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체험수기] 언제나 맑음. 미세먼지 없음.
- 등록일 : 2022-10-25 02:59
- 카테고리 : 카테고리 없음
- 작성자 : 문숙인
- 조회수 : 3744
늘 생각한다.
'내 아이는 건강 했으면...'
'내 아이는 언제나 행복했으면...'
'내 아이는 세상을 잘 살아가는 마음의 힘이 있었으면...'
우리는 그렇게 부모가 되었다.
20대, 결혼 전에는 임신과 출산은 무섭고 아플것이라는 막연한 두려움에 결혼하면 제왕절개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었다. 그 흔한 쌍커풀수술도 아플까봐 무서워 못하다 29살에야 겨우 용기내어 했던 나에게는 출산이란 그 옛날 호환마마같은 존재였다. 엄마가 된다는 것은 아마도 시작하기 전부터 어려운 것이 아닐까?
30대, 늘 자상하고 한결같은 남자친구와 6년이란 시간을 연애하고, 30살이 되어 결혼하여 신혼 5개월만에 첫째 아이를 갖게되었다. 모성애는 마음 깊숙한 곳에 있다가 갑자기 튀어나와 뇌까지 가득찼다.
임신과 출산의 막연한 두려움은 어느샌가 연기처럼 사라지고... 아니 마치 그런 두려움 조차 없었던 사람인것 같았다. 그냥 아이를 잘 지켜서 건강하게 출산을 해야된다는 생각만 가득했던 임신부 시절이였다. '건강! 건강하게! 건강히! 건강×무한대...'
출산까지 14시간이 걸렸고 하늘이 노랗게 보여야 아이가 나온다는 말을 실감할때 첫째가 태어났다. 다행히도 남편 머리끄댕이는 잡지 않았다. 나도 한번 잡아볼걸 그랬나?
정말 너무나도 사랑스럽고 예쁘고 귀엽고 잘생기고 세상의 좋은 말들은 다 갖다붙일만큼 행복한 마음이 들었다. 벅차고 또 벅차 눈물이 나왔다. 계속 나왔다... 우리엄마도 나처럼 아팠겠구나... 엄마는 나보다 더 어렸을때 나를 낳았는데 힘들었겠구나... 하며 '엄마' 생각만하면 눈물이 1초만에 흘렀다. 감동과 미안함이 교차하며 참 많이 울었다. 행복해서 눈물이 나온다는 그 느낌이 무엇인지 알 것 같은, 그때 내 감정이 딱 그랬었다. 3년 뒤 둘째출산때도 마찬가지였다.
감동의 눈물도 잠시 산후조리원 생활을 마치고 신생아와 함께 집으로 돌아가서 한참동안은 멘붕이었다. 모유는 조리원에 있을때처럼 안나오고 젖몸살은 심해지고, 신생아에 대해선 잘 모르고, 손톱 자르는것도 어렵고, 배꼽 소독도 조심스럽고, 분유를 먹이는데 분수토를 자주 해서 우리아기가 왜그러지 싶어 울면서 네이버도 검색해보고 산후조리원에 전화도 해보고 친구들에게 물어도 보고...(아기를 안아서 분유를 먹이는 각도가 맞지 않아 소화가 안되서 분수토가 자주 나왔던 상황)
아기를 힘들게 하는것 같아 답답함이 들며 별거 아닌 사소한것에도 아기에게 미안해하고 자책하게 되었다. 그만큼 이미 우리 아기는 나 자신보다 훨씬 더 소중한 존재이기에...
유명한 문장이 자꾸 떠올랐다.
'미안해, 엄마도 엄마가 처음이라...'
신생아시절처럼 힘든시절이 언제 있었냐는듯 아이는 건강하게 무럭무럭자라 첫째는 올해 8살 둘째는 5살이 되었다. 첫째는 아직도 3살 차이나는 동생한테 질투를 해서 "엄마, 누가 제일 좋아? 한 명만 말해봐!" 라며 묻지만 첫째는 첫째이기에 의젓하고 오히려 내가 때때로 위로받는 아들로 성장하고 있다. 둘째는 마냥 귀엽고 순수하고 아직도 그냥 아기같다.
두 아이를 출산하고, 육아를 하면서 '친정 엄마도 나와 동생을 키우면서 참 힘들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며 감사함이 컸고, 시간이 지나면서 내가 직접 두 아들을 키우다보니 문득 이런 생각도 들었다. '우리 엄마도 나를 다르게 키웠으면 어땠을까?' 나를 잘 키우고싶은 마음이었다는건 물론 이해하고 누구보다 날 사랑한다는건 알지만, 다니기 싫은 학원을 억지로 다니고 무서운 밤에 혼자 잠을 자던 내 어린시절이 문득 문득 생각이 났다.
그래서 나는 우리 두 아들에게만큼은 무섭고 싫은것은 억지로 하게 하지 말아야겠다 다짐했다.
초등학교 1학년이 된 첫째아이가 물었다.
"엄마~ 이제 나 내방에서 자야돼? 무서운데?"
"아니~ 아직 무서우니까 엄마 아빠랑 같이 자도 돼~ 나중에 네 방에서 자고싶을때 언제든지 이야기 해~ 엄마도 어릴때 혼자 자는게 무서웠어. 무서운건 당연한거야"
"엄마 무서웠는데 혼자잤어? 할머니 너무하네! 엄마 무서웠겠다!"
아이의 말에 순간 울컥했다.
어린 나에게 괜찮다고... 많이 무서웠겠다고... 직접 그 시절 어린 나에게 와서 위로를 해주는것 같았다. 그렇게 순간 순간 나의 마음을 아들에게 위로받고 치유받았다.
두 아들이 평생 마음편히 기댈수 있는 세상이 되어주자고 다짐하는 부모이지만 오히려 아이들에게 위로 받을때도 많은 우리임을...
이 짧은 글에 다 담을순 없지만 내남편, 두 아들 많이 사랑해.고마워!
행복한 우리 가족은 언제나 맑음. 미세먼지 따위 없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