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서 정들고 괴롭고 마음 아플 때도 있지만 그래도 사랑해”
- 등록일 : 2023-11-16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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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김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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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역아동센터에서 종사하는 생활복지사이다. 지역아동센터에서 근무한 지 2년 남짓 되어간다. 우리 센터를 이용하는 아동은 1학년에서 6학년까지 서른 네 명의 초등학생들이다. 다양한 연령대의 아이들을 나를 포함 세 분의 선생님이 돌보고 있다. 하교 후 가정 돌봄을 받지 못하는 맞벌이, 한부모, 다문화, 다자녀, 저소득 가정의 아동들이 이용하고 있다. 학기 중에는 하교 후 돌봄과 저녁 식사를 제공하고 방학 때는 온종일 돌봄과 점심과 간식을 제공하며 보살핀다. 아이들이 가정과 학교 다음으로 가장 시간을 많이 보내는 곳이다.
하교 후에 센터에 오는 아이들 한 명 한 명을 반갑게 맞이하며 학교에서 생활은 어땠는지, 기분이 어떤지 관심을 가지고 엄마처럼 따뜻하게 보살피려고 노력한다. “선생님 저 반장 됐어요”, “선생님, 저 시험 봤는데 하나 밖에 안 틀렸어요” 등등 좋은 일은 격려와 칭찬을 아낌없이 해 준다. 또 등원할 때 표정이 시무룩하거나 기분이 안 좋아 보이는 아이들을 보면 따뜻하게 보듬으며 자초지종을 함께 이야기한다. 그리고 아이의 속상한 마음을 공감해주고 달래주곤 한다. 기쁨도 함께 속상함도 함께 나누면서 아이들과 정이 들어간다.
하지만 때론 아이들을 단호하게 훈육해야 할 일들이 종종 생긴다. 아이들이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이나 언어를 사용하면 단호하게 야단을 칠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종종 사춘기가 시작되는 아이들이 감정이 격해져서 “씨x” “개ㅅㄹ” 등의 험한 말로 자기 감정을 표현하기도 한다. 그럴 때 괴로움의 여파는 며칠 가기도 한다. 아이들이 격한 반응을 보이게 된 까닭을 며칠 고심한다. ‘아이들의 입장에서 충분히 생각했나’, ‘내가 너무 감정이 앞서서 훈육하지 않았나’ 고민 끝에 내 잘못이 있을 땐 사과를 하기도 한다.
서른 네 명의 아이들과 하루, 하루는 정말 버라이어티하다. 하루가 조용히 지나가는 날이 없다. 학년에 상관없이 다 같이 어울려 피구도 하고 다방구도 하고 보드 게임도 하고 잘 놀다 가도 다투고 서로 장난치다 싸우고 울기도 한다. 그리고 뒤돌아서면 금새 화해하고 우리가 언제 싸웠냐는 듯이 서로 잘 지낸다. 그렇게 웃고, 울며, 싸우며, 추억을 쌓으며 센터 안에서 잘 자라고 있다.
나는 모쪼록 우리 아이들이 잘 자라서 ‘그때 참 좋았지’ 생각하며 센터에서 지냈던 따뜻한 한 유년 시절의 추억을 회상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