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는 힘들어요
- 등록일 : 2023-11-12 08:55
- 카테고리 : 카테고리 없음
- 작성자 : 범소영
- 조회수 : 1305
10여년의 직장 생활하다가 뒤늦게 신랑을 만났습니다. 직장 스트레스도 날릴 겸 현모양처가 되리라는 기대를 안고 결혼생활을 시작했습니다. 내 이상형은 아니었지만 착하고 성실하고 가치관이 비슷하여 결혼하긴 했는데 초심과 달리 늘어나는 것은 신랑에 대한 불평불만이었습니다.
그 시작이 바로 출산후 시작된 육아였습니다. 임신기간때까지만 해도 장밋빛 희망을 가지고 서로를 아끼며 저와 태아의 건강을 챙기던 사이였지요. 늦은 나이에 얻은 아이였고 둘 다 부모는 초보여서 사랑으로 아이를 키워보자했건만 애 키우면서 자주 싸우고 울고 결혼을 후회하곤 하였습니다.
예의범절을 중시하고 남을 의식하는 다소 엄격한 부모님 영향때문인지 저는 애들이 까불거나 남에게 피해주는 것은 싫어서 아파트 집안에서 뛰는것도, 식당이나 엘리베이터 안에서 큰 소리로 떠드는것도 삼가라고 자주 주의를 주다보니 신랑은 애들이 그럴수도 있는데 왜 난리냐며 저에게 화를 내면 왜 그리 서러웠는지 모릅니다.
그리고 애들은 왜 그리 자주 아프던지요. 애들 병원데려가는것도 거의 제 몫이었습니다. 다른 애들은 분유먹고도 잔병치레를 별로 안하던데 큰애는 모유먹고도 감기는 물론 폐렴으로 입원도 자주 하였고 둘째는 아토피가 있어서 너무 너무 힘든 시기를 보내야했습니다. 그때는 아토피 센터도 없어서 책을 사서 보거나 생협에 가입도 하고 남에게 물어물어 아토피 정보를 얻곤 하였습니다. 지금은 아토피가 많이 나아서 다행이지 그때는 심한 죄책감에 시달리며 매일 병원도장을 찍어야 했습니다.
또 그 당시 남편이 교대근무를 하던 때라 애들 어릴때는 신랑이 낮에 집에서 자고 있을땐 피곤한 몸을 이끌고 유모차에 애를 태우고 몇시간동안 마을을 돌아야했습니다. 대단한 교육관 소유자도 아니면서 주위에서 애는 유치원가기 전까지는 엄마가 키워야한다는 말을 듣고 5살이 되기전까지는 온전히 제가 아이 교육도 해줘야했습니다. 유치원가고 나선 한결 수월해서 좋았습니다. 진작에 교육기관의 힘을 빌릴 것을 그랬습니다.
애들이 커갈수록 요구하는 놀이도 커가는데 체력이 부족한 저는 남편에게 애 좀 봐달라고 하면 자기도 나이도 많고 회사일도 힘들다며 투덜투덜거리고 조금 놀아주는게 다였습니다.
주말에 애들 데리고 나들이 가는것도 친정 식구들 도움을 받아 추억을 조금이나 쌓아줄수 있었습니다.
정말이지 애는 수 없이 손이 가는데 친구랑 만나 수다 떨며 쉴틈도 없었고 망가진 내 몸을 위해 운동할 시간도 없으니 엄마가 되었다는게 축복보다는 좌절로 다가왔습니다.
큰애 낳고 둘째가 잘 안생겨서 수천번 기도하며 임신을 바랬었는데 육아가 힘들다보니 1명만 키우는것도 좋았을뻔 했다라고 생각한적도 있었답니다.
지금이야 쓸데없는 고민이었지만 사춘기에 들어선 아이들이 엄마 말 안듣고 게임과 핸드폰에 푹 빠져서 속을 뒤집어 놓을때면 언제 철들어서 엄마 마음을 이해해줄까라고 생각해봅니다. 끊임없는 인내와 이해를 필요로 하는 육아교육은 육아전문가의 강의를 여러번 들어도 쉽지가 않네요. 애들이 어른이 되어 독립할때쯤 이 무거운 육아의 굴레를 벗어날 수 있을까요? 아니면 그 때는 그 힘든 육아시기를 그리워하게 될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