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체험수기 공모전] 하늘나라에 계신 아버지께 들려드리는 육아체험수기
- 등록일 : 2022-11-13 00:48
- 카테고리 : 카테고리 없음
- 작성자 : 오종진
- 조회수 : 16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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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나라에 계신 아버지께 들려드리는 육아체험수기
“♬ 바쁘게 살아온 당신의 젊음에 의미를 더해줄 아이가 생기고~~~ 외로운 어느날 꺼내본 사진 속 아빠를 닮아있네~~♪ ” ‘가족사진’ 이라는 제목의 이 노래를 듣노라면, 얼마전 하늘나라 가신 사랑하는 우리 아버지가 몹시도 그립습니다. 이 육아체험수기는 사랑하는 가족을 품고 가신 아버지께 쓰는 편지입니다. |
아버지~ 천국에서 행복하게 잘 계시죠^^
저도 사랑하는 아버지 손녀 민서랑 행복하게 잘 살고 있습니다. 오늘은 아버지께 하지 못했던 얘기와 아버지가 천국가신 후 쑥쑥 커가고 있는 민서얘기를 해드릴까해요
아버지! 민서가 태어난 비하인드 스토리를 한번도 말씀 드린적 없었죠,, 왜냐면 너무 가슴아프고 기가막힌 스토리인지라 우리보다 더 힘들어하실까봐 우리 가족들에겐 제대로 얘기한 적이 없었는데, 이 편지로 전해드리려 합니다.
2020년 코로나가 세상을 공포로 떨게 하던 그 때, 우리민서는 엄마뱃속에 있었지요...
사실 저희 부부는 일곱 번째 유산을 하고, 여덟 번째 임신중이었어요. 말그대로 칠전팔기였죠. 민서엄마는 자가면역질환이 있어, 임신을 힘겹게 힘겹게 유지해가고 있었어요.. 민서엄마는 한달에 한번 12시간씩 병원 응급실을 찾아 면역주사를 맞아야 했고, 하루에 한번씩 불러오는 배에 주사를 놓으며 멍이 드는 배를 보면서도, 뱃속에 우리 아기만 잘 있었달라 기도하며 한주한주 보냈지요. 그래도 한번씩 아버지 뵈러 집에 들리면 아무 걱정 없는 듯 밝은 모습 보여드리려 애썼어요^^ 그렇게 힘든 하루하루를 보내며 꽤 많은 주수가 되었지요. 29주차에 접어들었어요. 매번 8주를 넘기지 못한 저희 부부에겐 너무 놀랍고, 또 태동도 느껴지는 행복한 주수가 되었지만 여전히 두려움은 우리부부가 감당해야하는 몫이었요.. 근데 이게 무슨일이에요.. 갑자기 양수가 없어 아기를 꺼내야 한다는 의사선생님의 다급한 목소리!! 그렇게 급하게 제왕절개를 해서 아기를 꺼내니, 체중이 930g이었요.. 1kg도 안되는 작디작은 그 아이가 인큐베이터안에 들어간채로 수술실에서 나와 신생아중환자실로 가기 위해 제 앞을 스쳐 지나갈 때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과 제발 이 아기를 살려주세요 라고 간절히 기도했던 그 순간이 아직도 생생하네요. 이 짧은 민서와의 첫 만남의 순간 평생 잊지 못할거 같아요
하루에 한번 15분만 허락된 민서와의 만남을 위해 저희 부부가 손꼭 붙잡고 간절히 기도하며 병원으로 오고간게 62일이네요. 어느날은 면회 가는도중 갑자기 병원에서 전화가 왔어요. 정말 가슴이 철렁내려 앉는 순간이었지요. 간호사선생님 왈 ‘어디까지 오셨어요 빨리 오세요 아기가 배고프다고 울어요...’ 휴~ 우리민서는 이른둥이들이 겪을 수 있는 질환들 하나도 겪지 않고 잘먹고 잘 이겨내주었어요. 그리고 드디어 건강하게 퇴원했지요.
아 맞다. 제가 병원에서 별명이 기저귀 아빠였어요... 왜냐구요? 면회시 기저귀 가는 시간이 있는데 구수한 보리차 냄새 나는 우리 민서 기저귀를 제가 가져가면 안될까요 하니 간호사선생님이 ㅋㅋㅋ 웃으시며, 주시더라구요. 그땐 뭐든 소중해서 간직하고 싶었거든요^^
퇴원 후, 집에서 첫 목욕을 시킬 땐 어찌나 무섭던지요.. 2.6kg으로 퇴원한 아직은 작디작은 우리 민서 행여 다칠까 조심조심하며 목욕시키던 그 날, 민서엄마가 목욕시키고, 전 하는것도 없이 그저 옆에서 ‘이렇게 해야지, 옳지 바로 그거야...’ 이렇게 훈수만 뒀어요.. 쫄보 아빠 였죠..ㅎㅎ
엄중한 코로나 시국이었는데도 출장이 잦은 업무라 퇴근 후 집에 도착하면 행여나 못된 바이러스들이 옷에 묻어 있을까봐 현관에서 바로 옷을 다 벗고 바로 욕실로 들어가 깨끗이 샤워를 하고나서야 민서를 안아줬네요..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유난스러운 아빠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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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행복한 나날들을 보내던 중 갑작스러운 회사 인사이동으로 타지역으로 가게 되고, 주말부부를 하던 중, 아이와 함께 할 다시 오지 않을 하루하루가 너무 소중하겠다 생각하고, 승진도,명예도 다 내려놓은채 육아휴직을 결정하고, 다시 광주로 내려왔지요,, 아버지께 휴직했다고 말씀드리자, 반응이 시큰둥하셨죠. 말씀은 안하셨지만 아마 남자가 무슨 육아휴직을 하냐 라는 생각을 하셨던거 같아요.. 그래도 다른 말씀 없으시고 잘했다라고만 말씀해주셔서 감사했어요^^
민서엄마가 복직하기 전 잠깐 휴직기간이 겹쳤던 시간에 여행을 많이 다녀왔어요..
민서가 많은 것을 보고 느끼면서 민서의 시냅스 신경세포가 맘껏 무한 폭발해라 기대하면서요.. 제주도 한달살기를 해보려다 이건 거의 이사수준인거 같아 그건 포기하고, 일주일살기를 하던때가 생각이 많이 나네요. 저희 부부가 직장 때문에 3년간 살면서 선물같은 시간을 선사해준 제주에 그토록 바라고 바랐던 아기를 품에 안고 다시 제주에 첫 발을 내 딛을 때 얼마나 감격스럽던지요.. 제주에 3년간 있으면서, 잘한다는 병원을 찾아 임신초기에도 비행기를 타고 육지를 오고갔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어요. 그 힘들었던 시간들에 대한 보상인 민서를 품에 안고 제주에 도착하니, 너무 행복하고 감사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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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서엄마가 드디어 복직하고 저 홀로 육아를 할때는 정말 너무 힘들더라구요.. 끝나지 않는 집안일과, 아기 돌봄... 아~~ 이래서 육아는 퇴근이 없다고 하는말이 정말 실감이 되더라구요. 이땅의 모든 부모들이 다 대단해보이고, 또 저를 낳아 키워주신 부모님에 대한 고마움을 뼈저리 느끼는 시간들이었어요.. 부모가 되면 부모마음을 안다는 옛말, 하나 틀린거 없더라구요
최선을 다해 육아해야지 라고 다짐했지만, 왜 그리 피곤하던지요. 너무 피곤해서 민서에게 책을 읽어주면서 졸았을 정도니깐요...ㅎㅎ 근데 사실 너무 기쁘고 행복할때가 더 많았어요.
처음 뒤집기를 성공하고, 처음 아빠 엄마를 말하고, 처음 걷기 시작하고, 처음 미끄럼틀과 그네를 혼자 타기 시작하고... 민서에겐 모든게 처음인 그 일들을 옆에서 바라보면서, 세상의 그 무엇과도 바꿀수 없는 그 행복한 기분! 짜릿한 기분! 아버지도 저를 키우시면서 그러셨겠죠..
매달 통장에 찍히는 육아수당은 숨만 쉬어도 공과금으로 다 나갔지만, 내 마음속 통장에 찍히는 행복이라는 것이 나날이 쌓여 육아휴직 기간동안 오히려 부자가 되었어요.
제가 육아휴직 복직을 앞둔 일주일전 갑작스런 아버지의 응급실행이 아버지와의 마지막일줄 꿈에라도 예상을 했다면, 더 찾아 뵙고, 더 말벗도 많이 해드리는 살가운 아들이 되었을건데, 죽음이라는 예정 되지 않고, 알수도 없는 그 일 앞에, 이제와 후회만 가득이네요..
코로나라는 상황에 응급실에 보호자 한명만 들어갈수 있어서 제가 들어갔던게 그래도 다른 가족들보단 아버지를 더 볼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싶어요. 사랑한단 말도 제 인생 처음으로 아버지께 해드렸으니깐요.
제 복직일이 아버지 기일과 딱 드러맞던 걸 인지하면서... 아버지가 투병중이시면 회사일 하면서 아버지 챙겨야하는 아들 고생시킬까봐 그렇게 시간을 맞추셨나요... 응급실에서 저에게 하셨던 ‘우리 아들 고생시켜 어쩌냐’.... 이 말씀이 아직도 제 귓가에 맴도네요.
아버지! 천국가신 후 4개월 동안 민서가 어땠는지 들려드릴께요
민서는요.. 이제 못하는 말이 없어요.. ‘너무너무 좋아요, 딸기맛이 맛있는데 왜 못먹게 하지, 아빠엄마 사랑해요 축복해요.. 할아버지 보고싶어요.’ 등등..
그러면서 또 얼마나 말을 안듣는지요. ‘내가 할게’를 하루에도 수십번 외치며 모든걸 혼자하려 합니다. 신발신는 것, 세수하는 것, 옷입는거.. 그 덕분에 아침에 어린이집 보내는게 전쟁이네요..^^ 그래도 낄낄대며 환하게 웃어주는 민서의 미소에 이 모든게 그저 푸념이 되고, 행복한 나날이에요. 얼마전에는 붕어빵 먹고싶다 해서 민서랑 같이 가서 샀더니, 그 자리에서 2개를 다 먹더라구요.. 하루가 다르게 쑥쑥 커가고 있는 민서에요
민서에게 ‘할아버지 어디 가셨어?’ 라고 물어보면 천국 이라고 말을 해요.. ‘할아버지 보고 싶어?’ 물어하면 “네”하고 크게 대답을 하네요. 할아버지에게 전화하자고 해서 장난감 전화기를 들고 천국에 전화해서 아버지랑 통화하는 연기를 하면, 제 완벽한 연기덕분인지 가만히 흐뭇하게 바라보며 미소 지어 주네요.
아버지.. 이땅에 태어나게 해주셔서, 이 기쁨을 누리게 해주셔서 감사해요.
아픔도 고통도 없는 천국에서 저희 가족, 아버지의 이쁜 손녀 민서 지켜보시면서 환화게 웃고 계실 아버지 모습을 상상해 보아요.
아버지의 표현하지 않으셨지만, 다 알수 있었던 그 사랑, 저도 잘 간직하면서 그 사랑 민서에게 듬뿍 주는 아빠가 될게요. 그리고 이제 우리 가족사진에는 더 이상 아버지 모습은 안보이시겠지만, 언제가 찍을 사진속에서 아버지를 닮아있는 제모습을 보며, ‘아버지 저 잘 살았죠’ 라고 자신있게 아버지께 말하는 그 날을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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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함께> | <하늘나라에 계신 아버지와 함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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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랑 민서랑> | <아빠랑 민서랑> |
<마치며>
주변에서 복직후 많이들 묻는다. “잘 쉬었다 왔어?” 니가 해봐라 육아휴직이 쉬었다오는건지.. ㅎㅎ
답은 “너무 힘들다” 이다. 그러나 아는사람만 찾아간다는 맛집처럼 해본 사람만이 아는 숨겨진 보물같은 행복의 시간 ‘육아휴직’ 한번 해보실래요?^^
이땅의 모든 부모님들!! 육아하시느라 너무너무 수고가 많으시죠? 우리의 미래는 다음세대라고들 하죠. 아빠엄마가 전부인 우리 아이에게 아빠라는 넓고 듬직한 우주를 맘껏 누리도록 내 시간을 아이에게 올인해보는게 얼마나 선물같은 시간이었는지.... 그 우주가 좋은환경이 되어야겠다 스스로 반성도 해보고, 우주재정비를 통해 우리 아이를 더 잘 양육할 밑거름이 되어주었던 아빠 육아휴직기간! 함께 누려보시길 강추합니다. 모두들 파이팅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