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가 체질은 아니지만 - 부부 육아휴직, 시간제 보육 이용
- 등록일 : 2023-11-13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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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출산을 한 달 앞뒀을 무렵엔 매일 새벽 5시에 눈이 떠졌습니다.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을까’ 하는 막연한 불안감이 있었어요. 아이를 정말 잘 키우고 싶은데, 육아 관련 서적을 아무리 읽어도 지식이 머릿속에 잘 들어오지 않더라고요. 제가 너무 불안해하자 남편이 말했습니다. “나도 육아휴직 쓰잖아. 그래도 둘이 같이 하면 어떻게 되지 않겠어?”
‘어떻게 되지 않겠냐’는 말은 사실 별 대책 없다는 말과 같게 들렸어요. 그래도 ‘같이’라는 말에 든든함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긴장과 불안, 설렘과 행복을 오가며 2022년 10월, 우리는 초보 엄마, 아빠가 되었습니다.

육아를 하며 가장 힘들었던 것은 매번 비슷하게, 끝도 없이 일이 쏟아진다는 점이었습니다. 아이가 어릴 때에는 밤낮없이 2시간마다 수유 시간이 돌아오더라고요. 깊게 잠들기 어려웠습니다. 그 와중에 집안일도 해야 했고요. 정신없이 하루가 가더군요. 어떤 날은 아이가 왜 우는지 몰라서 분유를 계속 먹이다가 아이가 잔뜩 게워내기도 했고요. 또 어떤 날은 기저귀 가는 걸 깜빡해 아기 엉덩이에 발진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그 모든 일을 겪을 때마다 아이에게 미안해서, 또 힘들어서 많이 울었습니다.
그때 저만 힘들었던 건 아니었나 봐요. 그 즈음 우리 부부는 자주 툭탁거렸습니다. 5년 넘는 연애기간 동안 별다른 싸움 없이 잘 지냈는데 말이죠. ‘누가 잠을 더 못 잤느니’, ‘누가 아이를 더 돌봤느니’ ,‘그렇게 육아를 하면 안 된다느니’ 하면서 싸우다가, 아이가 잠들면 각자 휴대폰만 보면서 조용히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남편이 진짜 남의 편처럼 자꾸 미웠어요. 함께 있는데도 외롭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일단 역할을 분담 해보기로 했습니다. 제가 아이의 새벽 수유와 오전 육아를, 남편은 오후 육아와 아이 목욕을 담당했어요. 집안일은 제가 아이 빨래, 청소를 하면 남편은 분리수거와 점심, 저녁 식사 준비를 하는 식이었습니다. 특히 담당 육아 시간이 아닐 땐 각자 하고 싶은 걸 하기로 했습니다. 물론 아이가 필요로 하면 그게 언제든 함께 있으려고 했습니다. 주말에는 다 같이 나들이도 가고요. 그렇지만 기본적으로는 어떤 양육자가 아이를 돌보는 동안, 다른 양육자는 좀 쉴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게 포인트였습니다.
여유가 생기니 육아든 집안일이든,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는 우리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제야 서로를 바라보는 표정이 풀리기 시작했습니다. 상대가 너무 피곤해하면 눈치껏 집안일을 하기도 하고요. 아이 성장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을 땐 함께 인터넷에서 관련 내용을 검색해 공유하며 공부하기도 했습니다. 육아가 힘들고, 처음 겪는 상황이란 건 변함없었지만 둘이 하니 덜 막막했어요. 서로 기대고 배려하면서 우리가 진짜 가족이 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처럼 생활이 안정되니 또 그 다음을 기대하게 되더라고요. 사실 저희 부부는 책 읽고 대화하는 것을 좋아하는데요. 육아를 하니 둘만의 시간을 보낼 여유가 전혀 없었습니다. “오늘 아이가 언제 일어났지?”, “분유는 얼마나 먹었어?”, “똥은 쌌어?”, “내일 먹을거리는 있어?” 정도의 대화가 매일 반복되는 것도 불만이었어요. 우리의 대화가 날서 있거나 침묵으로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게 불과 몇 달 전인데 말이죠.
그래서 ‘시간제 보육’ 홍보 자료를 눈여겨보기 시작했습니다. 아이 8개월 무렵이었습니다. 솔직히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 조금 고민이 됐어요. 엄마, 아빠가 모두 집에 있는데도 어린이집에 보낸다는 죄책감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즈음에는 어차피 저희 부부의 놀이만으론 아이의 호기심을 충족하지 못하는 때였기 때문에 결국 시간제 보육 서비스를 운영하는 어린이집 문을 두드렸습니다. 하루 2시간 씩 아이를 보내기로 했어요. 아이에게는 매일 2시간 씩 낯선 환경과 사람들을 접하게 된 것입니다.
처음엔 아이가 많이 울었습니다. 어쩔 때는 저희가 가고 나서부터 데리러 갈 때까지 계속 울다가 그치기를 반복했다고 들었어요. 하지만 날이 갈수록 잘 지내더라고요. 시간제 보육은 시간 당 최대 3명의 아이까지만 돌봐주기 때문에 저희 아이도 아주 꼼꼼히 돌봄 받는 느낌이었습니다. 선생님은 매번 아이가 무슨 놀이, 활동을 했는지, 무슨 장난감을 제일 좋아하는지, 어디 다친 곳은 없는지 자세히 공유해주셨어요. 덕분에 무척 안심이 됐습니다. 그 시간동안 남편과 저는 책 하나씩 들고 동네 카페 데이트도 가고요. 부족한 잠도 잤습니다.
시간제 보육은 지금도 보내고 있는데요. 이제 아이는 선생님을 보면 반갑게 웃으며 인사하고, 저희가 데리러 가도 아주 컨디션이 좋은 상태로 놀고 있습니다. 부모 입장에서도 좀 더 좋은 컨디션으로 집중해서 아이를 돌볼 수 있어 좋고요. 결과적으로는 만족도가 높은 경험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여러 사람이 아이의 성장을 지켜보니 좀 더 섬세하게 아이의 모든 걸 기억할 수 있어 좋은 것 같아요. 제가, 남편이, 돌봄 선생님이, 그리고 그 외 여러 사람들이 아이를 지켜보고 있기 때문에 아이의 모든 하루가 풍성하게 채워진다는 생각이 듭니다.

내년 1월이면 저희 가족은 네 식구가 된답니다. 주변에서는 ‘어떻게 아이를 키우면서 그렇게 여유롭냐’, ‘첫째 키우기도 힘든 때일텐데 또 둘째를 생각하다니, 육아가 체질이냐’고 농담처럼 말합니다. 그럴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저는 저처럼 여러 사람의 도움을 받으며, 함께 아이를 키울 수 있다면 누구나 좀 더 쉽게 다음 행복을 꿈꿀 수 있다고 생각해요. 육아가 체질이라기보다, 함께하는 육아의 행복을 체험한 것이지요.
앞으로도 아이를 키우면서 힘들고 어려운 일에 부딪힐 겁니다. 그래도 그럴 때마다 아이가 주는 큰 사랑과 행복을 생각하며 힘내려 합니다. 아이의 성장을 함께하는 남편과, 여러 공공 육아 서비스들의 도움을 받으면서 말이지요. 홀로 육아하느라 고군분투하는 육아 동지들도 이런 서비스를 적극 이용해서 더 큰 행복을 느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