침 밥상 대령이다.

첫째는 과일, 둘째는 김에 밥을 줘야한다. 컨디션에 따라서는 스프님과 콘프라이트님을 대령해야하는 때도 있다.

둘이 통일이 안된다

바빠서 하나로 통일하려고 하면 둘 중 하나는 꼭 입이 나온다. 환장할 노릇이다.

 

아내는 집이 어지럽혀지는 것을 극도로 싫어한다. 돌아왔을 때 어지럽혀져 있는 순간 잔소리와 신경질을 쏟아낸다

나가기 전에 치워놔야한다. 그래야 세상이 평화롭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해내고 가기엔 시간이 부족하다이걸 어떻게 다하고 갈 수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에라 모르겠다. 그냥 나가자 ㅋㅋㅋ

 

초등학생이 되면 자기 스스로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으니 뭐 해줄 것이 있겠냐만 시간 내에 깨우고 잔소리하고 밥 준비하는 과정이 참~ 당연하다기엔 벅찰 때가 많다.

저녁은 아내가 더 일찍 와서 저녁을 준비한다. 우리는 지금 철저히 오전과 저녁을 나눠가며 분업화를 하고 있다

사업을 하고 있는 내가 더 시간적 여유가 있기에 아이들 병원 스케쥴과 학교 및 학원 스케쥴은 내가 처리하고 있다

같은 월급쟁이 생활을 할 때는 아내가 온전히 다 했던 일인데 이제 내가 여유가 생기면서 그 일을 분업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시간적 여유가 없다는 이유로 아내가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던 12

아이들이 더 어릴 적 시기라 더 많이 힘들었을텐데 어떻게 12년을 살아냈지하는 생각이 든다. 아내는 출산휴가 3개월을 빼고는 일을 쉰 적이 없는데 말이다.

지금 와서 하는 생각이지만 12년의 육아를 견뎌낸 것만으로도 존경하는 바다

내가 도와주거나 함께 육아를 한 기억이 거의 없는데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다.

 

늦깎이 육아를 하게 되면서 이제야 느끼게 되는 점이 제일 미안한 점이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일이 많아지면서 아이들이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 취향, 친구, 관심사 등등 많은 것들을 알게 되었다. 그 점은 가장 좋은 장점 중 하나다.

다 큰 아이들과도 소통이 잘 되는 아빠가 된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아이들이 즐거워한다면 내 얼굴에 화장을 하든 팩을 해주든 도깨비 머리를 만들어주든 뭐든 어떻겠나.. 

내 몸뚱이 하나로 아이들에게 즐거운 놀이터가 될 수만 있다면 복합놀이터라도 되어주고 싶다.


 

사춘기가 되면 하나 둘 방문 닫고 말도 안건넨다던데 벌써부터 두렵다그래서 나는 나는 가끔 애들한테 아빠 뽀뽀 몇 살까지 해줄 거야?”라고 묻는다.

곧 있으면 아빠 곁에도 안올까봐 걱정이지만 우리 애들은 안 그럴꺼라는 말도 안되는 믿음을 가져본다

앞으로도 소통 잘하는 그런 아빠로 비밀도 공유하는 그런 아빠로 평생 우리 가족과 함께하고 싶다.


우리 가족 평생 행복하자~~ 아빠도 최선을 다할게.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