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키우는 아이들
- 등록일 : 2023-11-15 23:28
- 카테고리 : 카테고리 없음
- 작성자 : 서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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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키우는 아이들
“양지초에서 급하게 요청사항이 들어와서 올립니다. 9월 4일 월요일 학교 선생님들이 집회참석으로 인해 학급에 담임 공석이 되어 마을활동가 쌤들 오셔서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지 연락이 왔습니다. 혹 가능하신 분은 연락해주세요. 빠른 답변 부탁드립니다.”
양산동 마을활동가 단톡방에 올라온 글을 확인한 즉시 신청했다. 학교 측에서 우리 활동가 쌤들을 믿고 도움을 요청했다는 것이 감사했다.
그날 나는 3-3반 일일 담임교사로 들어갔다.
사실 양지초 아이들과는 작년 가을부터 만나온 터였다. 그러니까 주민자치에서 운영하는 마을해설가 교육을 받고 마을 쌤이 되었다. 아이들에게 마을 이야기를 비롯해 기후환경수업, 책 읽어주는 수업, 꿈터* 인솔 쌤, 등을 해온 터였다. 다행히 학교 측 반응도 좋아 ‘효솔산’ 나들이 등도 다녀왔다. 게다가 올해는 책 읽어주는 수업 횟수도 늘었다. 그러다 보니 양지초 아이들과 제법 안면도 튼 상태였다. 교실에 들어서니 아이들이 제법 의젓하게 앉아있었다. 하긴 주로 1, 2학년에게 책 읽어주는 수업을 하다 3학년을 보니 더 그렇게 느꼈을 거다. 학교 측에선 그저 아이들이 안전하게 노는지 지켜봐 달라는 요구뿐이었지만, 나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하여 자유롭게 활동하는 가운데 장기자랑과 장래 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런데 전반적으로 아이들 목소리가 작고 발음이 명확하지 않았다. 귀를 활짝 열어도 잘 들리지 않았다. 발표시간을 자주 가질 필요가 있어 보였다. 반면 장기자랑에선 저마다의 끼를 맘껏 발휘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유튜버가 꿈이라는 아이는 춤도 제법 잘 추었다. 혹시나 해 사진 찍어도 되는지 물었더니 서로 찍어달라며 포즈를 취했다. 20분쯤 지났을까 주임 선생님의 주문에 따라 ‘천국의 아이들’이란 영화를 시청하는데 눈물이 찔끔 맺혔다. 아이의 딱한 사정을 모른 채 혼내는 장면에서 그랬다.
점심때가 되어 아이들과 함께 식사하는데 앞에 앉은 여자아이가 유독 많은 이야기를 했다. 식사를 마친 몇몇 아이들도 다가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아이들은 주로 학교 급식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무척 만족해하는 눈치였다. 식사가 끝날쯤 주변을 둘러보니 그곳엔 우리밖에 없었다. 선생님들과 아이들은 이미 식사를 마치고 빠져나간 뒤였다. 그런데도 앞에 앉은 아이는 여전히 일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아무래도 안 되겠길래 그만 일어나자 했더니 아이가 수줍게 웃으며 말했다.
“선생님이랑 이야기하며 밥 먹으니까 너무 좋아요.”
아이들과 작별인사를 나눈뒤 자전거를 타고 오는데 그 아이의 말이 윙윙거렸다. 사실 마을 쌤으로 아이들과 함께하면서 매번 하는 반성은 아이들의 이야길 충분히 듣지 못했다는 아쉬움이었다. 뭔가를 전달하고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에 더 그랬다. 우리 같은 마을 쌤도 그러는데 학교 선생님은 오죽할까 싶었다. 하지만 정작 아이들이 원하는 선생님은 그게 아니었다. 자기들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주고 호응해주는 선생님이면 되는 것이었다. 어찌 보면 그리 어렵지 않은 주문인데 과연 그렇게 하는 선생님이 얼마나 될까 싶었다. 어쩌면 선생님들 또한 과다한 업무에 떠밀러 살고 있는지 모를 일이었다. 그 점에서 볼 때 마을활동가 쌤들이 그 역할을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다음 주 목요일에도 양지초 책 읽기 수없이 있다. 이번에 준비한 책은 ‘김홍도’란 책이다. 이 책에서 주목할 부분은 어머니가 어린 김홍도를 바라보는 시선이다. 공부는 하지 않고 그림만 그린다고 혼내는 아버지와 달리 김홍도의 재능을 알아보고 격려하는 모습이다. 나도 두 아이를 키운 엄마지만 욕심이 앞서 아이를 제대로 보지 못했다. 그런데 김홍도의 어머니는 달랐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생각했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동안만이라도 그들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는 따뜻한 쌤이 되리라고.
*직업체험의 다른 표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