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체험수기]우리는 행복한 시간여행 중.
- 등록일 : 2022-11-04 19:32
- 카테고리 : 카테고리 없음
- 작성자 : 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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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반짝이가 오랜 낮잠을 자는 동안 책을 읽을 시간이 생겼다. 그 책에 어바웃타임에 관한이야기가 나와서 Il mondo를 작게 틀어놓고 눈을 감고 쉬는 시간을 가졌다. 노래를 듣고 있으니 영화를 보던 그 때가 떠올랐다.
영화의 내용을 간단히 말하자면 주인공인 팀은 성인이 되는 날 아버지로부터 가문의 비밀을 듣게된다. 시간여행을 떠날 수 있다는 것. 큰 변화를 일으킬 수는 없지만 일상속에서 작은 일들은 바꿀 수 있는. 시간여행을 가면서 메리를 만나 결혼을 하고 딸도 낳아 행복한 시간을 보내던 어느날 아버지가 폐암임을 알게 된다. 시간을 되돌리면 아버지를 만나러 갈 수는 있지만 딸이 다른 아이로 바뀌게 되는 걸 아는 팀은 유년시간으로 돌아가 아버지와 마지막 시간을 보내고 더이상 시간여행을 하지 않는다. 매일매일을 오늘을 살기 위해 돌아온 것처럼 살기로 결심하면서.
그 영화를 보고 남편과 이야기 나누면서 우리에게도 둥글이가 있으니 더이상 시간여행을 할 수 없게 되었다고 웃으며 이야기를 나눴었다. 이제 반짝이도 태어났으니 시간여행은 더욱더 할 수 없게 되었다. 시간여행마저 포기하게 만드는 이토록 소중한 존재.
하지만 행복은 행복, 힘든 건 힘든 거.
엄마는 두번째인지라 익숙해질법도 하지만 신생아 육아는 여전히 힘들다. 둘째 엄마는 처음이잖아...신생아는 먹고 놀고 자는 먹놀잠이라던데 반짝이는 먹자울. 먹고 자고 울고의 반복. 100일을 기다렸지만 기적은 오지 않았다. 끝이 보이지 않는 외로운 고독의 시간들. 이래도 저래도 달래지지 않는 순간들 악을 쓰며 우는 아이를 안고 나도 모르게 '도대체 왜 이러는 건데, 어떻게 하라는 거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나도 모르게 거칠게 내려놓고 아차싶을 때도 있다.
Il mondo를 들으며 마치 시간여행을 온 느낌이 들었다. 그리하여 내가 생각해 낸 어바웃타임 육아법.
먼저 상황 설정을 해야한다.
지금은 두 아이가 성인이 되어 우리 부부의 품을 떠난지 오래. 남편도 친구와의 약속이 있어 집에 없고 나 혼자 집에 있다가 오래전 일들을 생각해본다. 그리고 아이에게 미안하고 후회되는 순간들이 떠오른다. 세상에 나온지 얼마안돼 적응하느라 힘들어 울고있는 작은 아이에게 짜증을 내고 화를 냈던 순간. 둘째를 돌보느라 힘들어서 첫째에게는 '엄마 너무 힘들어서 쉬겠다'고 말한 뒤 누워있고 혼자 놀고 있는 첫째아이의 뒷모습. 그리고 그 순간들로 시간여행을 떠나 후회가 남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돌아오기로 결심한다.
시간여행을 떠나온 게 바로 지금 이 순간!
이렇게 생각하니 신기하게도 울고있는 반짝이가 귀엽게만 느껴지고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 다시 오지 않을 이 순간. 시간여행을 온 내가 아기띠를 하고 울고 있는 반짝이를 꼭 껴안으며 토닥이면 신기하게도 진정이 될 때가 있다. 그리고 이 모습을 기억하고 싶어 잠든 모습을 한참을 바라보게 된다.
이 이야기를 남편에게 했더니 마인트컨트롤이 대단하다고 해주더니 머뭇거리다 "시간여행 온 것처럼 나한테도 대해주면 안돼?"라고 했다. 그래... 요즘 내가 남편에게 짜증을 많이 내긴했지.. 엄마 껌딱지가 된 둘째를 돌보는 게 온전히 나의 몫이 되버린데다가 첫째까지 엄마의 사랑을 필요로하니 나혼자 감당하기 벅찬순간 작은 자극들에도 쉽게 짜증을 냈다. 분명 남편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데도.
그런데.. 여보 정신차려! 우리는 같이 시간여행을 온거라구!
어바웃타임 육아법을 발명해 낸 후로 힘이들거나 에너지가 필요할 때는 Il mondo를 튼다. 너무 자주 틀게 되는 게 흠이지만 트는 순간 신기하게도 마음가짐이 달라진다. 어바웃타임 육아법은 여러 육아서를 읽으며 노력해봤던 어떤 육아법보다도 나에게는 정말 최고의 방법이다.
반짝이가 일어났다... Il mondo를 틀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