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체험수기공모전] 낳아 놓으면 큰다는 새빨간 거짓말…하지만 내겐 완벽한 팀원이 있어 무엇이든 가능
- 등록일 : 2022-10-30 14:20
- 카테고리 : 카테고리 없음
- 작성자 : 구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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낳아 놓으면 큰다는 새빨간 거짓말…하지만 내겐 완벽한 팀원이 있어 무엇이든 가능
어제 무등산 서석대에 올랐다. 39살이 되도록 우리 부부 모두 한 번도 무등산에 오른적이 없는데 7살과 10살 두 아이를 데리고 6시간에 걸친 등반에 성공했다. 아이들이 언제 이만큼 자라서 엄마,아빠 따라 등산을 할 수 있게 되었는지 새삼 기특하고 장한 마음에 울컥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이제는 추억이 되어버린 두 아이의 어린 시절이 떠올라 가슴 한 켠이 묘하게 벅차오름을 느꼈다.
세상의 모든 부모가 그러하듯 누구나 부모는 처음이라 많은 부분이 서툴고 능숙하지 못하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했고 그 결실로 세상 무엇과도 바꾸기 힘든 소중한 생명을 얻었는데 막상 낳고 보니 이 작고 귀한 존재를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너무나 혼란스럽다. 나 역시 그런 시절에 살았고 사실 지금도 어떻게 아이를 키워야 하는가에 대한 완벽한 정답을 찾지는 못했다.
어른들이 말씀하시길 ‘낳아 놓으면 어떻게든 다 큰다’고 하셨는데 그 말이 얼마나 야속하고 무책임한 새빨간 거짓말인지를 깨닫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재우고 먹이고 달래고 씻기고 놀아주고…그러다 좀 더 자라면 가르칠 것들이 늘어나고 신경 쓸 부분은 더 늘어나고…그런데 부모의 체력을 반대로 줄어드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어느 가정에서나 볼 수 있는 자연적인 흐름일 것이다.
남편은 교대 근무자였고 나는 37개월 터울의 두 아이를 오롯이 남편과 둘이서 키웠다. 전업인 내가 아이를 혼자 키웠다고 독박 육아라 칭하지 않고 남편과 둘이서 키웠다고 자부할 수 있는 이유는 하나다. 남편이 나의 완벽한 육아 동지이자 파트너이기 때문이다. 그는 세상 어디에도 없는 완벽한 아버지이고 최선을 다하는 가장이다. 다른 일반적인 가정에 비해 교대 근무직에 있는 아빠가 할 수 있는 범위에서 늘 아이들에게 초점을 맞추고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중요하게 생각했는데 두 아이의 신생아 시절에는 야간근무를 마치고 집에 와 잠도 미룬 채 아이를 돌보는 일에 집중했다.
365일 24시간 아이를 케어하는 주양육자인 내가 남편의 그런 노력을 당연하게 생각했다면 우리는 좋은 팀웍을 유지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가장으로서 그가 애쓰는 부분과 육아를 함께 하려 하는 마음을 진심으로 고마워했다. 그리고 나는 내 자리에서 아내로서 엄마로서의 역할을 해 나가기 위해 항상 애쓰며 살고 있다. 물론 갈등의 상황을 직면하기도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상대에게 서운함을 느끼기도 하지만 우리는 ‘안정적인 가정생활과 부부의 행복’이라는 공동의 목표가 있기에 육퇴 후 한 잔의 맥주로 쉽게 풀어 나간다.
육아는 죽어야 끝이 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낳아서 키워서 성인이 되었지만 우리는 언제까지나 부모님의 자식이고 살피고 마음을 써야 할 존재인 것이다. 영원한 과업인 육아를 나 역시 시작했고 그렇다면 앞으로 평생 지치지 않고 잘 해내기 위해 내겐 무엇보다 파트너가 소중하다. 내 인생의 파트너이자 영원한 육아 동지인 남편도 격하게 공감하는 것은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부부’ 둘이고 그 다음이 부모, 자식이라는 점이다. 우리가 행복하고 우리가 편안해야 아이도 더 나은 환경에서 양육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느 한 쪽의 일방적인 희생이나 인내가 아니라 두 사람 사이의 조율과 협력이 절실하다. 내 젊은 날 찬란하게 빛나던 그 순간에 아이들이라는 보물이 있어 더할 나위 없이 좋았고 그 모든 과정에 나의 완벽한 파트너 남편과 함께 했음에 감사하는 나를 기록하고 싶다. 아이가 자라는 과정을 머리와 가슴에 새겨 담고 아이를 위한 삶이었다 라기보다는 우리 가족이 알차게 영글어가는 삶이었다고 회상하는 미래가 되었으면 한다.
낳아 놓으면 어떻게든 자랄 것이다. 하지만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자라는가에 따라 완전히 다른 인생이 만들어진다는 것도 잘 알 것이다. 가족 구성원이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며 서로를 배려하는 알려주고 싶다. 낳았다고 부모가 아니라 잘 자라도록 노력하는 부모가 되고 싶다. 그 소박하지만 쉽지 않은 꿈을 이루기 위해서 내게 필요한 것은 경제적인 여유나 수준 있는 지식보다 지금 나와 함께 아이를 키우는 인생의 파트너 남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