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쫄보 엄마의 가장 잘한일, 육아

 2021113일은 잊을 수 없는 날이다. 온통 로 가득했던 내 삶의 주어가 전부 유진이로 바뀌어버린 날이기 때문이다. 그 작은 생명을 품에 처음 안은 순간, 나는 육아휴직 기간이 짧은 편이었던 애정 어린 직장을 미련 없이 그만둘 수 있었다. 내게 찾아온 이 여린 생명을 내 품에서 직접 길러내겠다는 마음 하나로 말이다.

 그렇게 감사함으로 아이와 함께하는 나날을 그리며 육아에 뛰어들었지만, 육아 지식도 전무하고 이렇게 작은 아가를 접해볼 기회도 없었던 나는 유진이와 함께 집에 돌아온 순간부터 아주 많이 울어야 했다. 왜 우는지, 왜 아픈지, 왜 잠을 안 자는지 도통 알 수 없었다. 신생아가 빼애-울기 시작하면 쫄보 엄마도 맘을 졸이며 달래다가 같이 엉엉 울곤 했다. 인터넷과 유튜브에 나오는 육아 방법은 유진이와 안 맞는지 스킬 부족인 내 탓인지 하나도 통하질 않았다. 친정엄마가 가까이서 많이 도와주셨지만, 엄마가 못 오시는 날엔 그야말로 비상! 종일 긴장하다 결국 또 같이 울기 일쑤였다.

 유독 답답했던 어느 날, 유진이를 안고 산책을 나간 길에 집 아래에 있는 공동육아나눔터 선생님과 만났다. 나눔터가 있는 줄은 알고 있었지만 선뜻 용기가 나지않아 찾아가보지 못했었다. 그런데 때마침 유진이 또래의 아기들을 위한 베이비 마사지 프로그램이 열린다고 따스한 눈빛으로 귀뜸해주시기에 잠시 망설이다 집 밑이기도 하고, 유진이에게도 좋을 것 같아 참여하게 되었다.

 베이비 마사지 프로그램을 계기로 나눔터에 출입하게 된 것은 정말 감사한 일이였다. 우리집 건물 1층이 나눔터라는 사실이, 새삼 거저 얻은 선물 같아서 나도 모르게 반짝 눈이 떠지는 듯 했다. 나눔터에서는 아기에게 좋은 마사지 뿐만 아니라 엄마들이 산후에 간단히 따라할 수 있는 스트레칭 동작도 함께 알려주어 몸의 회복도 도와주었다. 그리고 비슷한 개월수의 아기를 기르는 엄마들과 만나고 소통하게 되면서 혼자 고립되어 버티고 있다는 감정들이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끝나고 티타임도 한번씩 가지며 소통하던 베이비 마사지팀은 베이비 마사지 동기라는 뜻의 베동품앗이 가족을 결성하여 수개월을 함께 정을 나누는 사이가 되었다.

 다시 복직하는 엄마들도 있고, 이사를 가거나 아기를 보육기관에 보내는 엄마들이 생기면서 그 멤버 그대로 유지하지는 못했지만, 지금까지 유일하게 끈끈한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 하서네를 만난건 우리 유진이에게도 내게도 선물이였다. 하서와 유진이가 세돌이 다되어가는 지금도 품앗이를 유지하며 언니가 없는 내게는 친언니처럼 따뜻한 존재가 되어주고 유진이에게는 친이모가 되어주며 가족끼리도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참 좋은 육아 동지가 되었다.

 또한 첫 아이이기에 발달하는 나이에 맞추어 어떤 놀이가 좋은지, 어떤 것들을 제공해주어야 하는지 늘 고민이 되었다. 그때마다 자녀들을 품앗이 공동육아로 길러내신 나눔터 선생님들의 꿀조언과 놀이팁들은 내게 속 시원한 해결책이 되어주었다. 또한 분기별로 있었던 품앗이 대상 양육자 교육과정을 통해서 정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아이와 더 풍성하고 넉넉하게 삶을 꾸려나갈 수 있었던 것은 물론, 일을 잠시 쉬며 육아에 전념하던 나에게 로 있을 수 있는 시간들이 주어졌다. 그리고 육아를 하면서도 내가 하고 싶었던 공부를 해볼 수 있구나, 자신감을 얻고 관심 분야의 공부에 도전할 수 있었다.

 이렇게 육아와 나의 삶이 함께 병행되자 이 육아의 시간이 꼭 내 평생에 주어진 황금 같은 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를 재우고 잠시 온전히 나로써 시간을 보내는 밤의 시간도 날이 갈수록 밀도 있고 더 깊어졌다. 이 시간을 확보하고 나서부터는 낮에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도 훨씬 더 넉넉해지고 여유로워졌다.

 한 아이를 기르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글귀가 육아를 시작하고 나서는 하루에 두세 번씩 절로 떠오른다. 아기를 향한 사랑만 있지 너무 서투르고 약해서 늘 맘졸이고 긴장하던 쫄보 엄마가 어느새 세상과 소통하며 아기와의 일상을 이만큼이나 살아낼 수 있었던 것은 가족들을 포함해 참 좋은 이웃들이 함께 해주었기 때문인 것 같다. 사랑하는 남편과 친정 가족들, 교회 친구들, 좋은 이웃이 되어준 공동육아나눔터의 가족들과 선생님들, 아기를 기르며 살기 참 좋은 터전이 되어준 광주광역시까지, 보이지 않는 끈처럼 단단히 이어진 덕분이라는걸 확신하면서 절로 감사의 마음이 솟아오르곤 한다.

 이제 한달만 있으면 둘째도 곧 세상 빛을 보게 된다. 어느새 두 아들의 엄마가 되었지만 모든게 불안하기만 했던 첫째 때의 그 새내기 엄마는 벗어난 듯 자신감이 붙어있음을 느낀다. 그건 바로 나 혼자만의 고립된 육아가 아닌 가족들, 이웃들 모든 이들의 햇살 같은 사랑이 함께 키워주실 것을 이제는 믿기 때문이다. 그리고 모든 시간을 함께 지내며 엄마를 더 성숙하게 만들어 준 귀한 첫째 유진이의 존재가 있기에, 둘째와의 시간들을 통해 더 나아질 모습의 나를 또한 기대하게 된다.

 3년이라는 시간이 길지는 않지만, 아이를 기르는 것이 나를 지워버리고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나를 세워주고 자라게 하고 빛나게 해준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아무리 똑똑하고 잘난 사람이라도 아무나 할 수 없는, 세상에 없던 존재를 태에서부터 품고 낳아 세상에 도움이 되는 아름다운 존재로 길러가는 가장 귀한 일, 가장 가치로운 일, 작아보이지만 가장 위대한 일은 바로 엄마라고 불리우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위대한 일에 맘껏 뛰어들 수 있어서 참으로 감사하다.

 끝으로 아름다운 사명을 가진 엄마들이 광주광역시에서 더 많은 좋은 이웃들을 만나 행복하게 육아하고, 또 서로에게 좋은 이웃이 되어주는, 행복한 아기엄마들이 넘쳐나는 광주광역시가 되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