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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체험수기 공모전] 남성도 육아휴직을 의무화해야 합니다!!

2019년 7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첫째 아이가 태어났습니다

전 남자이지만 육아에 자신이 있었습니다

조카가 아기일 때 잘 본다는 말을 많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결혼 전에는 매일 누나 집으로 퇴근을 했었죠

심지어 매형이 술 먹으러 나가는 날 누나가 절 보내주지 않아서 저녁에 조카를 돌봤던 슬픈 추억도 있죠...ㅠㅠ

하지만 제 아이가 태어나고 시작한 육아의 결과는

당연히 좌충우돌 우당탕탕 엉망진창이었습니다.

주변인으로서 조카를 돌보는 것과 주양육자가 되어 내 아이를 돌보는 것은 차원이 다른 이야기이더라구요

저희 부부는 아이를 계획할때부터 우리 부부가 꼭 아이의 주양육자가 되자는 이야기를 많이했습니다.

요즘에는 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아이를 돌봐주는 경우가 많지만, 우리는 최대한 도움 받지 않고 우리가 직접 아이를 케어하고자 다짐했습니다

하지만 요령없이 자신감과 힘으로만 시작한 육아

그리고 잠 투정이 심한 우리 아이가 시너지를 발휘하여 건강과 체력이 급격히 나빠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얼마가 지나지 않아 전 추간판 탈출증이라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허리디스크요...ㅜㅜ


서서히 허리가 땡기고 아프기 시작하더니 혹시나 하고 받았던 MRI검사에서 결국 허리디스크 판정을 받았죠​

건강!!튼튼!!다부짐!!듬직함!!이 무기였던 제 인생에 허리디스크라는 말이 붙을 줄이야..!

굉장한 충격이었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도 좀 허리가 아프다는 느낌이 들면 정형외과에 방문하곤 한답니다

(다들...허리 조심하세요 육아에 몸빵은 절대 안돼욧!!)

어느덧 1년이 지나 아내의 복직일이 다가왔습니다

​출산휴가 3개월, 육아휴직기간 1년 이후면 보통의 워킹맘들은 복직을 합니다

서서히 우리 아이 어린이집을 어떻게 보내야하나 고민이 많이 되었습니다

아이가 좀 더 의사소통이 가능할 때 등원을 시키고자 했지만 상황이 어쩔 수 없더군요


그러던중!!

당시 아빠가 육아휴직을 하면 3개월간 월급을 100 보전 해준다는 말을 듣고 이거다!!

싶어서 저도 육아휴직을 시작했습니다

원래는 월급을 보전해주는 3개월만 하고 싶었지만 직장에서 허락해주지 않았습니다

직장 특성 상 6개월 단위로 휴직을 해야한다고 했고, 상황상 5개월 휴직으로 협의했습니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시작한 육아휴직 당연히 쉽지 않았습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들은 행복하고 즐거웠지만 무섭고 두렵기도 했습니다

낮시간의 적막함...그 가운에 느껴지는 분주함이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했던 새로운 경험들이었습니다


제가 휴직기간동안의 얻은 육아팁들은 그닥 의미없을 듯 합니다

아이가 태어났을 때 들었던 수많은 인생선배들의 조언들은 우리아이와 잘 맞지 않더라구요

아이들은 전부 다 자기만의 스타일이 있고 그 스타일을 아는 사람은 부모밖에 없더라구요


그래서 그냥 쌩으로 부딪치며 아이와 맞춰갔고 그렇게 아이와 우리 부부는 가족이 되었습니다

생계의 곤란함 때문에 5개월 뒤 복직을 했고 아이는 어린이집에 다니고 와이프가 유연근무를 사용하면서 하루하루 버텨나갔습니다


'버티다'라는 표현이 맞는 듯 합니다

현재 이 시대에서 아이를 키우는 일은 버티는 일인 듯 합니다

모두들 잘 버텨내시길...


그렇게 아빠의 육아휴직은 우여곡절 끝에 마무리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육아가 끝난 건 아니죠

참고로 지금은 둘째 딸도 태어나 4살, 6개월 여자 아이 둘을 키우고 있습니다

시대 많이 변해서 아빠가 아이를 키우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 사회적으로 '아이는 엄마가 키운다'는 인식이 강한 듯 합니다

아빠로서 육아휴직을 하고 좋은 남편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해 노력했지만 세상에서는 별종으로 보더라구요

신기한건 티비나 뉴스에서는 육아휴직한 아빠들의 모습이 많이 나오던데

왜 제 주변에는 없을까요..??

가끔 많이 외롭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도 아이 엄마와 마찬가지로 일선에서 육아를 담당하고 있는데

사회에서 절 바라볼때에는 그냥 “많이 도와주는 자상한 남편”입니다

전 도와주는 남편이 아닙니다

저도 아이 엄마와 마찬가지로 하루하루 아등바등 버텨내고 있습니다


1분이라도 빨리 퇴근하기위해 누구보다 바쁘게 일하고 다급한 운전으로 퇴근해서 집에 도착하자마자 옷 갈아입을 시간도 아까워 훌렁훌렁 벗어던지고 아이와 놀이터에 가고 저녁을 준비해서 먹이고 목욕시키고 놀아주고 산책하다가 간식을 먹이고 겨우겨우 설득하고 달래사 양치를 시키고 책을 읽어주며 아이를 재우고 밤 늦은 시간 아이가 깨지 않을까 걱정하며 조심조심 빨래하고 청소하고 설거지하고 분리수거하고 마지막에서야 씻고 그 사이에 잠에서 깬 아이를 다시 달래서 재운 뒤 겨우겨우 잠드는 주양육자입니다


지금은 둘째도 태어나서 갓난아기가 새벽에 울고 깨면 졸린 눈 비벼가며 어르고 달래고 분유먹이고 트림시키고 다시 안아서 재우고 그 옆에서 아이가 깰까 새우잠자다가 아침이면 다시 1분이라도 천천히 출근하려고 노력하고 다시 직장에서 1분이라도 빠른 퇴근을 위해 정신없이 달립니다

그렇게 살아도 전 “잘 도와주는 자상한 남편”입니다


직장에 가서 동료들과 얘기하다가

“어젯밤에 아이 때문에 잠을 못 잤어요”

라고 얘기하면 다들 “왜?”라는 반응이 옵니다

전 아무렇지도 않게 “제가 먹였으니까요”라고 얘기하면 다들 정말 깜짝 놀랍니다

그 놀라는 모습이 놀라워서 저도 같이 놀라요

'우리 집에는 6개월짜리 아기가 있고 나는 그 아기의 아빠인데

내가 잘 잤을꺼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뭐지...'하고요


하지만 그 분들 입장에서는 그런 남편은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생각할 수 없었을 수 있겠다고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최근 아내가 첫째 아이와 여행을 가서 둘째 갓난아기와 단둘이 1박 2일을 보낸 적이 있습니다

너무 편했습니다

아이가 둘인 부모들은 한명만 없어도 휴가라고 하잖아요

그래서 저 혼자 너무 편한 것 같아서 아내에게 좀 미안하기도 했죠


하지만 주변에서는 아빠랑 갓난쟁이만 두고 어떻게 하냐며 걱정을 많이 하더라구요

전 편했는데....


사회의 엄마들은 아빠가 육아 이야기를 하면 잘 껴주지 않아요

아빠의 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거죠

그래서 좀 외롭습니다

나도 힘든데 말할 사람, 공감해줄만한 사람이 없어요

누군가를 탓할 생각은 없습니다

우리보다 앞 선 세대의 아버지의 모습이 그러지 않았으니 제가 그렇게 살고 있을 거라고는 상상할 수 없는거죠

한 순간에 인식이 바뀐다는 것도 말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요새 많이 생각하는 부분은 [남성육아휴직이 의무였으면 좋겠다]입니다

아이를 키우는 일은 엄마의 몫이 아닙니다

부모의 몫입니다

당연히 둘 중에 주 양육자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부 양육자가 혼자서 아이를 돌보는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이 생겨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혼자서 아이 목욕을 시키지 못하는 부 양육자는 있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남성도 육아휴직을 했으면 한다는 말은 아빠들을 비난하고자 함이 아닙니다

제도와 시스템, 사회적 분위기에 대해 비판하고자 함입니다


전 상사에게 '아이는 집에서 알아서 키우라고 해라'

'퇴근 후에 출장도 다니고 그래라'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참고로 전 무조건 칼퇴입니다^^)


저보다 인생선배들은 아이 키우기 좋은 시기라고 얘기합니다

국가에서 돈도 주고 어린이집도 많고 조부모들은 다 돌봐주고 등등

하지만 젊은 세대들은 아이를 낳지 않습니다


주변에 누군가 아이에 대해서 물어보면

선뜻 낳으라고 추천하지 못합니다

잘 고민하고 결정하라고

아이는 인생의 축복이고 너무 사랑스럽고

전 너무 행복하지만... 너무 힘들기도 해요


다시 한 번 얘기하지만 누군가를 탓할 마음은 없습니다

제 선택이고 단연코 절대 후회하지 않습니다

(우리 딸들은 너무 예쁘거든요^^)


하지만 현재 이렇게 까지 많은 지원과 정책이 넘쳐남에도 불구하고 출산율은 세계에서 단연 최저수준을 달리는 이유가 무엇일 지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하는 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