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체험수기] 더할 나위 없다.
- 등록일 : 2022-11-12 21:19
- 카테고리 : 카테고리 없음
- 작성자 : 이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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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처음 만난 날이 떠오른다. 주수가 차오르면서 혈압이 높아져 예상보다 빨리 만난 날. 참 많이 떨리고 무서웠지만, 마음을 굳건히 먹으며 수술대에 올랐다. 그렇게 우린 세 명의 가족이 되었고, 먹이고, 재우고, 함께 노는 삶이 시작되었다.
아이가 태어난 뒤 모든 게 새로웠다. 내가 잠들고 싶을 때 자고,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나는 삶은 사라졌다. 내가 아닌 새로운 생명체가 내 삶의 전반을 바꿔놓았다. 잠이 부족해 쪽잠을 자며 하루를 버텼고, 밥을 먹다가도 아이 울음 소리에 달려가는 게 부지기수였다. 무엇보다 애가 크면 클수록 아이가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있는 식당을 가야했고, 식당에 가서 아이가 밥을 배불리 먹은 것 같으면 돈이 아깝지 않을 만큼, 아이를 배불리 먹이는 일은 참 어려웠다.
아이의 백일을 맞이하기 몇 주 전, 나는 이른 복직을 해야 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복직 후 1년이 어떻게 흘렀는지 모르겠다. 복직을 했을 때 아이가 통잠을 자지 않아 새벽 수유를 해야 했는데, 무슨 정신으로 아침에 또 나가서 일을 했는지. 참, 우리 가족 모두 견디고, 버티느라 애썼다. 하루 하루를 살아내는 게 고단했지만, 아이가 태어나도 나의 삶, 나의 직업을 유지하고 싶었다. 참 간절하게도 말이다.
그때의 나는 ‘내가 휴직을 오래 하지 못한다는 것’도 마음이 상하고, 내 상황이 이렇다, 저렇다 말하고 싶지도 않아서 더 마음을 닫게 됐다. 하루에도 여러 번 마음이 왔다 갔다 했고, 내가 알던 내가 맞나? 싶을 만큼 많이 혼란스러웠다. 그렇게 버티다 보니 아이의 돌이 됐고, 이상하게도 그 이후 내 마음은 조금씩 평온해졌다. ‘휴직 후 복직을 했다면 지금이었겠지?’ 싶은 생각에, 마음 속 깊이 자리 잡았던 아이에 대한 미안함과 나에 대한 자책감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러고 나니 그동안 부단히 애쓰던 내가 보였고, 더할 나위 없이 최선을 다했음을 스스로 인정하게 됐다. 사람들을 향한 경계심은, 나를 수용하고, 인정하는 마음을 통해 조금씩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각자의 상황이 다를 뿐 우린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었고, 그동안 멀어졌던 거리가 무색하게, 서로를 응원하고 있었다. 그렇게 나는, 나를 사랑하고 지지하는, 한 아이의 부모가 되어 갔다.
아이의 두 돌이 지난 지금, 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중요한 게 뭘까 생각해본다. 아이를 키운다는 건 희생이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그 희생 속에 나를 잠식 시키고 싶진 않다. 아이와 함께 하는 삶을 위해, 그동안 지켜온 내 삶도 잘 살아내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를 사랑하는 마음이 필요하다. 그 사랑으로부터 아이를 돌보며, 나의 삶과 우리가 함께 하는 삶의 균형을 맞춰가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왜냐면, 육아는 장기전이니까.
‘더할 나위 없다.’ 요즘 남편과 내가 서로에게 자주 하는 말이다. 여러 역할을 감당하며, 매순간 고군분투하는 우리. 서로의 인생을 함께 살아가는 우리이기에, 그 누구보다 의지할 수 있는 반려자가 되고 싶다. 삶의 위기 속에서 분명, 이 마음이 흔들리는 날이 자주 오겠지만, 그럴수록 더 마주보며 말하고 싶다. ‘오늘 하루도 고생했어, 더할 나위 없이 충분해, 사랑해!’
