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했던 2년
- 등록일 : 2023-11-11 19:40
- 카테고리 : 카테고리 없음
- 작성자 : 박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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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의 시간은 너무나 빠르게 지나간다. 어느덧 21개월이 되었다. 그 전의 모습들은 사진을 보지 않으면 생각나지 않는다. 내 품 안에서 젖을 먹고 엄마가 없으면 울던 아기가 이제는 안아달라고 사정을 해야하고 내 품에 있으려 하지를 않는다.
긴 시간 눈물로 기다리던 아이. 어떻게 생겼을까. 둘이 아닌 셋인 삶은 어떨까. 궁금했었다. 아기는 너무나 귀여웠고 행복한 만큼 힘들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셋이 아닌 둘의 삶은 생각할 수 없다. 나의 삶이 없어지고 희생이 필요하지만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
임신하면 맛있는 거 먹으며 태교하면 되는줄 알았는데 5주부터 시작된 입덧은 임신의 행복을 즐길 수 없게 만들었다. 도저히 일을 할 수 없을 것 같아서 육아휴직에 들어갔다. 온갖 감각이 예민해지고 울렁거려서 아무것도 못하고 누워만 있었다. 제대로 먹지도 못해서 해골이 되어갔다. 임신 전에도 육아휴직을 쓸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었다. 그렇게 하루하루 입덧이 잦아들 시간만 오기를 기다리고 토덧이 먹덧으로 바뀌었을 때 출산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당연히 자연분만을 할 수 있을줄 알았는데 진통을 하다가 수술을 권유받아 제왕절개를 하게 되었다. 아기가 태어났다는 기쁨을 누릴 새 없이 몸이 너무 힘들었고 남편이 찍어온 사진으로만 아기를 볼 수 있었다. 몇일 후 드디어 아기를 품에 안았을 때의 감동은 말로 할 수 없다. 그제서야 아기가 태어났다는 실감이 났다. 아기는 너무나 작고 신기해서 계속 보고 싶었다. 하지만 집에 온 후로 제대로 잠을 잘 수 없어서 힘들었다. 어서 밤에 통잠을 잘 수 있을 때가 오기를 바랐다. 아기는 조금씩 기특하게 잘 자라 주었고 어느덧 통잠을 자게 되었을 무렵 복직에 대한 고민이 밀려왔다. 주변 사람들을 보면 1년 후에 복직을 많이 하길래 나도 그렇게 하겠거니 했는데 아직도 아기는 너무 어렸고 엄마 껌딱지였다. 도저히 어린 아기를 두고 일할 수가 없어서 육아휴직을 1년 연장했다.
그리고 나는 다시 복직을 앞두고 있다. 아이가 어린이집에 다니지만 어린이집에 오래 있어야 하는 게 마음에 걸려서 남편이 휴직을 하기로 했다. 이래서 조부모님의 도움 없이는 아이를 키우기 힘든가 보다.
아이와 함께했던 2년. 너무나 소중하고 행복했던 시간이다. 일을 하지 않고 이렇게 계속 아이 옆에 있어주고 싶지만 나는 일을 해야 한다. 다들 이렇게 힘들게 살아가는 거겠지. 아이를 볼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드는 게 너무 안타깝다. 아이도 나도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할 수 있기를. 아프지 않기를 빌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