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밥상
- 등록일 : 2023-11-09 18:31
- 카테고리 : 카테고리 없음
- 작성자 : 윤영현
- 조회수 : 1397
엄마!!
수십년간 백만번은 더 불렀을 나의 엄마!!
이름만 불러도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만 같은 우리 엄마!!
마흔을 훌쩍 넘긴 나에게도 닳고 닳게 불러대던 엄마가 있다.
아직도 나를 위해 반찬을 하고, 나를 위해 아이들을 돌봐주는 아낌없이 베푸는 나의 엄마가 있다.
무남독녀로 자라난 나는 남 부럽지 않을 만큼 부모님께 많은 사랑을 받고 자랐다.
유난히 애교가 많았던 나는 외동인데도 불구하고 집안의 분위기 메이커를 할 만큼 우주의 중심이 나를 향해
돌곤 했다.
그러던 내가 20대가 되어 남보다 조금은 이른 결혼을 하게 되었고
연이어 아이들을 출산하면서 나만의 우주는 또 다른 태양계를 맞이하게 되었다.
눈에 넣어도 안아프다는 말이 진짜였다는 믿음을 가질 만큼 나의 보석들은 언제나 반짝이고 빛이 났다.
나의 엄마에게도 나는 그런 존재였을까... 엄마가 된 후 그런 생각이 많이 들곤 한다.
나의 존재 가치가 무척이나 중요했던 나는 그 보석들만 안고 품고 살기엔 부족함이 많았다.
외향적이었던 성향만큼 주부로서만의 일상은 너무나 무기력했고 자존감을 깎아내리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결국 나는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많은 일들을 했고 그에 따라 아이들은 돌이 지나기도 전에 어린이집을 전전하기 일수였다. 내 일정이 늦어질 때는 할머니의 도움을 받곤 했는데 그 도움은 시간이 지나 할머니의 본업이 되고 말았다.
참 손이 많이 가는 유초등 시기를 거의 할머니 손을 거쳐 지나왔다고 할 수 있다.
학부모회의도, 참관수업도, 부모교육도, 녹색어머니도 할머니가 갔을 정도니 한부모 가족인줄 알았다는 선생님의 농담이 웃고는 있지만 가끔은 따가운 채찍처럼 다가오기도 했다.
지역사회에서의 중책을 맡게 되면서 다함께 잘살자는 말을 외치고 다녔지만
정작 우리 아이들과 엄마에게 나는 나부터 좀 살자는 반어법을 쓰고 있었는지 모른다.
그래도 이런 나를 응원하는 엄마는 걱정 말고 하고 싶은 것 다 해보라 격려를 아끼지 않으신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할머니 사랑을 얼마나 먹고 살았는지 우리 아이들은 자존감 하나 만큼은 정말 최고인 아이가 되었다.
내가 그랬듯이 우리 엄마의 자존감 밥상은 그렇게나 나와 아이들의 배를 잔뜩 부르게 하곤 했다.
그 밥이 어찌나 맛있었는지 어쩌면 밥상은 당연하게 맛있을거란 착각 속에 살았는지 모르겠다.
그 밥상을 만들려고 무던히 애썼던 엄마의 정성과 노력은 뒤로 하고 말이다.
엄마가 되고 아이들이 자라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철이 들고 있나 당연한 밥상은 없다는 생각을 많이 해본다.
나름대로 엄마에게 효도란 효도를 해보긴 하지만 아직도 우리 가족을 위해 본인을 갈아 넣는 엄마를 보고 있으면 고맙다는 말보다는 잔소리 발사를 먼저 하는 내 꼴을 보고야 만다.
감사와 고마움만 전하기에도 모자란데 꼭 이 입이 문제다. 엄마의 헌신이 없었다면, 엄마의 밥상이 없었다면 우리도 없었다는 걸 모두가 느낄 수 있도록 감사와 고마움을 잊지 않는 머리 검은 자식이 되어야겠고 내 아이들도 그렇게 키워야겠다.
“엄마!! 평생을 다 갚지 못할만큼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